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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민망하다는 그 소설, 외설일까 예술일까?

법무부 블로그 2011. 8. 11. 08:00

 

얼마나 외설적이기에 양 나라에서 모두 판매금지?

 

 

1928년 여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인쇄소에서 어렵게 한 권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당시 ‘외설 출판물이냐 아니냐?’ 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D.H.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었습니다.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전쟁에서 성불구가 되어 돌아온 남편과 살고 있는 채털리 부인이 정원사와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영국과 미국의 세관 당국에 의해 몰수되었으며, 작가가 사망한 후에도 30년 동안 계속해서 판매 금지를 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정이 있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이 책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욕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당시 사람들의 도덕적 감정에 상당히 어긋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이 책에는 당시에는 접할 수 없던 적나라한 성적 묘사가 부각되어 있었는데요. 사람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성적 묘사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책의 예술적 요소 보다는 성적 묘사가 음란하고 외설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었습니다.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시작

이 책이 출판된 후 외설 논란은 30년 넘게 계속 되었으며, 드디어 1959년, 미국에서 이 책의 합법적인 출판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외설 서적’의 기준은 ‘현대 사회에서 평균 사람에게 정욕을 일으키게 하는 경향성 있는 책과 글’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생각해 보면 참 애매모호한 기준이죠?^^;;

 

 

 

▲영화화 된 채털리 부인의 사랑 포스터 ⓒ karl21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블로그

 

 

하지만 30여년의 논란이 그저 허송세월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이 재판의 담당 판사 브라운은 외설의 기준을 ‘욕정을 일으키는 경향성’이라는 막연한 기준에서 탈피하여 ‘성에 관한 부끄럽고 병적인 관심’이라는 제한적인 해석을 도입했는데요. 그는 ‘침수이론’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외설적이지 않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브라운 판사가 도입한 ‘침수이론’이란, 책에 등장하는 외설적 표현이 그 책의 나머지 부분을 침수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으면 외설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라운 판사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등장하는 성적 표현이 아닌 예술적인 측면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었지요. 이 판결에 대해 정부측에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전원 일치로 동일한 판결이 났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60년에 영국에서도 재판을 통해 출판 금지가 해제되었습니다. 비로소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유부녀의 지저분한 불륜’이 아닌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성장 과정’으로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외국에 ‘채털리부인’이 있다면, 한국엔‘사라’가 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영국과 미국에서 엄청난 외설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가 그 주인공입니다. 1992년 10월, 마광수 교수는 강의 도중 검찰에 연행된 후 구속되었는데, 죄목은 음란문서 유포죄였습니다.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인 ‘사라’가 너무나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 나머지 당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성생활을 즐기는데, 이 책의 저자인 마광수 교수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녀의 성생활을 묘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결국, 1992년 10월에 『즐거운 사라』는 판매 금지되었고 저자인 마광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는 상고했지만 1995년 6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결국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마광수씨는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에 의해 사면 복권되었으나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는 현재까지도 판매 금지 상태입니다.

 

『즐거운 사라』가 판매 금지되고 20여년이 흐른 2011년, 마광수씨는 세상에 또 다른 사라를 등장시켰습니다. 바로 『돌아온 사라』인데요. 『돌아온 사라』는 『즐거운 사라』가 나온 1992년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바뀐 2010년 전 후, 일부 대학생들의 성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2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직까지는 아무도 이 소설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어떠한 시대에 내려진 ‘판결’이라는 것도 그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과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당시에 ‘충격’으로 다가왔던 문제적 작품(?)들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 보편적인 것,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될 수 있지요. ‘즐거운 사라’가 판매금지가 되었던 1992년도의 분위기가 대충 짐작이 되시나요?^^

 

시대를 앞서가고 사람들의 생각을 넘어서는 이런 작품들이 예술인지 외설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몇 십 년 후, 미래를 사는 후손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일까요?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읽어보고 지금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글 = 법무부

참조 = 청소년의 법과생활, 법무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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