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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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추노꾼, 이런 일을 하는구나!

법무부 블로그 2010. 6. 14. 17:00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하는 21세기 추노꾼

추노란 도망간 노비를 수색하여 연행해 오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kbs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덕택에 '추노꾼'이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21세기엔 노비가 없습니다. 하지만 추노꾼은 있습니다. 단, 하는 일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요.^^;;

 

과거 추노꾼이 노비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었다면, 21세기 추노꾼은 자유형 미집행자를 검거하러 다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자’)란 법원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출석하지 않고 도망 다니는 사람을 말합니다.

 

벌을 받아야 하는데도 받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는 ‘미집자’들을 찾아다니는 대구지검 상주지청의 신규발령 초보 수사관의 미집자 집행 도전기를 소개합니다.^^ 

 

팬티 바람으로 뛰어나오게 만드는 여수사관의 힘!!

 

실형 6월을 선고받아 확정된 미집자 A씨는 우리가 찾지 않더라도 찾을 사람들이 많은 신용불량자였습니다. 사채 형님들한테 쫒기다 보니 은신생활이 일상이 되었고, 각종 조회에도 내역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간의 통화내역, 주변인 탐문으로 얻은 피같은 A씨의 휴대폰 번호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을 통해 대상자가 있다고 판명되는 임대아파트까지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폐인생활을 하고 있을 A씨가 낯선 남자의 방문에 쉽게 문을 열어줄 지가 의문이었지요.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A씨 대문을 서성이던 저는 문득 복도식 아파트의 옆 세대들의 모든 초인종을 순차적으로 누르며 거주자로 하여금 쉽게 문을 개방케 해 줄 것으로 보이는 귀여운 여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친절하게도 목에는 XX동사무소 행정인턴 OOO란 명찰도 걸려 있었습니다.

쉽게 문을 열게 하는 꽃소녀의 힘에 끌려 저는 “아가씨 이집 초인종 좀 눌러 주세요.”라고 부탁을 하게 되었고, 친절한 아가씨는 친히 초인종을 눌러 주었습니다. A씨는 옷도 다 갖춰 입지 않은 채 팬티 바람으로 문을 벌컥 열더군요.

 

“A씨, 옷 입으세요.”

검거시 첫 마디가 그것도 남자를 대상으로······.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남수사관들이 들이닥쳐 미집자들이 베란다에 매달린 사례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반면 여수사관의 방문은 미집자를 팬티 바람으로 뛰쳐나오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수사관과 미집자 서로 윈윈(?)하는 완전하고 안전한 검거가 되지 않을까요?^^a

 

 

집행 상황에서의 멋진 멘트가 필요해!

 

우리청 장기(?)미제로 2009년 7월 실형이 확정되어 1년간을 끌어온 C씨를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요? C씨는 탐문시에도 몇 회에 걸쳐 정보가 새어나가 검거망을 피했으며 1년여의 기간 동안 총 5회에 걸쳐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상주에서 죄를 범한 이후 양산, 대구, 서울, 대구, 양산으로 주거지를 계속하여 옮기는 바람에 검거가 쉽지 않은 미집자였습니다.

 

검거의 결정적 단서는 C씨의 치명적 실수에서 나옵니다.

C의 통화내역을 어렵사리 확보한 직후 그동안 축적해왔던 C씨의 모든 주변인물을 조사했고, 내연녀의 오빠 명의로 된 주택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여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C씨가 있는 해당 주소지는 새로 지은 건물로, 들어가려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더군요. 들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들어가리라 마음을 먹고, 태권도 도장 차에서 내려 쏜살같이 건물로 들어가는 초딩을 발견하고 바로 뒤쫓아 들어갔습니다. (남자아이라 망정이지 여자아이였다면 엄청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식은 땀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띵동, 띵동~ 등기왔습니다!”

등기왔다는 속임에 의외로 쉽게 C씨의 내연녀가 문을 열었고, 진입한 우리들은 팬티 바람으로 TV를 시청하는 C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옷 입으시죠.”

검거할 때 마다 미집자들의 옷을 입히는 묘한 기분이란······.

 

“아, 어떻게 찾으셨죠?”

전 미집자 H씨를 검거할 당시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그 때, “검찰이 장난인 줄 아십니까?”란 유치한 멘트에 몇 번이나 후회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우리도 영업해야죠. 어떻게 그걸 말해줍니까?” 역시나 유치한 멘트였습니다.

(괜히 말했어~ 괜히 말했어~!! ㅠㅠ)

 

다음엔 멋진 멘트를 준비하여 검찰수사관의 위상을 드높일 그날을 기약하며 수갑을 채운 뒤 수사차량에 태워 교도소로 향했습니다.

  

 

대구지검 상주지청 미집자수는 2008년 3명, 2009년도에 11명, 2010년 6월까지도 3명이었으나 검거팀 외 지원팀의 별도 운영 등 특별한 노력으로 발생한 미집자를 전원 검거하여 현재 미집자 0명을 달성했습니다.

 

쫒기는 사람과 쫒는 사람! 2002년에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을 보는 듯 한 느낌도 드는데요. 죄가 있으면 죄를 달게 받는 것이 옳겠지요? 미집자들이 있는 한 그들을 쫒아 죄를 묻는 ‘21세기형 추노꾼’도 더욱 발전해 나아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