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를 빛낸 드라마가 있었죠. 바로 tVN드라마 ‘일타 스캔들’입니다. 1조원의 남자라고 불리는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아줌마 남행선(전도연 분)의 순탄치 않은 사랑 얘기를 그렸는데요. 그 인물들의 배경을 그리는 과정에서, 최치열이 새내기 강사일 때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잠깐 등장하지만 현재 최치열의 성격을 만들게 한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
먼저, 최치열이 근로계약서를 쓴 근로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물론, 프리랜서도 괜찮지만 이건 너무 얘기가 깊어지기 때문에 학원에 소속된, 4대 보험을 받는 직원이라고 가정할게요. 최치열은 자신도 모르게 시험지 유출사건에 연루되고, 이것 사전에 알고 공모한 학원 원장에게 따지다가 “너 나가! 너 해고야 이 **야!”라는 원장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해고를 당합니다. 최치열은 그 자리에서 짐을 싸서 학원을 떠나기는 했습니다만, 현실에서 이런 해고는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정당한 해고가 아닙니다
근로자에게 해고가 과연 정당할 수 있을까 싶긴 합니다만, 법적으로 볼 때 저 학원의 원장은 최치열강사에게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고예고란, ‘당장 그만두라’가 아니라 ‘언제까지 그만 두라’고 예고를 하는 건데요. 근로기준법에 의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합니다.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제26조)
해고란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그러나 ‘해고’를 사장 맘대로 자유로이 할 수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주로 임금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근로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에서 근로를 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대해 ①해고사유 ②해고시기 ③해고절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시 ‘해고예고’로 돌아가볼게요
해고예고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함에 있어서 갑자기 근로자를 해고하게 되면 근로자는 다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생활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른 직장을 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적인 여유를 부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간만큼의 생계비를 보장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고자 하는 것에 이유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1. 7. 19. 선고 99헌마663 결정)
그러나 이러한 해고예고가 언제든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예고에도 예외 규정이 있답니다. ⌜근로기준법⌟제26조 단서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제4조 및 별표1에 따르면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해고예고를 하지 않고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1)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고 불량품을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
2)영업용 차량을 임의로 타인에게 대리운전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3)사업의 기밀이나 그 밖의 정보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 등에게 제공하여 사어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4)허위 사실을 날조하여 유포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여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5)영업용 차량 운송 수입금을 부당하게 착복하는 등 직책을 이용하여 공금을 착복, 장기유용, 횡령 또는 배임한 경우
6)제품 또는 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
7)인사∙경리∙회계담당 직원이 근로자의 근로상황 실적을 조작하거나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하여 사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8)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하여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9)그 밖에 사회통념상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고예고가 예외 되는 상황까지 살펴봤는데요, 그럼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고를 할 수 없는 건지 궁금증이 생기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알아봅시다.
해고예고를 하지 않은 통보, 해고의 효력은?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제외한 통상적 상황에서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그 해고는 과연 유효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고 자체는 유효합니다. 해고예고제도는 해고자체를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라 해고를 할 경우에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예고수당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해고예고의무를 위반한 해고도 유효하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1.7. 19. 선고 99헌마663 결정)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해고예고의 의무만 성실히 지켰다면 언제든 해고를 해도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제23조제1항에 따르면 해고예고를 했다고 해서 모든 해고가 정당한 것은 아니며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의 '정당한 사유'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17931 판결, 2002. 12. 27. 선고 2000두9063 판결)
해고예고 위반은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고예고를 위반했을 시 받는 처벌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제110조제1호에 따르면 해고예고를 위반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법으로 이렇게 정하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사장의 횡포를 견제하고, 약자인 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겠죠? 사장도, 근로자도 헤어질 때 더 지켜야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해고예고 역시 그 예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법적 다툼 없이 원만한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해고 절차의 제한 중 하나인 해고예고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앞서 살펴본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대해 헌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임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해고란 생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해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해고와 관련된 이런 법적 제도들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동희수(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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