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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합헌 판결 되짚어보기

법무부 블로그 2019. 8. 25. 12:00




2018628,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종교나 개인적인 신념, 양심 등에서 비롯한 국민의 병역거부 및 그로 인한 대체 복무가 향후 법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2002년 이래로 종교인들의 병역거부 처벌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되어 왔지만 이에 대하여는 계속해서 유죄판결이 내려져 왔습니다.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대체복무제의 가능성을 여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위헌 판결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국내적 요인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합뉴스) “대체복무제전원합의체 입장하는 대법관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일관된 판단

- 병역법 제88조에 대한 세 번의 합헌결정

기존 병역법 제88(입영의 기피 등)에서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률에 따르면 병역거부자가 양심 등을 이유로 하여 병역문제를 기피할 때, 만약 양심이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면 유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를 확정지었습니다. 20045월 이정렬 서울 남부지법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다시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러한 병역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002년입니다. 당시 박시환 전 대법관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 없는 처벌을 규정한 현행 병역법 제88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이는 기존 국방의 의무보다 국민으로써 양심의 자유가 앞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48국가 안전보장상의 필요가 있다며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병역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결하였습니다. 이후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제 도입에 대한 논쟁이 정치문제화 단계로 들어서서 이루어졌고,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은 대체복무제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 이루어진 200410월과 20118월의 판결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병역법 판결에 대한 합헌 결정을 유지하였습니다. 법원의 재판에서도 비록 하급심(1, 2)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죄로 선고한 사례도 늘고 있었지만, 대법원에 이르러서는 모두 유죄로 선고되어 입영기피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아왔습니다.

 

2018628. 뒤바뀐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러나 20186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현재의 병역법이 위헌이라는 최초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정당한 사유라는 구성요건에 대해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를 포함하여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개개인의 자유는 일정부분 침해될 수 있다고 보았다면 이제는 국가안보보다 개인 신념의 자유라는 가치를 보다 중요시하게 되면서 종교적 소수자의 신념을 존중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연합뉴스) 대체복무제 입법 촉구 기자회견

 

비록 병역을 거부하는 의무자에 대해 처벌을 내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적 측면에서 대체복무안을 제시하고자 한 것은 큰 진일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바뀐 판결.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2002년부터 시작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 어떤 요인이 2018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양심의 자유 확대

대한민국은 21세기 들어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고 1인 매체의 발달 등의 영향으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보다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요청인데요. 대체복무안 또한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병역법이 국가안보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인의 신념을 최소한 보장해주지 못하고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변화가 유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변화한 군사외교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북한과의 외교는 화해와 타협의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군사적 충돌이나 도발보다는 대화를 통해 외교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의도인데요. 이러한 군사외교 및 정세의 변동은 병역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군복무기간 감축입니다. 2022년까지 점차적으로 현역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향후 군사업무를 감축하겠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도에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부분에서도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실질적인 국가의 인적 자원의 배분

기존의 병역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제88조 제1항에 의거하여 처벌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교도소 수감인원을 늘릴 뿐 실질적으로 국가안보와 자유의 보장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달성하지 못하는 딜레마의 상황에 있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자원의 배분을 위해서 도입한 것이 대체복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사 업무가 아니더라도 사회복무나 여타 행정업무를 통해 이들의 양심을 보호하면서도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헌법적으로 대체복무제를 합헌으로 인정하였으나, 아직까지 대체복무제가 실질적으로 병역법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또한 대체복무제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나아가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징벌적 대체복무제로 제정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종교인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수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여론을 반영하여 보다 공정하고 우리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병역법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11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엄선엽(대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