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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박명수만 무한도전? 우리도 무한도전!!

법무부 블로그 2010. 8. 11. 20:00

보호와 관찰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보호관찰소

보호관찰소는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아이들의 생활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기관으로, 소년원과는 엄연히 다른 법무부의 기관입니다. 이곳에서는 직원이 직접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 생활을 점검하기도 하고, 외출금지 명령을 받은 아이들이 집에 잘 있는지 전화로 확인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호관찰소에서는 아이들의 교화를 위해 스포츠, 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몇몇 보호관찰소에서 아이들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동부보호관찰소 친구들의 검정고시 도전기    

▲검정고시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동부보호관찰소 청소년들

 

거여역에 위치한 동부보호관찰소를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올수록 결여되는 아이들의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8~10명의 아이들은 검정고시 학습실에 나오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은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학업의 성취를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족들의 경제적 뒷받침과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를 지속해나가는 것은 더욱 힘들지요. 학교를 중퇴한 지 오래된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경제적 여건 때문에 아르바이트까지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로서는 학교에 가는 것처럼 소속감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를 졸업해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부지소의 소장님께서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힘들어 하는 일부 학생과 특별범죄예방위원을 1:1 멘토로 연결하고, 생활지원과 고민상담 등을 통해 한층 안정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선생님은 그 지역의 주부님이나 회사원, 자영업자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역량과 더불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로, 학생들의 둘도 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재범 없는 아이들, 목표는 오로지 검정고시!

2008년 10월에 처음 시작되어 1년에 2번씩 4기째 이루어지고 있는 이 검정고시 준비반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재범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완벽하게 성실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고,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이 나타나지 않아 학생들이 실의에 빠질 때면 멘토들이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고 학습을 독려하였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동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공부에 대한 열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동부보호관찰소와 보호관찰소 안산지소는 경기대, 삼성그룹과 함께 “민관학” 연계 사업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을 지원해주는 것은 경기대학교의 교정보호학과가, 실제로 아이들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보호관찰소가, 아이들의 교재 및 간식을 후원하는 것은 삼성그룹이 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에 반항심만 가득했던 아이들이 되려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면서 스스로 행동과 생각을 고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밥 먹을 돈도 없는 아이들에게 차비를 주며 공부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미안하고요.

 

초창기에는 열정을 가지고 너무나 잘했던 아이들이 원서를 쓰고 난 칠월 초부터는 두려움 때문에 빠지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바로 시험에 대한 압박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죠.

 

우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시험을 위해 밤을 새기도 하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으며 공부합니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분들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담당자인 박상순 계장은 연신 “우리 아이들”을 외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복학생에 대한 핍박과 차별 때문에 학교에 다시 가는 것은 두렵지만 검정고시를 봐서라도 학력을 얻고 싶다는 것과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지만 정작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는 포기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지난 8월 2일 검정고시 시험을 치렀습니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결과를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안산보호관찰소의 사과나무 공부방

안산보호관찰소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사과나무 공부방’이 있습니다. 현재 5명의 청소년이 공부중이지만, 취재 당시에는 세 명의 학생이 사정상 참여하지 못하고 두 명의 학생만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산보호관찰소의 ‘사과나무 공부방’은 2008년 3월, 한양대 사회봉사단, 안산공과대학, 경기대학의 지원을 받아서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10월부터는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에서 교재, 간식 등을 지원받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시에서 6시 사이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래 소규모로 운영되던 검정고시공부반이 법무부의 검정고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확대되어 시행된 것이라고 합니다. 

 

▲안산 보호관찰소 사과나무 공부방에서 공부중인 학생들

 

검정고시준비반은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재범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무직 청소년에게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며, 아이들의 자기 계발에도 도움을 줍니다. 안산보호관찰소에서는 현재까지 27명이 공부를 했고 10명이 당당히 합격하는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안산보호관찰소와 서울동부지소 보호관찰소가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검정고시준비반을 운영 중인데요. 앞으로 다른 보호관찰소의 아이들도 검정고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TERVIEW | 김명희(17세, 가명, 안산 보호관찰소에서 검정고시 준비 중) 

Q.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예전엔 잘 몰랐는데,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보니까 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제 또래 아이들은 저보다 선배가 되어 있겠지만, 동생들이랑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한이 있어도 학교는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곳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아쉽거나 힘든 점은 없나요?

A. 다른 쉼터에서 2달 정도 하다가 그저께부터는 이곳에서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적응하느라 바쁠 뿐이지 아쉽거나 한건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들이 친절히 도와주니시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는 마음잡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아요.

 

Q.자신만의 공부 방법이 있다면?

A. 일단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가 풀릴 때까지 풀어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하고 풀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꿈은 무엇인가요?

A. 제 꿈은 요리사에요.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 요리관련 학과에 가서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지금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도 대접해야죠.^^

 

 

아이들의 모습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말 친해요!

8월 2일, 이곳에서 공부하는 5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이 고졸 검정고시를, 한명이 고입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각각 고입시험과 대입시험을 치룬 두 명의 아이들은 당당히 합격했고, 대입시험을 치룬 나머지 한명도 역시 과목합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검정고시공부방에 할당된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학생 봉사자에게 의지해야 하고 전문 강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관심과 봉사자들의 지치지 않는 사랑 덕분에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TERVIEW | 이새미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4학년 · 검정고시학습 봉사자) 

Q. 언제부터 학습봉사를 하게 되었나요?

A. 제가 교정보호학과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저번 학기에 학과수업과 연계해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힘들지만, 계속 하다 보니 아이들과도 친해지고 보람을 느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학 때도 계속 하게 되었어요.

 

Q.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힘든 점이 있었나요?

A. 사실, 처음에 아이들을 봤을 때 제가 조금 위축되기도 했어요. 일단 외형적으로 너무나 성숙했고, 문제를 일으킨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선입견이었죠. 제가 마음을 열지 못하니까 아이들도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그런데 2~3번 자꾸 만나다보니까 아이들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오히려 더 순수한 면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친해지니까 공부할 때도 안할 때도 언제나 착하게 잘 따르고요. 다만 아이들이 정해진 날짜에 빠지는 날이 있어서 힘들 때도 있어요. 때로는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기다릴 때가 있거든요.

 

Q. 아이들의 의욕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시험 볼 시기가 되면 정말 열심히 해요! 시키면 열심히 하는데,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까 의욕이 충만했다가 금방 식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하지만 자꾸 알려주면 신나하고 아는 것이 늘어나는 만큼 열심히 해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보호관찰명령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아이들도 그만큼 자신에게 굴레를 씌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난 이렇게 행동해야 해.’, ‘그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라고 생각과 행동을 미리 닫아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보는 인식이 먼저 바뀌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걸 인정하셔야 해요.

 

 

보호관찰 청소년의 무한도전을 응원해주세요

보호관찰명령을 받은 아이들이 검정고시 공부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이들을 대견해 하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혹 공부를 시키려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에게 오히려 “뭐 하러 이런 애를 공부를 시키냐!”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문득, ‘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달랐던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반성을 해보았습니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도전기는 무한도전이지 무모한 도전은 아닙니다.

우리의 편견 어린 시선이 달라진다면, 그 아이들의 무한도전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전하여 변화하고픈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화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사진 = 이윤희, 이연배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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