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저지른 제 자신이 밉습니다...
저는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성폭력을 저질렀고, 법원에서 수강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천 보호 관찰소에서 ‘인지 체계 교정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되었지요.
여기에 오기 전, 제가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만 해도 여자도 분명 (성관계를)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지 체계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을 배웠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동안 ‘여자’ 에 대해서 저도 모르게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인지 체계 교정프로그램’을 통해 범죄를 저지른 비슷한 또래와 얘기를 나누고, 독서치료나 심리치료를 하고보니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잠도 오지 않을 만큼 수업도 너무 편하고 재밌었어요. 성폭력이 정말 심각한 범죄라는 것도 알았고 다시하면 안 될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성교육은 정말 한 번쯤은 꼭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소년 인지체계 교정프로그램이 제 인생에 큰 변화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 글은 ‘소년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을 받은 한 학생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작성한 소감문입니다. 인천 보호관찰소에서는 소년 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는데요. 많은 성폭력 가해 학생들이 ‘소년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늦게나마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얻고 있습니다.
인지체계를 교정하는 프로그램?
최근 몇 년 동안 성폭력 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자발찌 착용,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거세) 등 성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법적인 제도도 계속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미성년자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 성범죄자와 같은 처벌을 받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소년들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성폭력 가해 학생들은 판사의 수강명령에 따라 ‘소년 성폭력 가해자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수강하게 되는데요. 이는 성폭력에 대한 오해와 그릇된 사회적 통념을 수정하여 왜곡된 성의식(인지체계)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소년 가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공감하게 하며,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의 효과는?
인천 보호 관찰소에서 수강명령을 담당하는 노희란 담당관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의 소년 가해자들을 조사한 결과,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들이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재범률도 낮았다” 며 “프로그램이 끝날 때 쯤 조사한 여러 가지 심리검사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 모두가 예전에 비해 자존감도 높아지고 심리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천지법 소년부 판사님들도 성폭력 가해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꼭 수강하도록 처분을 내리신다고 하네요.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은’ 2009년에 32명을 대상으로 총 4회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상반기에는 16명이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을 수강했고, 하반기에도 프로그램을 진행 할 계획입니다.
이전에는 한 회당 8시간동안 총 5회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앞으로는 한 회당 4시간동안 총 10번으로 늘려 2개월 동안 시행할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2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자주 만나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새로 배운 성지식과 느낌을 나누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면 보다 견고하게 올바른 성지식을 쌓을 수 있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 우리도 살짝 볼 수 있을까요?
▲ 인지체계 교정프로그램. 좌로부터 독서치료, 심리치료, 집단상담 교육 모습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은 집단 상담과 독서치료, 심리치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다섯 가지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이해’라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여성의 성 심리에 대해 배우면서 성적 의사소통 기술도 배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성적 의사 표현에 대해서 ‘No’ 라고 얘기 했을 때, “너 왜 내숭떨어?”가 아닌, “그래, 알았어.”라는 형태로 No가 No 그 자체로 인식되도록 합니다.
두 번째는 ‘성 및 성폭력 관련 인지체계의 변화’ 체계로, 성에 대한 환상 수치를 검사하는 ‘대응척도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 후 강간에 대한 통념을 교정하고, ‘피해자가 반항했다면 이번 일은 없었을 거야!’라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교정 합니다. 이와 함께 범죄를 인정하는 시간도 있어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체계는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순서인데요. 발생했던 사건들은 ‘성관계’가 아닌 ‘성 폭력’임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포르노그래피를 봤는데, 그게 범죄인가요?’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있어서, 이들과 함께 포르노그래피를 비판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편지 쓰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도록 교정을 받습니다. 또한 성폭력 근절 방안을 역할극을 통해 모색하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는 ‘재범의지에 대한 대처방법 습득’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성충동을 느꼈을 때 대처하는 방법과 손익계산(이번 사건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을 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의 대다수는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력감과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행위는 비난하되, 자신에 대해서는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프로그램을 수강한 학생들에 의해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성범죄가 심각한 줄 모르고, 성적 호기심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학생인데요. 이 프로그램으로 많은 학생들이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변화된 것을 느끼고 소감문을 작성하여 나누고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비록 범죄를 저질러 이런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되었지만, 열심히 듣고 충분한 자기반성을 했다면 아이들은 적어도 그 순간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되네요.^^
소년 인지 교정 프로그램 수료! 이제부터 시작
학생들은 이렇게 ‘인지체계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잘못한 ‘범죄’에 대해서도 반성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까지 배웠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은 학생들은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으로 이제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지요?
소년 인지 교정 프로그램이 이 아이들의 성교육의 끝은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도 나아지지 않았거나, 이 후에 꾸준히 심리상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환경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데요. 이런 경우 상담선생님이 지속적으로 학생과 면담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아이들인데, 그 기회가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 지식을 배워서 바른 이성교제도 하고, 성실한 사회생활도 하는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모든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인천보호관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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