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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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상사에게 불륜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법무부 블로그 2011. 7. 2. 19:00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주말엔 DVD 한 편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영화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입금안하면 불륜증거 공개”(헤럴드경제, 2011.6.30)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10630000045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불륜증거를 잡았으니 들키고 싶지 않으면 찍어준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문자가 뿌려지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불륜이 얼마나 흔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런 돈 벌 궁리를 하는 치들이 있을까 싶어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다른 한 편으로는 얼마나 치사한 인생이면 남의 사생활을 들춘 양 협박이나 하고 사나 싶어 안타까운 맘도 생기더군요. 불륜이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보니, 타인의 불륜을 이용한 돈벌이 아이디어도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960년에 발표된 흑백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원제 The Apartment, 감독 : 빌리 와일더)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는 1961년에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비롯 5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영국아카데미(BAFTA)상, 뉴욕영화비평가협회(NYFCC)상 등 수십 개의 영화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엔 영국의 [가디언]지가 이 영화를 최고의 로맨스 영화 6위로 올리기도 하였지요.

 

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무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나무랄 곳이 없어뵈는 수작인데요, 상사의 불륜을 승진의 발판으로 삼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3D․4D 영화가 안방까지 찾아오고 있는 현실에서 흑백영화라니 시큰둥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고전(古典)이 고전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함께 보실래요?

 

1950년대 미국 뉴욕. 대규모 보험회사 사무실은 마치 거대한 공장과 같습니다.

 

 

 

 

이 보험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회계팀에서 일하는 싱글남 벡스터는 아파트에 혼자 삽니다. 벡스터는 종종 남들이 다 퇴근한 뒤에도 야근을 하는데요, 일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일정한 시간이 될 때까진 돌아갈 집이 없어서죠. 아파트 열쇠를 직장 상사에게 빌려줬기 때문인데요, 상사가 집을 비우고 나올 때까진 집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상사는 벡스터에게 ‘승진’을 약속하고 그의 아파트를 빌려 그곳에서 불륜을 즐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벡스터에게 아파트 열쇠를 빌려달라 조르는 상사가 무려 4명이나 된다는 것. 이들에게 각각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빌려주어야 하니 벡스터의 삶이 고달플 수밖에요.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인사철이 다가오자 4명의 상사는 약속이나 한 듯 사장에게 ‘벡스터는 뛰어난 직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상한 예감이 든 사장은 벡스터를 호출하여 비리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고 다그칩니다. 궁지에 몰린 벡스터는 사장에게 실토를 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사장은 그를 내치기는커녕 독점적인 ‘아파트 열쇠 공급’을 요구하지요. 승진은? 당연히(!) 이루어졌지요.

 

 

 

 

 

 

여기서 잠깐!

 

만약 우리나라에서 승진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상사에게 무상으로 빌려주었다면, 그 행위는 뇌물의 일종일까요?

 

뇌물이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을 뜻합니다. 하지만 형법상의 뇌물죄가 추구하는 가치는 공직사회의 청렴성에 있기에 뇌물죄의 주체는 공무원 및 기타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에 한합니다. 그러므로 벡스터와 그의 상사들은 형법상의 뇌물죄와는 무관하다고 하겠습니다.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3조(뇌물공여등) ① 제129조 내지 제132조에 기재한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고 열심히 일한 사람 대신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자가 승진하는 것이 공정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무슨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공무원이 아닌 사기업의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을 하거나 받아주는 경우엔 ‘뇌물죄’가 아닌 ‘배임수증재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의 아파트를 무상으로 아파트를 빌려 쓴 것도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형법』제357조(배임수증재)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 이제 다시 영화로 돌아갈까요?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승진을 노리는 속물이지만, 소시민의 비애도 가득 담고 있는 벡스터를 보면 측은지심이 생깁니다. 감기에 걸려도 맘대로 집에 들어가 쉬지 못한 채 거리에서 코를 훌쩍거리며 오들오들 떠는 벡스터. 그런데 이 황당한 순간보다도 더 그가 비련해지는 한 순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장의 불륜상대가 오랜 시간 짝사랑해온 엘리베이터 걸, 큐브릭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지요.

 

 

 

 

 

여기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벡스터는 새로운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중역 자리를 내어주며 아파트 열쇠를 요구했던 사장에게 벡스터는 (사직의 뜻으로)집무실 열쇠를 내밉니다. 부정거래를 끝내는 대신 특혜도 내려놓아야 했던 것.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였습니다.^^

 

 

큐브릭과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것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겨둘게요. 너무 자세히 말하면 영화 보는 즐거움이 사라질 테니까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글 :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