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금융실명제 17년, 그래도 ‘차명계좌’ 사라지지 않는 이유

법무부 블로그 2010. 11. 15. 14:00

 

 

얼마 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한화그룹이 비자금 관리용으로 이용한 차명계좌 50여개의 명의자들을 줄소환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비자금의 규모와 자금출처 등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데요.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태광그룹, C&그룹, 신한금융지주회사 등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신문 등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차명계좌. 온갖 비리와 중대범죄의 온상이라 할 수 있는 차명계좌는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차명계좌가 활개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깨끗한 금융거래를 위한 법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1982년 5월 4일, 건국 후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사건이라 일컬어지던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장영자와 그의 남편 이철희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대규모 어음 사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금융거래실명제’를 도입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1993년 8월 12일에 도입된 금융거래실명제는 금융기관과의 모든 거래에 있어 가명이나 차명 등은 사용할 수 없게 했습니다. 덕분에 가명으로 계좌를 만드는 일은 상당부분 근절되었지요. 하지만 제3자의 명의를 이용해 개설하는 차명계좌는 단속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계좌명의자와 돈을 갖고 있는 자금소유자가 서로 합의하여, 계좌명의자가 직접 금융기관 창구에서 계좌를 만들고 그 계좌를 자금소유자에게 전달하면 실질적으로 단해내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지요.

 

대기업 등에서는 이 허점을 이용해 차명계좌를 만들고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상속, 불법로비, 주가조작 등에 악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범죄행각이 17년째 없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금융거래실명제의 가장 큰 허점 

 

 

 

 

 

그리고 금융거래실명제의 가장 큰 허점은 ‘차명계좌를 만든 사람이나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처벌 받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금융거래실명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7조를 보면 금융기관이 통장 등을 개설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임원 또는 직원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실명을 확인하지 않은 금융기관 직원은 처벌 받지만, 차명계좌를 만든 사람이나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물론 차명계좌를 이용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그 범죄와 관련된 법 규정으로 처벌 받을 것입니다.) 집이나 건물 등 부동산을 차명거래 했을 때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거래 당사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차명계좌 문제, 이제는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명계좌 근절 위한 종합대책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차명계좌 종합대책’과 관련해 조만간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현행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하되, 가족 간 차명거래 등 선의의 피해자를 막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차명계좌는 기업의 비자금 확보로도 많이 쓰이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자녀를 위해 부모들이 개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지만 입금은 부모가 하는 형국이지요. 비자금 등 중대범죄를 일으키는 차명계좌를 단속하고, 자녀를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한 부모들까지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차명계좌 종합대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매우 신중한 편인데요.

 

현재 국회에서는 두 가지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차명거래자에게 계좌자산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발의한 상태고요.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은 차명계좌를 빌려주거나 알선한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어쨌든 정부에서 금융실명제 허점으로 지적돼 온 차명계좌 근절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G20 정상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정부가 그동안 미뤄뒀던 경제정책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는데요. 이번에야 말로 차명계좌 근절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박관호 기자

이미지 = 아이클릭 아트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