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혼자서 술도 못 마시게 하는 더러운 세상, ‘마우이섬’

법무부 블로그 2010. 6. 15. 08:00

  

 

하와이 군도의 한 섬인 마우이에 도착했다. 첫 날,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잠시 짐정리를 한 후 주변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서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좀 더 느긋하게 느끼려고 석양이 물드는 바다가 보이는 호텔의 야외 바에 자리를 잡았다. 직원이 내미는 메뉴판을 보는데 나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내용이 있다. ‘맥주 피쳐는 최소한 2인 이상은 되어야 주문할 수 있다’는 문구가 바로 그 것. 이 무슨 퐝당한 시츄이에션?!

 

 

술과의 씨름 금지

16온스(약 500ml) 맥주 한 잔이 6달러 정도인 것과 대비하여 그 세 배의 양이 담긴 피쳐 하나는 두 배가 조금 넘는 13달러 밖에 하지 않으니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혼자서는 피처 주문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를 직원에게 물어보니 “혼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만든 법인 듯하다.”고 말한다. 휴양지인 이곳에서 마음대로 술을 마실 수도 없다니 잠시 이해가 안 갔지만 생각해 보니 이런 곳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안전한 휴가를 위해서라면 다른 곳보다 더 제재가 필요한 것이 맞는 듯했다. 풀어진 마음에 쓸데없는 호기를 부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밤 12시 되면, 술 판매 금지?

마우이 섬에서 밤 12시가 지나면 마법이 일어난다. 신데렐라의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슈퍼마켓에서 술이 사라진다! 사실, 실제로 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다는 것이다. 눈 앞에 술이 쌓여 있는데도 절대로 술을 구입할 수 없다. 어느 날인가 12시가 넘어 물 한 통을 사러 갔더니 한 코너 전체를 커다란 그물로 막아놓은 것이 보인다. 바로 술 코너. 모든 마우이의 수퍼가 다 그런 지는 사실 확인하지 못했지만, 관광객이 많은 마우이에서 철저하게 12시에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보면 술이 아주 자유로운 곳은 아닌 듯 싶다.

 

생각해 보니 위의 두 가지 법은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제2의 조두순 사건이라 불리는 김수철 사건도 모두 술 때문에, 그것도 술을 마시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각에 혼자서 마시다 저지른 범죄이니 말이다. 법으로 억지로라도 못하게 해서 앞으로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그러한 상황을 저지시킬 수만 있다면 딸을 키우는 부모들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법을 마우이에서 만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어려 보인다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하와이 주 뿐 아니라 미국에서 단 한 번이라도 주류를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것이다. 하와이 주에서의 주류 구입과 소비 가능 연령은 21세.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이들은 신분증 제시 요구에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나이 내일 모레 40인데 술을 산다고 신분증 보자고 하더라. 미국이 나의 ‘절대 동안’ 외모에 깜짝 놀랐다.”며 자랑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은 금물. 마우이 섬에서는 외관상 40살로 보이는 이들까지 신분증을 검사한다. 혹시라도 심하게 겉늙어 보이는 청소년에게 실수로라도 술을 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인 것!

 

 

바다가 나를 불러?!

 

 

예전에 한국에서 어떤 남자 대학생이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해변에서 술을 과하게 마신 후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같이 있던 이들에 따르면 “바다가 나를 부른다.”고 하며 뛰어들었다고. 술에 취하면 누구든 이성을 잃을 수 있다. 특히나 앞에 나를 끌어 앉을 듯 넓게 펼쳐진 바다가 있다면 뛰어 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겠다. 그래서 마우이 섬에는 ‘해변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법이 있다.

 

 

술! 이제 그만!

지나치게 엄격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 모두가 자국민의 ‘안위’를 위한 하와이 주 마우이 섬의 ‘주법’인 셈이다. 이를 직접 몸으로 느껴 보면서 어쩌면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네 술 문화를 이제는 한 번 돌아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 밤 취객과 전쟁을 치루는 것이 경찰관들의 주요 업무가 되었으며 폭력 사건과 각종 흉악 범죄 역시 ‘술’에서 비롯되고 있다. 예부터 음주를 좋아하고 즐기는 나라였다고는 하지만, 이젠 즐김을 넘어서 남에게 피해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술이기에 마우이에서 처럼 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법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술은 ‘나’를 위해 ‘적당히’ 마시는 절제의 미학이 점점 더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메뉴판 =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