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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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성소수자로 대한민국땅에서 살아가기

법무부 블로그 2010. 8. 9. 17:00

우리 사회에는 여러 분야의 소수자들이 곳곳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중 일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회적 ‘소수자’ 이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일반 사람들과 제일 괴리가 심한 소수자들은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즉 ‘성(性) 소수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로 널리 알려진, 아주 유명한 사람이 있지요.

바로 방송인 홍석천씨 인데요.

10년 전 쯤 커밍아웃과 동시에 모든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었던,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성 소수자 홍석천씨.

그를 만나서 성 소수자로서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당신에겐 내가 어떤 사람인가요?

“요즘 이렇게 레스토랑 사업도 하고 있고요. 조만간 뮤지컬도 한 작품 하게 될 것 같아요. 또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고요. 성 소수자를 위한 인권 운동(강의, 홍보대사 등)도 하고 있고요. 아무튼 정신이 없어요!”

 

홍석천씨와의 인터뷰는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많은 맘고생에 시달렸을 그이기에 이제 웬만한 질문에는 상처도 받지 않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빙빙 돌리는 것 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10년 전, 커밍아웃을 하기 전과 지금의 달라진 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달라진 정도를 떠나서 나를 엄청 편하게 대해주죠.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동성애자로서 편하게 대하는 것인지, 익숙하고 친근한 방송인으로서 편하게 대하는 것인지, 나는 그걸 잘 모르겠어요.”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그를 보면서, 그가 방송인이기 전에 충분한 권리를 누려야 할 한 ‘사람’임에도 ‘소수자’라는 이유로 위축되고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왠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게이 인권, 혹시 들어보셨나요?

10년 전, 커밍아웃을 한 이래로 홍석천은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서도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작년에는 덴마크에서 열린 ‘게이 게임(Gay Games)’이라는 동성애자들만의 올림픽 겸 학술제에 연사로 초청되어, 연설 후 기립박수를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연설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사회 내의 게이 인권에 대해서 연설했어요.”

 

그가 1년 전 코펜하겐에서 했던 연설의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먼저 “레즈비언들이 직장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군대에서 왜 성폭행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고, ‘모르겠다’는 제 대답에 설명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1차적인 성차별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여성 동성애자들의 경우, 직장 내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남자 상사에 의해 성추행 또는 성폭행이라는 ‘범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군대도 마찬가지예요. 부대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선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성폭행이 아닌, 명백히‘성 소수자가 타겟이 된 성폭행’이라는 사실이 더 문제지요.

 

직장인들만 이렇게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성 소수자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대학생의 경우) 제대로 된 성적을 못 받기도 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합니다. 이게 최근까지 한국 사회의 현실이에요.”

  사진출처 = 홍석천 미니홈피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잠시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동성애자 축제들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샌 프란시스코, 뉴욕, 시드니 등에서는 매년 ‘gay festival’이 열려요.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은 gay festival이 열리면 정부나 주(state) 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직접 나와서 개회식 때 연설을 하기도 하죠.

 

우리나라와는 달리 성소수자들에게 많이 개방되어 있는 듯 한 외국의 문화를 보고 부러운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런 축제가 있다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텐데 말이지요.

 

한국도 있긴 해요. 매년 ‘퀴어 페스티벌(Queer Festival)’이 열리고고 있지만, 지원이 점차 줄고 있어요.”

 

한국에도 그러한 축제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원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우리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남들과 똑같은 의무를 다 해요. 우리를 위한 작은 축제나 보호제도들이 그래도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이런 소박한 희망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커밍아웃 했는데...”

그는 지금까지 ‘(커밍아웃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그럴 때마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한다는군요.

 

그에게 좀 더 용기를 내어 어떻게 커밍아웃을 할 결심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첫 애인이 네덜란드 사람이었는데, 둘이 같이 다닐 때 마다 사람들이 ‘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그를 항상 ‘내 영어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자신에게 ‘네가 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너는 진짜 행복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고, 많은 여행과 생각의 시간을 거쳐서 ‘내가 진짜 행복해지기 위해’ 커밍아웃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행복해지고 싶어서 선택했던 길도 그를 순탄하게 만들지는 못했지요. 그는 커밍아웃 직후 뉴욕으로 가서 더 공부하고도 싶었으나, 사람들이 ‘커밍아웃하고 도망가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싫어서 다른 분야(사업)에서 더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성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매 순간마다 용기를 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해요. 한국 사회는 아직 성 소수자들에게 관대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것이 약점으로 잡히면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당할 수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협박을 당한 사람은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어요.”

                                                                                                                                             사진출처 = 홍석천 미니홈피

 

그는 매 순간마다 용기를 내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오면 꼭 전투를 끝내고 돌아온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커밍아웃을 한 건데, 내가 진짜 행복한 거 맞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군요.

 

 

내 꿈이요? 이런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거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는 갑자기 표정이 없어지면서 한참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꿈이요? 아, 이 질문 정말 오랜 만이다. 꿈이 뭐였지....?”

 

그는 10년을 매일매일 전투하듯이 살아와서 꿈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씁쓸한 웃음으로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안 하는 거요. 내가 ‘동성애자 홍석천’이 아닌, 그냥 ‘인간 홍석천’으로 인정받는 거요. 말하고 나니 조금 슬프네요?”

 

그의 마지막 대답을 듣고 왠지 뜨끔해지면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성 소수자들도 있다는 것을, 그들도 우리와 취향만 다를 뿐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신청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취지 자체가 오히려 그를 괴롭힌 꼴이 된 것 같아서 였습니다.

 

‘나와 다른 것’은 경우와 정도에 따라서 괜한 반감을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니지요.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봐 주면 어떨까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단지 ‘취향’만 다를 뿐이니 말입니다. 이 기사를 통해 사회 곳곳에 있을 성 소수자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예민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해주신 홍석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이 기사와 인물에 대해 논리 없이 오로지 비방을 목적으로 한 댓글은 정중히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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