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충청도 한 지방의 우물 속에서 한 여자의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자시(23시~1시)에 물레방앗간에서 만나기로 했는디 순영이가 나오질 않았구만유.”
죽은 여성을 처음 발견한 건 같은 마을에 사는 강쇠였습니다. 강쇠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죽은 여인은 목 뒤쪽에 검은 상흔이 있을 뿐 예전의 고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검시관과 순검은 어리저리 죽은 여인과 강쇠의 모습을 샅샅이 살펴보더니 강쇠에게 말했습니다.
“사건은 종료되었소. 범인은 바로 당신이오.”
검시관은 과연 무슨 이유로 여인을 죽인 범인을 강쇠라고 지적한 것일까요? |
“물에 빠져 죽은 것과 죽은 후 물에 빠진 것은 사체의 형태부터 다르지.”
조선시대 법의학서인 신주무원록에 따르면, 물에 빠져 죽은 사체와 죽은 후 물에 빠뜨려 유기한 시체는 형태가 다르다고 합니다.
먼저 물에 빠지거나 몸을 던져 죽은 사체는 살빛이 문드러져 허옇게 되고, 입은 벌리고 눈은 감았다고 합니다. 또한 복부가 팽창하고[부풀어 오르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린 흔적으로 손톱에 진흙이나 모래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라면 귀와 코, 입 등에서 마셨던 물이 흘러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검시관은 우물에서 발견된 순영의 손톱 밑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진흙이나 모래는 없었고, 무엇을 할퀴었는지 흐물흐물한 껍데기 같은 것이 살짝 묻어 있었습니다. 또한 눈과 코, 입을 살펴보니 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물이 흐르지도 않았습니다. 검시관과 순검은 그녀가 물에 빠져 죽은 게 아니라 물에 빠지기 전 이미 죽었거나 혹은 의식을 잃었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팔다리가 묶인 자국이 검붉은걸 보니…”
검시관가 순검은 사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강쇠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강쇠, 팔을 한 번 걷어 보게나.”
순검은 강쇠의 팔을 걷어 여기저기 피부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팔꿈치 위쪽으로 붉은 손톱자국이 길게 그어져 있었습니다. 또한, 주먹을 쥐는 부분에 멍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검은 강쇠에게 “당신이 순영의 손과 발을 묶어 납치해서는 목 뒤 급소를 주먹으로 세게 쳐서 죽인 후 우물에 유기한 것 아니냐!”고 추궁을 했고, 얼굴이 새파래진 강쇠는 뒤늦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야 말았습니다.
“지는 벌써 5년 동안 순영이를 짝사랑하고 있는디 순영이는 지 맘을 몰라줬어유.
자꾸 귀찮다고만 하기에 지두 맴 접을 요량으루 딱 한번만 만나자구, 더 이상 귀찮게 안한다구 하구선 물레방앗간에서 만나기로 했는디
고것이 옆집 놈이랑 만나느라 안 나타나는 거여유.
화가 나서 욱하는 맴으로 집에 가는 걸 들쳐 업고 와서는 못 도망가게 팔다리를 꽁꽁 묶었는디
이게 또 막 지 속을 박박 긁으며 대드는 거여유. 그래서 한 대 때렸는데...
그걸로 그냥 저세상으로 갈 줄은 몰랐구만유...
우물에 버린 건 무서워서 그랬시유... 죽을 죄를 졌시유...”
결국 강쇠는 죄값을 받기 위해 포청으로 끌려갔고, 유기 당했던 순영의 사체는 편한 곳에서 고이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 없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던 선조들의 지혜
첨단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체의 모습과 용의자의 흔적만으로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하지만 신주무원록에 전해지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현재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부분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조선시대 법의학서인 신주무원록에서 말하고 있는 조선시대 과학수사 방법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이야기는 그 방법의 사실 규명보다는 ‘조선시대에도 이런 방법으로 과학적인 수사를 위해 노력했었다.’는 참고 자료로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egurman.culturecontent.com/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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