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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맛은 사람보다 염소가 먼저 알았다?

법무부 블로그 2010. 5. 8. 17:00

커피맛은 사람보다 염소가 먼저 알았다!  

 

커피 좋아하는 분 많으시죠? 하루 한잔 이상씩 꼬박 꼬박 마셔야 입안에 가시가 돋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 커피맛은 사람보다 동물이 더 먼저 알기 시작했다는 거 알고 계세요? 커피는 서기 800년경 에티오피아의 염소치기 소년 칼디(Kaldi)가 염소들이 커피 열매를 따먹은 후 활기에 넘치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고 합니다. 커피의 진정한 맛을 사람이 알기 전에 염소가 이미 알아챈 것이지요.

이후 커피는 아라비아로 건너가 '가화(Gahwa)'라 불리며 이슬람 성직자들의 철야 기도에 애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부터 벌써 커피가 철야하는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군요 ^_^. 커피숍은 1475년 콘스탄티노플에서 처음 생겨났으며, 그 후 유럽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커피와 법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무슨 관계가 있을지?????? 싶을 텐데요, 커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커피에 관련된 소송도 참 많았답니다. 커피와 관련된 소송으로는 커피 만드는 기계가 과열되어 발생한 화재로 사람이 죽어 제기된 소송, 커피를 담은 포트가 갑자기 깨지면서 뜨거운 커피가 쏟아져 화상을 입자 제기된 소송 등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커피 소송은 뜨거운 커피가 엎질러져서 무릎 등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었습니다.

 

 

커피, 소송에 휘말리다

미국의 판례들은 레스토랑의 종업원이 뜨거운 커피를 쏟아 고객에게 화상을 입힌 경우에는 대체로 레스토랑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 카페테리아에서 테이블에 앉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고객의 머리 위로 여종업원이 음식 쟁반을 올려서 지나가려다 쟁반이 흔들려 뜨거운 커피를 쏟았습니다. 이에 손님이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요, 법원은 카페테리아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또 가족과 함께 식당에 온 어린이가 어린이용 의자에 앉았는데 여종업원이 경고 없이 뜨거운 커피포트를 어린이 가까이에 놓아, 어린이가 커피포트를 쳐서 쏟아진 커피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도 레스토랑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소비자 개인의 잘못이 개입되어 빚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대체로 음식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부부가 맥도널드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 두 잔을 산 후 주차장에 세워 둔 차에 올라탔는데요, 조수석에 앉은 부인이 크림과 설탕을 넣기 위해 뚜껑을 열었을 때, 후진하던 차가 갑자기 덜컹거려 커피가 부인의 몸에 쏟아져 화상을 입은 경우에 맥도널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음식점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맥드라이브’ 같은 경우를 말하죠^^) 창구에서 구입한 커피가 주차장과 도로 경계에 움푹 패인 곳을 지날 때에 컵 뚜껑이 열리면서 쏟아진 경우에 미국 법원은 문제가 된 커피 컵 뚜껑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원고가 제출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음식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5년 뉴멕시코 주 알버커퀴 지방 법원 배심원들은 81세된 할머니가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창구에서 산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맥도널드사의 제조물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금으로 286만 달러를 평결하였는데, 이것이 음식점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습니다. 그 후, 1997년 오하이오주 항소 법원은 아버지가 드라이브 스루 창구에서 커피 두 잔을 산 후 실내 바닥에 놓고 우회전을 할 때 커피가 쏟아져 아들이 발에 2도 화상을 입은 경우에 버거킹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무려 286만달러?

우리 돈으로 32억 9,758만원이나 됩니다. 81세된 할머니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미국법상에는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인데요.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민사상의 손해배상에 형법상의 벌금을 혼합한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분별하게 혹은 악의로써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피해자의 손해금과 이자 뿐만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가 가미된 금액까지 포함하여 배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해 막대한 손해배상금액을 받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 인정 판결이 나온 후 테이크아웃 커피 컵 표면에 화상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가 추가되었고, 커피 컵을 쥘 때 뜨겁지 않도록 컵에 두꺼운 마분지로 만든 종이가 개발되었으며, 커피 컵 재질도 온도를 차단하는 원료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적인 마찰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오른손 왼손 번갈아가며 뜨거운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뜨거운 커피컵에 두꺼운 마분지를 씌워 준 법이 참 고마운 일을 한거죠?^^

 

 

내용 출처 : 한국인의 법과 생활, 법무부·한국법교육센터,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