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법무부와 대한축구협회가 법질서 확립과 선진 축구 문화 정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법무부와 축구협회는 대한민국 사회에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과 준법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축구사랑, 법사랑, 나라사랑’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8월 6일, ‘경주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유소년축구연맹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법교육이 열렸습니다. 법무부 법교육팀의 ‘손영배 검사’가 진행한 이날 특강에는 약 100명 정도의 축구 지도자가 참석했습니다.
축구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법상식?
이 날 특강 내용은 최고의 축구 지도자 자격을 시작으로 지도자 업무관련 부정행위, 폭력, 명예훼손 등의 유형과 법률 규정, 범죄성립요건 등이었습니다. 손검사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최고의 축구 지도자가 되려면 인격적으로 제자를 양성하는 참된 스승 + 대학 교수 급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훌륭한 축구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법적 소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훌륭한 축구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법적 소양
● 학부모로부터 촌지 등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는 청렴한 스승
● 체벌 없이 인격적으로 가르쳐 존경 받는 스승
● 성희롱 등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스승
● 승부조작 또는 승수에 얽매이지 않고전문성으로 승부하는 스승
● 전술, 기술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는 전문가
● 동네축구를 프리미어급으로만들 수 있는지도자
유혹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축구지도자는 안돼요!
어떤 일이든 누군가를 관리·감독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 유혹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는 축구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만약 축구 지도자들이 촌지를 받고 누군가를 경기에 뛰게 해주거나 혹은 누군가의 실수를 눈감아 준다면 이건 엄연한 부정행위가 됩니다.
이런 촌지 문제는 유소년 축구지도자도 예외가 아닌데요. ‘지도자를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법이야.’ 하며 촌지를 받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촌지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이 축구감독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장하듯, 정정당당한 스포츠를 가르치는 지도자들도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지 말아야겠습니다.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 ①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범인이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스포츠 등과 같은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행할 수 있는 부정행위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승부조작입니다. 정정당당해야 할 승부를 조작하려고 한다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경기를 응원하는 팬들마저 우롱하는 꼴이 됩니다. 이는 당연히 범죄이며 업무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허위사실 유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선수를 대상으로 한 폭력! 가장 조심해야
축구 지도자들은 직접 몸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데요. 그래서 경기가 제대로 안 풀린다든지, 선수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며 그 화풀이를 선수들에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부정행위 못지 않게 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폭력입니다.
선수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상해죄 또는 폭행죄에 해당하는데요. 특히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형법이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 된다고 하니, 폭력은 절대 행사하지 말아야 합니다. 처벌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기준을 정해 놓는 것이 좋고, 또 가급적 폭력보다 체력증진 등의 대안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현장 또는 인터넷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는 경우에 성립되고, 모욕죄는 욕설, 폭언 등 인격을 경멸하는 내용의 말을 하는 경우에 성립되는데요. 쉽게 말해서 ‘모 심판이 편파판정을 했다. 눈도 없느냐.’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은 인터넷상이든 현장이든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축구지도자도 검사님께 한 수 배웠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많은 축구 지도자 분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 강의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강의를 함께 한 지도자 선생님 중 최고 연장자라고 하는 마산 합성초등학교의 한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NTERVIEW | 강상기 (마산 합성초등학교 축구 감독)
Q. 어떻게 해서 교육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A. 법에 대한 궁금한 점도 있었고, 평소 생각과 교육 받는 것을 비교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배우러 온 거죠.
Q. 평소 축구 지도자의 폭력, 비리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셨나요?
A. 실제로 축구 지도자들이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잘 안되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곳에서 따끔하게 이야기 들으니 저 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오늘 검사님의 강의를 들으시고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A.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저희 지도자들도 지도 방법을 연구하고, 법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등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아이들도 때리고 억지로 훈련시킨다고 잘하지 않지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듯이, 아이들이 진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우리 감독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유소년축구연맹 지도자분들이 이 강의에 약 100명이나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2010 화랑대기 전국 초등학교 유소년 축구대회가 경주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2010. 7. 29. ~ 2010. 8. 13.)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법교육까지 받기 위해 이날 특강에 참석하신 모든 지도자분들의 열정이 놀라웠습니다.
얼마 전, 안산에서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 12명이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자선축구경기’에 참여하여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날 캡틴 박지성 선수는 감독으로 데뷔(?)를 했다고 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지금 당장 은퇴하여 감독이 되는 것은 너무나 아쉽지만, 훗날 은퇴를 하고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이 된다면 분명히 법적 소양을 철저히 지키고 양심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지성 선수!! 감독 결정되면 강의안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ㅎㅎ)
이 강의를 들으신 지도자들 모두 최고의 축구 지도자로 거듭나길 바라며, 앞으로 축구지도자 생활을 하실 분들도 법적 소양을 쌓아 스포츠의 열정과 순수함이 빛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법질서 확립과 선진 축구 문화도 한걸음 더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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