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건물 앞에서 무단횡단하다가 경찰한테 딱 걸려서 벌금 내게 생겼어! 아~ 짜증나~!!”
그런데 친구의 얘기 중 한 단어가 귀에 탁 와서 박혔습니다. 벌금?
무단횡단으로 받게 되는 건 벌금이 아니라 범칙금이지요. 하지만 친구한테 ‘벌금이 아니라 범칙금이지’ 했다가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만 될 테고, 사람들이 무심코 혼동해서 쓰는 벌금과 과태료, 범칙금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벌금과 과태료, 범칙금 등을 혼동해서 쓰거나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태료, 벌금, 범칙금은 처리 기관도 다르고 형태도 완전히 다른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알쏭달쏭 궁금한 벌금과 과태료의 차이, 어떤 것이 다를까요?
먼저 과태료에 대해 알아볼게요. 과태료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랍니다. 과태료는 행정 법규 등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 위반에 대해 시청, 군청 등이 부과하는 금전적 징계를 말합니다. 즉 주민등록 신고를 늦게 했다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경우 등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쓰레기 봉투에도 ‘이 봉투 외에 다른 봉투를 사용하여 쓰레기를 버릴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고 명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태료는 법령 위반이 아닌, 법률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질서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했을 때 돈으로 벌을 받는 것입니다. 또 과태료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만들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거나 흔히 말하는 빨간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벌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벌금은 형벌의 한 종류입니다. 즉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구류, 과료, 몰수 등 아홉가지 종류의 형벌 중에 한가지입니다. 벌금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서 법원이 재판을 통해 선고를 해야 비로소 부과됩니다.
형법상 벌금은 5만원 이상이며 판결 확정일부터 30일 이내에 납입해야 합니다. 이를 납입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고, 수사기관에 자료로 남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앗, 그럼 범칙금은 뭔가요?
벌금과 과태료 말고도 또 범칙금이 있는데요, 범칙금은 전과기록이 남지 않고 재판 없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벌금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서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어요)
범칙금은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범칙자가 통고처분에 의해 국고에 납부해야 할 금전을 말합니다.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 경범죄처벌법상의 행위 유형으로 쓰레기 방치, 자연훼손, 노상방뇨, 무단횡단, 공공장소 흡연 등이 있습니다.
범칙금은 납부기간에 내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게 되고 지속적으로 납부를 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다시 앞의 상황으로 돌아가 볼까요? 무단횡단을 했을 때 우리가 받는 ‘딱지’는 벌금이 아닌 ‘범칙금’입니다. 무단횡단이 벌금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전과자가 되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 벌금과 과태료, 그리고 범칙금의 차이점을 조금은 알게 되셨나요? 용어의 차이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든 법을 어겼을 경우에 행해지는 처벌의 일종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나만 재수없게 걸렸어’라는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조금은 부끄러움을 아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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