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가 본인의 손자·손녀를 입양할 수 있을까요? 손자·손녀의 친부모가 살아있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든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 사건이 있습니다.
손자의 입양 허가를 요청한 조부모! 입양 가능할까?
2014년, 한 여성이 아이(이하 ‘A’)를 낳았습니다. A가 생후 7개월이 됐을 무렵, 그의 친생모는 자신의 부모(A의 조부모)의 집에 A를 두고 가, 그때부터 조부모가 A를 양육하게 되었습니다. A의 조부모는 A가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본인들을 부모로 알고 성장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손자를 입양하도록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1심과 2심 모두에서 그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2021년, 대법원에서 원심의 결정은 뒤집어졌습니다. 즉, 조부모가 손자의 입양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을까요?
1. 사건의 쟁점
재항고인들은 외손자인 사건본인의 부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의 아들로 입양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사건본인에 대한 입양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 기준 또는 고려요소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다.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쟁점이란, 소송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말합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두 가지, (1)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 가능성 (2)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 또는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 판결 요지
법정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부모와 입양자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중략)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우리 민법상에는 입양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해당 재판에서도 가장 먼저 민법 조항을 살펴보았을 겁니다. 입양이 성립하기 위하여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 사이의 합의, 가정법원의 허가 등이 필요하다고 정하고는 있지만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이 혈연관계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따라서 조부모-손자라는 혈연관계는 입양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죠.
또한, 미성년자 입양 허가 문제를 다룰 때는 ‘입양될 아동의 복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도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하려고 하고, 손자의 친부모도 입양에 동의한다고 해도 그 입양이 손자의 복리에 해를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입양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위 사례의 경우, 손자의 복리에 해를 끼칠 만한 것이 없으므로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하도록 판결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관해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단, ‘입양 요건’과 ‘아동의 복리’라는 요건 외에도 여러 부수적인 상황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판례는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 가능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입양특례법 속 입양의 요건 알아보기
우리나라는 민법·입양특례법·가사소송법 등 다양한 법에서 입양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입양특례법」에 대해 잠깐 살펴보려고 합니다. 해당 법률은 “양자(養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입양의 요건을 비롯하여 입양에 관한 여러 사항을 정하고 있습니다.
입양특례법
제9조(양자가 될 자격) 이 법에 따라 양자가 될 사람은 요보호아동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1.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사람으로서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도지사 및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ㆍ도지사”라 한다)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부양의무자를 확인할 수 없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보장시설(이하 “보장시설”이라 한다)에 보호의뢰한 사람
2. 부모(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 후견인이 입양에 동의하여 보장시설 또는 제20조에 따른 입양기관에 보호의뢰한 사람
3. 법원에 의하여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자녀로서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보장시설에 보호의뢰한 사람
4. 그 밖에 부양의무자를 알 수 없는 경우로서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보장시설에 보호의뢰한 사람
아동이라면 누구나 양자(입양되는 아동)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9조에 명시되어 있는 네 항목 중 하나에 해당하는 요보호아동이어야 합니다. ‘요보호아동’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보호대상아동’이라는 것인데요. 「아동복지법」 제3조 제4호에는 “보호대상아동이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입양특례법
제10조(양친이 될 자격 등)
① 이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1.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
2. 양자에 대하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3. 양친이 될 사람이 아동학대ㆍ가정폭력ㆍ성폭력ㆍ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을 것
4. 양친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
5. 그 밖에 양자가 될 사람의 복지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요건을 갖출 것
② 양친이 될 사람은 양자가 될 아동이 복리에 반하는 직업이나 그 밖에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양친이 되려는 사람은 입양의 성립 전에 입양기관 등으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소정의 교육을 마쳐야 한다.
어떤 아동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 또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며, 그것을 입양특례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양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9조에 나열된 요건 중 어느 하나에만 해당하면 되지만, 양친이 될 사람은 제10조에 나열된 요건 모두를 충족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입양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와 입양특례법 속 입양 요건을 살펴보았습니다.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제4조),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입양제도를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당사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보장하여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제21조).
이처럼 입양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의 행복입니다. 특별한 일은 없지만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보통의 날들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 아닐까요? 바르고 정확한 입양을 통해 모든 아동에게 보통의 삶이 보장되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정여진(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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