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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하도야’처럼, 인적사항만 조사하는 검사도 있나?

법무부 블로그 2010. 10. 29. 14:00

하도야 검사, 거물 정치인 조배호를 조사하다

드라마 대물을 보면, 하도야 검사가 거물 정치인의 당사로 직접 찾아가 변호사와 당직자들이 있는 가운데 당대표인 조배호를 조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조대표의 신분은 피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배호 대표를 조사하는 하도야 검사 ⒸSBS 대물 4회

 

그런데, 조사 내용이 좀 이상하지요? 몇 시간 동안 실제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조사를 끝냅니다. 이처럼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야만 하는 걸까요? 드라마처럼 인적사항만 확인하다 조사를 끝내는 경우도 있을까요?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기관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이유는 조사를 받은 사람이 조사대상이 되는 사람과 맞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즉, 혹시나 다른 사람이 대리 출석한 것은 아닌지, 동명이인은 아닌지 등을 가려 수사대상자가 맞는지를 정확히 하려는 것이지요. 이를 인정신문(人定訊問 : 사람을 정하는 신문)이라고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법정에서 판사가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묻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하도야 검사가 이미 잘 알려진 정치인을 상대로 굳이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할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그 정치인도 괜히 입씨름하며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 필요도 없어 보이는데요. 아마, 서로 기싸움을 한다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작가가 재미있는 설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8회 조사장면에서는 하도야 검사가 정치인 조배호를 앞에 두고 “이렇게 머리 나쁘신 분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나 모르겠다.”며 비아냥거리는 장면도 나왔는데요. 사실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조사할 때에는 조사받은 사람을 모욕하거나 무시하면서 조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조사한다고 해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서로 대립적인 관계로 인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니까요.

 

 

 

인적사항은 진술거부권의 대상이 아닌가? 

 

▲하도야가 조배호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무려 6시간이 걸렸다 ⒸSBS 대물 4회

 

문제는 더 있습니다. 대상자가 피의자라면 조사를 하기 전에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하는데, 진술거부권이 있으므로 인적사항에 대한 진술을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즉,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도야 검사처럼 몇 시간이나 인적사항만을 캐물어 진술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드라마를 보면 조배호는 피의자 신분도 아닌 피내사자 신분인 것으로 보여 더더욱 진술을 강요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들려는 작가적 상상력이 빛나는 대목이지요.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조사를 끝내는 경우도 있을까?

드라마를 보면, 하도야 검사가 점심 먹고 온 거물 정치인 조배호를 전혀 조사하지 않고 조사를 끝내 버립니다. 조배호는 어이없어 하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실제로도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조사를 끝내는 경우도 있을까요.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적사항만 조사하고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더구나 불구속 상태에 있는 피의자나 참고인 등을 조사하면서, 나아가 피내사자 신분인 사람의 인적사항만 조사하고 끝내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간혹, 구속되어 있는 피의자는 검찰에 구속 송치된 첫날 다른 조사와 겹치는 등 조사할 여력이 없는 경우에 인적사항만을 확인하고 조사를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는 있지요.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구속 피의자에게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 등 최소한의 사건 내용에 대한 신문은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하도야 검사처럼 인적사항만 신문하고 조사를 끝내는 경우는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피의자 신분도 아닌데요. 모처럼 시간과 용기를 내 수사기관에 찾아온 혹은 수사에 응하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그렇게 조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겠지요.

 

 

 

현실과 드라마는 달라

▲하도야가 검사    ⒸSBS ‘대물’ 홈페이지   

 

하도야 검사가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하려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때로는 통쾌함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해서는 안되겠죠.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조차도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증거나 자백이라도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로는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도야 검사! 거악을 척결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은 이해하지만, 글쎄요. 알게 모르게 법을 지키지 않는 듯한 모습도 간혹 포착되고 있는데요. 법을 집행하는 검사답게 법에 따라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모든사진 = SBS 대물 4회 캡쳐, SBS ‘대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