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운전자 바꿔치기 하면 ‘벌금 500만원’

법무부 블로그 2010. 6. 7. 14:00

제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제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입니다.

얼마 전 그녀와 제 친구와 함께 셋이서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그녀와 장난치다 앞을 못 보고 갓길에 주차돼 있는 차를 들이 박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제서야 제 친구가 저에게, 자기가 면허정지 상태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만약 운전한 게 밝혀지면 면허취소가 될 거라며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부딪친 차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에서 조사 받으러 오라며 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 얘기를 전하며 제가 사랑하는 그녀가 울더군요.

도와 달라며 눈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울었습니다.

그녀의 눈물 앞에 제 마음도 흔들렸습니다.

사실 제 친구는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면허가 취소 되면 생계를 잃게 되거든요.

만약 제가 운전을 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어차피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는 상황이라 제가 했다고 우기면 경찰도 그렇게 믿을 것 같은데요.

제가 했다고 하면 큰 벌을 받게 되나요? 죄목은 무엇이 됩니까?

아시는 분들 알려 주세요~

  

 

 

운전자 바꿔치기는 어떤 죄에 해당할까?

 

다른 사람의 음주운전이나 뺑소니를 감추기 위해 실제 운전한 사람이 아닌데도,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위 사례도 인터넷에 질문을 올린 여러 사람의 사례를 이용해 각색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경우 어떤 죄목으로 처벌받게 될까요? 사기죄나 공무집행방해죄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과연 그럴까요?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운전자 바꿔치기는 ‘범인은닉죄’에 해당합니다.

 

흔희 범인은닉죄라고 하면 범죄자를 어떤 장소에 숨겨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범죄자를 숨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범인에게 도망칠 자동차를 제공한다거나, 여비를 준다거나, 체포를 방해하는 등 도피를 돕는 것도 ‘범인은닉죄’에 해당합니다. 범인은닉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지요 (형법 제151조 1항)

 

그런데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왜 ‘범인은닉죄’에 해당할까요? 자기가 범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실제 범인을 빼돌린 것(도피시킨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험혜택을 받기 위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경우엔 보험사기죄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보 나 좀 숨겨줘!” 가족에게 죄를 숨겨달라고 한 경우엔?

 

 

그런데 만약 위 이야기가 친구 사이가 아닌 형제나 가족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자식이나 부모형제를 위해 범죄를 숨겨주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데, 그 때마다 가족들 모두 처벌 받게 되는 걸까요? 형법 제151조 제2항에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범인)을 위하여 범인은닉죄나 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개정 2005.3.31)’고 되어 있습니다. 즉 가족을 숨겨주거나 도피시킨 경우엔 범인은닉죄로 처벌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떨까요? 

저는 얼마 전 신호위반을 해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무면허운전이라 가중처벌을 받을 것 같아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2개월 후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제 아내가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하더군요.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아내가 허위자백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아내가 조사 받으러 갈 때 마다 사고발생 경위, 도주 경위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요?

결국 제가 사고를 낸 것이 밝혀졌고,

저는 사고 후 도주죄, 무면허운전죄, 범인도피교사(방조)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닉을 도왔다는 ‘범인도피교사죄’는 범인은닉죄가 성립할 때만

처벌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제 아내는 가족이니까 범인은닉죄로 처벌 받지 않는 거잖아요?

제 죄는 반성하고 있으나, ‘범인도피교사죄’라는 죄목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위 사례는 2008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면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가족인 경우엔 어떨까요?

범인을 숨겨준 가족은 처벌 받지 않는데, 가족에게 숨겨 달라고 한 범죄자는 처벌받을까요?

 

위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범인도피교사죄는 그 타인이 형법 제151조 제2항에 의해 처벌받지 아니하는 친족, 호주 또는 동거 가족에 해당한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 내렸습니다. 가족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하면, 가족은 처벌받지 않더라도 부탁한 범인은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위 사례의 실제 피의자는 2심에서 무면허뺑소니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 판결에서는 범인도피교사죄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덮어주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간혹 우정이나 가족애에 이끌려 본인이 저지른 죄가 아닌데도 대신 죄값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죄를 덮어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오히려 벌을 받는 동안 힘든 그 마음을 위로해 주고,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닐까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새 삶을 산다면 오히려 힘들었던 그 순간이 더 값진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대신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는 부모처럼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 때로는 더 빛나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