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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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영화 하모니,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

법무부 블로그 2010. 5. 9. 08:00

 

영화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진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하모니’.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울림은 단절된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1997년 3월.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해 찬양단을 만든 것이 이 합창단의 계기였다. 찬양을 통해 죄를 뉘우치면서 회개하고, 신앙심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신학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하신 조성근목사(남.56.보은백석교회)가 하모니 합창단을 이끌어 가고, 피아노 반주자 송주은씨(여.24)도 귀한 시간을 내어 정기봉사를 하고 있다.

 

하모니 합창단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심홍섭 교회사(계장)는 수용자들이 하모니 합창단을 통해 조화와 화합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와 조화되지 못해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노래를 통해 조화를 배운다. 과연 그게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하모니 Ⓒ 네이버 영화

 

 

살인죄로 12년 형, 사람들을 쳐다보지 못해요...

현재 살인죄로 복역중인 박금희(가명,37세)씨는 다른 구치소에서 수감중일 때, 소책자에서 하모니 합창단에 대한 안내문을 먼저 보았다. 청주로 이감된 후에도 몇 년을 기다렸고, 교도소 생활에 잘 적응한 후 합창단에 들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바깥 세상에 두고 온 아들(10세)과 맞바꾼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12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 싶었던 그녀는 아들과 다시 만날 때까지 충실하게 보내기로 하고 합창단 생활과 방송대 중문학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INTERVIEW | 박금희 (가명, 살인죄) 

 

Q.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들 때문에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A. 가족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눈을 맞추지 못했어요. 떳떳하지 못했거든요. 큰 죄를 저질러 놓고 용서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 정도(12년형) 고통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절망하고 슬퍼하는 모습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살기로 했어요. 사회구성원으로서는 자격을 잃었지만, 그래도 덜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아야죠.

 

Q. 가족들은 합창단에 몸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 만족해 합니다. 외부공연 갈 때 가족 초청도 하거든요. 부모님을 코 앞에서 만나진 못해도 멀리서 보시고는 행복해 하셨대요. 재소자 복장이 아닌 화사한 공연복 입은 모습을 보시고요...

 

Q.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연습시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 돼요. 1주일에 한번(수요일) 연습하는데, 미싱을 하는 사람도 급한 공연일정이 잡히면, 추가연습 합창시간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 자기 몫을 마치고 오죠. 기능훈련을 받는 분도 그렇고요. 규칙적이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는 이곳 환경에서 합창훈련을 위해 분주해지는 것 자체가 활력이고 에피소드 꺼리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었다면요?

A. 세종문화회관 공연과 법의 날 기념공연에 갔을 때요. 법무부 장관을 모신 자리에서 공연 했을 때, 왠지 편안했어요. 대단히 긴장될 줄 알았거든요. 이상하게도 합창하는 동안 만큼은 가족 앞에 둘러싸인 것 같았어요. 합창 끝나고 우리들끼리 “내 식구라서 그런가??” 라고 농담도 했어요.

 

Q. 합창단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요?

A. 잘했다고 격려해 주고 큰 박수를 쳐 주실 때 보람을 느꼈어요. 교도관님들, 지휘자, 반주자님등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고맙고 여기 있는 동안 충실하게 살 겁니다. 그래야 엄마로서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출소 후 노래를 계속하실 예정인지요?

A. 밖에는 음악을 전공하신 훌륭한 분들이 많을 텐데.... 저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야, 계속하고 싶어요. 노래를 하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밝게 살 수 있을 거예요. 적극적이고 배려심을 가지게 돼 새 생활에도 잘 적응할 거라고 봐요.

  

확실히 하모니 합창단은 청주여자교도소의 활력이었다.

“상대방 목소리를 잘 들어라. 내 목소리를 강조하다 보면 다툼이 생기고 내 목소리를 줄여 조화로워 진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지휘목사님의 말씀에 따라 모두가 조화를 위해 목소리를 모은다. 중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영미(가명, 45세)씨도 이곳에서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지 깨닫고, 진작 사회와 조화되지 못했던 자신의 인생을 반성하고 있었다.

 

interview | 장영미 (가명, 중범죄로 무기징역)

 

Q. 이곳 사람들과 관계는 어떻게 맺고 계신지요?

A. 여기 와서 오랫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같이 지내다보면, 모두가 가족 같아져요. 유대감이 강해지지요. 꼭 피가 섞여 있어야만 가족인가요. 때로는 특이한 성격이 부딪혀 순간적으로 경계하기도 하지만, 같은 나이대 사람들이면 마음이 통해요. 웃으실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순진한 면’도 있고요.

하지만, 젊은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긴 시간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살았기 때문에 대화가 잘 안돼요. 소통이 힘들 정도로요. 좀 씁쓸하지요.

 

Q. 가족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는지요?

A.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운을 떼지 못하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남들처럼 부모님께 효도도 못하고...., 따뜻한 밥 한끼 내손으로 차려 드려 보고 싶어요. 가족 얘기만 나오면 전 용서받기 힘든 사람이에요...

 

장영미씨는 울먹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떼어놓은 어머니에 대해 질문하려고 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질문만은 피해 달라는 눈빛이었다. 기자인 나도 어머니 심정을 조금은 알기에 차마 물어 볼 수 없이 인터뷰를 마쳤다.

 

 

교도소 내 유아방 풍경

 

 

여성 재소자가 출산할 경우, 형집행정지(형 집행 기간에서는 제외됨)로 밖에서 출산할 수 있다. 출산 후 다시 수형 생활을 하면서 18개월까지는 소내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고, 그 후에는 아이와 수형자인 엄마가 떨어져 지내게 된다. 잠깐 유아방에 들렀다. 대여섯 명의 아기들이 엄마랑 놀고 있었다. 아기들 방인데, 사물이며 책꽃이, 바닥에 흐트러진 거 없이 일사분란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 실내 놀이방이 있었지만, 유아들을 위한 다양한 그림책이 절실해 보였다.

 

 

이제, 여러분은 프로입니다.

블로그 기자로서, 수형중인 여성합창단원을 만난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그 동안 재소자들에 대한 편견이 컸음을 알았다. 연습 도중, 지휘자인 조성근 목사님이 간혹 돌발적인 화음을 내는 단원을 지적하시면서 말씀하신 당부가 떠오른다.

 

“이제 프로가 됐으니, 프로의식을 가지고 해야 됩니다! 여러분들 목소리는 자유롭게 담장을 넘나드니, 아마추어가 아닙니다. 하다가 틀리시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거기서 멈춰버리면 어떡합니까. 틀려도 안 틀린 척 하모니를 만들 줄 알아야 프로입니다.”

 

△ 하모니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 의 합창 모습

 

조목사님의 희망의 격려속에는 새 삶을 살고자 하는 하모니 합창단원들에 대한 인생에 대한 격려도 함께 들어있었다. 삶의 끝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그녀들에게 우리는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