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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영화 <암수살인>과 범인의 자술서

법무부 블로그 2018. 11. 9. 13:00



 

실화를 재구성하여 제작된 영화 <암수살인>이 극장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 암수살인을 저지른 살인범 강태오와 살인범을 뒤쫓는 형사 김형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가 자신의 살인을 자백하며 7개의 살인 리스트를 적어주면서 수사가 시작되지만 증거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강태오가 말을 바꾸고 수사에 혼선을 줍니다. 재판에서 강태오는 자신이 작성한 범행 자술서가 자신의 의지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그 진술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암수살인포스터 네이버 영화검색

 

영화 <암수살인>의 살인범 강태오의 자술서는 왜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을까요?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스스로 실토하는 내용의 진술은 유죄 성립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피고인의 자백이 재판에서 증거로서 채택되는 데에는 제한이 따릅니다. 자백의 증거 능력에 대한 제한은 신체의 자유에 대해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7항과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헌법

12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309(강제등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영화에서의 자술서나 자백이 증거로 인정되려면 헌법 제12조에 따르면 자의로 진술된 것이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르면 임의로 진술한 것이어야 하는데, 둘 다 피고인이 자신의 뜻에 따라 진술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피고인 자신이 직접 자백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경찰관 등 수사관이 피고인을 고문 또는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강제로 받아낸 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의지나 의도와 상관없이 작성되었다고 보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암수살인스틸컷 중에서 네이버 영화검색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경찰의 협박을 받고 겁이 나서 쓴 거짓의 자술서가 증거가 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을 받으면 너무 억울하겠죠? 바로 그렇게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규정입니다.

 

강제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또 다른 근거로는 헌법 제12조 제2항에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와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헌법

12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헌법은 제12조 제2항에서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와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먼저 보호하고, 같은 조항 제7항에서는 그렇게 고문을 통한 자백이나 강요에 의한 자백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음을 규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보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암수살인스틸컷 중에서 네이버 영화검색

 

그런데 자백의 내용이 사실이면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요?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재판에서 증거로서 채택될 수 없습니다. 자술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재판부에서 판단하는데, 재판부는 자술서가 강제로 작성되었다고 보면 더이상 그 자술서의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영화에서는 살인범 강태오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관람객이 분개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법적 보호와 권리를 영화에서처럼 피고인이 나쁜 의도로 활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민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