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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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물건 파는 아저씨, ‘우리가 오해했네?’

법무부 블로그 2010. 6. 8. 08:00

3천원짜리 만보기는 세 번만 쓸 수 있는 거야?

 

 

전철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병헌씨(가명, 42세)는 최근 종로3가역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전철 행상에게서 구입한 만보기가 단 하루 만에 망가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병헌씨는 ‘완전히 속았다’며 ‘원가가 만원인 것을 평소에는 오천 원에 팔고 있으나 오늘만 특별히 삼천 원에 팔겠다는 행상의 말에 깜빡 넘어갔다’고 했습니다. 병헌씨는 이제는 더 이상 전철 행상들에게 싸구려 중국산 상품을 살 것을 종용받기 싫고 그저 조용히 전철을 타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병헌씨와 같은 경험, 한두 번 즈음은 다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철 행상의 물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전철 행상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물건의 질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행상들의 처지를 동정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준다는 것입니다. 어느 구매자는, 천 원짜리 이천 원짜리 물건 팔아봤자 얼마나 남겠느냐 하는 생각과 동시에 비싼 값이 아니기 때문에 한두 번 쓰고 고장 나더라도 크게 억울하지는 않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전철 행상! 영화 속에서는 궁핍하던데...

 

Ⓒ 내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배우 임창정이 전철 행상으로 아주 노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지만 살림이 넉넉지 않아 전철 행상을 하게 되지만, 단속반에 걸려 매일 뛰어다니고 도망 다니기가 바쁘지요. 영화에서는 전철 행상인 임창정이 너무 가여워서 ‘그거 장사 좀 하게 해주지..!!’하는 생각에 단속반이 무정하게만 느껴집니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요? 모든 행상이 영화 속 임창정처럼 쫒고 쫒기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산입에 거미줄 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익명을 요구한 한 지하철공사 관계자(3호선)는 “승객들이 동정심에 끌려 전철 행상의 물건을 사주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지하철 행상이 매우 조직화되어 영업하기 때문에 이들이 승객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계에 허덕이는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아픈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행상을 시작했다는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묘한 배신감이 들기도 하는군요!

 

전철 행상은 승객들의 안락한 승차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행상의 끈질긴 판촉을 견디다 못한 승객이 직접 전화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매우 잦다고 하는데요. 또한 협소한 전철 내부에서 큰 카트나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님으로써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7080가요나 추억의 팝송을 팔기 위해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경우가 있는데요. 독서를 하던 사람은 그로 인해 독서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조용히 통화를 하던 사람도 그 음악소리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추억의 7080행상이 추억에 잠겨있는 사이, 승객들은 추억에 잠기는 것이 아닌 소음공해를 겪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전철 행상의 판매행위는 이렇듯 승객에게 폐를 끼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철도안전시행규칙 제80조에서는 철도종사자의 허락 없이 여객에게 기부를 청하거나 물품을 판매·배부 또는 연설·권유 등을 하여 여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철 행상의 판매행위는 법에 저촉되는 것이지요.

 

철도안전시행규칙

제80조(여객열차안에서의 금지행위) 3. 철도종사자의 허락 없이 여객에게 기부를 청하거나 물품을 판매·배부 또는 연설·권유 등을 하여 여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고 그들을 돕고 싶어하는 승객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전철 행상 중에는 정말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지요. 그러나 전철 행상이 승객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적지 않음과 이들의 행위가 명백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임을 고려해봤을 때 이들의 판매행위는 근절되어 마땅합니다. 갑자기 전철 행상을 100% 막을 수는 없으니 전철 행상도, 승객도, 지하철 공사도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