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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좀비를 죽이면 살인죄일까?

법무부 블로그 2018. 11. 14. 11:30


 

좀비를 아시나요? 유명한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부터 시작해서 2013년에는 월드워 Z’라는 영화는 모두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불리는 좀비는 오래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16년에는 부산행, 그리고 최근에는 1025일에 영화 창궐이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좀비 사태가 영화와 드라마 속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죽이면 살인죄일까요?

 

좀비를 죽였어요!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먼저 관련 형법 제250조를 살펴보면, 사람을 살해하는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동법 제161조에는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형법

250(살인, 존속살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161(사체 등의 영득)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형법 제25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람에 과연 좀비가 포함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이 죽는 시기에 관한 여러 주장들 중 가장 유력한 주장은 심장의 고동인 맥박이 영구적 정지된 때인 맥박종지설과 뇌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된 뇌사상태에 이르렀을 때인 뇌사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보통의 판례와 학설은 맥박종지설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장기 이식 기술이 개발되어 장기 이식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다른 환자를 구할 필요성이 존재하며, 정지 후에도 인공 장치에 의해 유지가 가능한 호흡, 맥박과는 달리 뇌기능의 정지는 더 이상 회복 불가하다는 주장에 따라 뇌사설도 점점 유력한 주장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통해 뇌사자의 장기의식을 법적으로 허용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보통 영화와 드라마에서 좀비는 뇌만 살아있으며 심장을 포함한 모든 장기의 기능이 정지된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이에, 현재로서의 주요 학설인 맥박종지설에 따르면 좀비를 죽이는 것은 살인죄가 아닌 형법 제16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체손괴죄에 해당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뇌사설의 관점에서 본다면 좀비는 바이러스에 걸린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형법 제250조 살인죄에 해당될 수도 있겠지요?

 

좀비가 저를 공격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한거라고요!

 

 

워킹데드 시즌9 세 번째 에피소드 사진, AMC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요, 그 요건 중 하나가 바로 행위에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위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성조각사유로 인정되는 경우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형법

21(정당방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22(긴급피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좀비를 죽이는 행위는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 중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 22조의 긴급피난에 해당되어 범죄로서 인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당방위의 경우, 현재 자신을 물어서 죽이려고 하는 즉, 자신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인 좀비의 행위를 막고 자신의 생존을 위한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로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한, 좀비를 죽이는 행위는 긴급피난에도 해당될 수 있는데요, 좀비가 사람을 죽이는 행위, 더 나아가 좀비 사태를 위난으로 보는 것에는 반대 의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좀비를 죽이지 못하면, 좀비가 자신을 죽이는 상황에서 좀비를 죽이는 것이 자신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고, 좀비가 사람을 물어뜯어서 죽이는 본능, 즉 식욕보다 생명이 더 중요한 보호법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좀비를 죽이는 것은 긴급피난에 해당될 것입니다.

 

좀비도 사람 물고 싶어서 물었나요? 억울하다고요!

 

 

영화 웜 바디스스틸 컷, 네이버 영화

 

하지만 이쯤 되면, 좀비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은 바이러스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물어 죽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행위가 살인죄에 해당된다면 좀비 역시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좀비를 보호하는 형법 조항도 존재합니다.

 

 

형법

10(심신장애인)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자 또는 의사 결정 무능력자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좀비는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부존재하기 때문에 좀비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행위는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좀비가 일으킨 민사적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속 좀비 사태가 현실이 된다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생각해 봤는데요. ‘좀비가 사람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부터 좀비를 죽이는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가까지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처럼 좀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만약 좀비 사태가 발생한다면,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좀비를 죽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동연(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