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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당한 KIA 박경태선수의 빈볼을 해석하다

법무부 블로그 2010. 5. 29. 08:00

이런 상황에서는 도루하면 안 된다는 규칙도 있나?

 

  

5.26.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박경태 투수가 엘지 트윈스의 이대형 선수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을 당했습니다. 이대형 선수가 점수 차가 많이 난 상황에서 쓸 데 없이 도루를 하여 상대방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KBO 경기규칙을 찾아보니 어디에도 ‘점수 차가 많이 난 상황에서는 도루를 해서는 안 된다.’ 거나 ‘이러한 경우에는 빈볼을 던져도 된다.’는 규정은 없더라구요. 다만, ‘야구시합에서 지켜야 할 불문율 10계명’ 중에 ‘점수 차가 많이 났을 때 이기고 있는 팀에서는 도루나 번트를 삼가라’는 불문율이 있다고 하는데요. 불문율이다 보니 경기규칙에는 없는 것이 당연한가 봅니다.

 

 

야구규칙은 빈볼에 대해 어떻게?

그렇다면, 빈볼이란 무엇일까요? ‘머리가 빈 사람이 던지는 공’이라는 뜻일까요? ^^a

아니면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빈 곳에 던지는 공이라는 뜻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빈볼(bean bell)이란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공’이라고 합니다. 빈볼은 콩을 뜻하는 영어 bean과 공을 뜻하는 영어 ball의 합성어지만, 여기서 bean은 콩이 아닌 ‘머리’를 뜻하는 속어라고 하네요. 즉, 머리를 향해 던진 공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KBO경기규칙에는 빈볼에 관한 규정이 있을까요? 찾아보니 있더군요. 8.02에서 ‘투수는 다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다음 (d)에서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히려고 투구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심판원이 ‘그 투수 또는 그 투수와 감독을 경기장에서 퇴장’ 시키거나 ‘그 투수와 양 팀의 감독에게 재차 이와 같은 투구가 있을 때에는 그 투수와 감독이 퇴장 당한다는 요지의 경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게 야구공을 던져서 상처를 입히면 상해죄

사람에게 일부러 돌을 던지거나 둔탁한 물건을 던져서 다치게 한 경우 상해죄 등으로 처벌받습니다. 더구나 일반인이 다른 사람에게 야구공을 던져서 상처를 입히게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한 물건을 던진 것으로 인정되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빈볼도 상해죄에 해당할까?

그렇다면,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해 빈볼을 던진 경우에는 절대로 죄가 되지 않을까요?

 

투수가 야구공을 일부러 타자의 몸을 맞히기 위해 던지면, 타자의 몸에 멍이 들거나 경우에 따라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형법은 이러한 일이 야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상해죄로 처벌하고 있는데요. 상해란 일반적으로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고의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서는 상해죄로 처벌하며, 상황에 다라서는 가중하여 처벌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전문용어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지요.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 말고도 위법성을 없애주는 사유가 없어야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 형법에서 위법성을 없애주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잘 알려져 있는 정당방위(제21조)인데요. 이외에도 정당행위(20조), 긴급피난(제22조), 자구행위(제23조), 피해자의 승낙(제24조) 등이 같은 유형에 속합니다.

 

그중에서도 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요. 야구선수들이 야구를 하다가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경우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서 처벌되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다가 야구선수들은 모두 성인이니까 책임질 능력은 당연히 있겠지요.

 

 

정당행위의 요건은?

그렇다면 빈볼의 경우에도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지 않게 될까요? 정당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나 방법도 상당해야 하며, 보호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없어야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빈볼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맞지 않을까요? 결국 투수가 타자를 일부러 맞힌 빈볼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상해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감독이 빈볼을 지시했다면 감독은 어떻게 처벌될까요? 형법 제31조에서 교사범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규정에 따라 감독은 상해교사죄가 적용되어 투수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되게 됩니다.

 

 

정당행위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

반면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실수로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형법에서는 상해에 대해 고의가 없이 과실로 상처를 입힌 경우에는 과실치상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포수가 홈플레이트에서 블로킹을 하던 중,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충돌하여 상처를 입거나 기절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경우, 야구를 떠나서 보면 일반적으로는 과실치상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야구경기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전형적인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

 

 

빈볼! 왜 처벌하지 않나?

앞서 본 것처럼 고의적인 빈볼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상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빈볼을 던져서 다쳤다고 하여 처벌받은 경우는 없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빈볼에 맞아 다쳤다고 상대 투수를 고소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며, 빈볼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은 법률이 생활이나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타자를 실제로 맞힐 생각이 아니라 위협구를 던질 생각으로 던졌는데 컨트롤이 되지 않아 타자를 맞힌 것이라면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일부러 타자를 맞힐 생각으로 던진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만일 그 공에 맞은 선수가 생명을 잃거나 중상을 당하거나 혹은 가벼운 부상일지라도 그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 결국은 선수생활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몸으로 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니만큼 다른 선수를 배려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기고 있는 팀에서도 쓸 데 없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을 해서 위험을 자초해서도 안 되겠지요.^^

 

승부도 좋지만, 모두가 동업자정신을 보여 관중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