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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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지 않는 수용자, 이유가 뭘까?

법무부 블로그 2010. 4. 17. 16:00

씻지 않는 수용자, 이유가 뭘까?

 

 

교도관도 교도소가 어색할 때가 있다.

과천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하고 교정일선에 내려와 근무를 하려니 여러모로 생소하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8년을 이곳 교도소에서 근무하지 않았던가(교도소 짬밥이 벌써 몇 그릇인데...^^) 나름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면서 근무지에 들어갔다. 수용자들과 오래간만에 대면을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교도소의 분류 방법이 달라져 안면이 많이 있던 수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감을 가고 모르는 얼굴들이 많았다. 그 중에도 나를 아는 한 수용자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교도소에서는 교사를 부장이라고 속칭한다.). 그동안 어디 다녀오셨어요?

한동안 보이지 않으시던데, 다시 봬서 반갑습니다.”

“아, 네..... 잠시 과천청사에서 근무하고 왔습니다. 잘 지내셨죠?”

 

날 반겨주는 수용자와 몇 마디를 나누고 나니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교도소가 어색하고 낮선 교도관이라... 기가 막혀 웃음이 난다.

 

 

유닌히 고약한 그 수용자의 냄새 

현재 보안과에는 야근과 일근 부서가 있는데 난 일근 부서에 근무를 하고 있다. 야근 부서 직원이 항시 부족하여 일근에서 몇 명씩 매일 야근 지원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오늘 야근을 지원하였다.

오래 간만에 들어온 곳은 수용사동 중, 노역을 거부하거나 몸이 불편하여 작업을 하지 못하는 수용자들이 있는 미지정 사동이었다. 이곳은 징벌실과 독거실 등이 있다. 그러다보니 좀 난폭하고 직원을 귀찮게 하며 소란스럽게 하는 수용자들이 다수 수용되어 있었다. 다음 날이 될 때까지 매 시간마다 60여명의 수용자들의 동태를 파악하며 특이사항을 보고하는 것이 나한테 주어진 임무다. 간혹 신변을 비관하거나 자신을 어필하려는 의도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수용자가 있어 즉시 제지를 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는 아주 중요한 근무이다.

 

각 거실을 시찰하던 중 어디서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어느 수용자의 독거실에서 나는 냄새였다. 동료의 얘길 들어보니, 그 수용자는 평소에 잘 씻지 않고 그냥 한 평 남짓한 독거실에서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며 혼자만의 삶을 산다고 했다.

수용자의 신원이 적혀있는 목찰을 봤다. [강도살인, 무기징역]

난 시찰구를 통해 그 수용자를 바라보았다. 정말 겉모습은 너무도 정상이었고 말쑥해 보였다. 도저히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외모! 하지만, 곧 나는 숨쉬기가 곤혹스러워 더 이상 얼굴을 들이대고 그 수용자를 볼 수가 없었다.

 

씻지도 않고 자기 방에만 처박혀 있는 수용자라...

자신의 악취보다 더 한 건 자신의 악취 나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인생에 비하면 자신의 냄새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회에서 죄를 저지른 대가를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르고 있는 걸까?

혹시 자기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를 모르는 게 아닐까?

그 수용자를 보며 온갖 상상을 다 해봤지만, 정답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한테도 무슨 냄새가 나지 않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봤다. 다행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아니, 너무나 익숙한 나이기에 나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처음 보는 어느 누군가는 나를 향해 손사레를 치며 코를 움켜잡는 건 아닐까? 아이고, 그건 너무나 창피한 일이다!!

 

 

내 인생은 어떤 냄새가 날까?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려한다” 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그 수용자에게 냄새가 난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라 난 내 인생의 향기는 어떤가 한번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척, 보람된 척, 행복한 척 하면 좋은 냄새야 나겠지만 사람 인생의 본질적인 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향기가 섞여서 심한 악취가 될 수도...!

 

너무나 익숙하게 30년 넘는 내 인생을 내 방식대로 살아왔기에 내 인생에서 달콤한 향이 나는지 악취가 나는지 스스로는 알지 못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언젠가 한번은 제 3자에게 내 인생의 향기를 맡아볼 것을 부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악취가 난다면 인생을 새로 제조하여 좋은 향이 나게 가꾸고, 향기로운 향이 난다면 그 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바르고 곧은 삶을 살아가야겠다. 그동안 나의 냄새도 맡지 못하면서 남의 냄새를 맡고 보는 겉으로만 판단하며 헐뜯거나 실망시킨 적은 없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일러스트 Ⓒ오픈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