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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비밀

법무부 블로그 2010. 4. 28. 17:00

 

 

지난 27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는 출소 예정자를 위한 취업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약 200여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1,200여명의 출소 예정자 및 갱생보호 대상자들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떤 기업이 전과자를 고용할까?

어찌 생각해보면 ‘출소 예정자들을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죄를 지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니 전과가 없는 사람보다 믿음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출소 예정자 취업 박람회에 200여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하여 출소 예정자들을 고용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자동차부품 업체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interview |이범해 [자동차 부품업체 (주)거해 대표]

Q. 제1회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에도 참가하셨나요?

A. 지난번 취업박람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구치소에 직접 찾아가서 개인 면담을 한 후 수형자들을 고용한 적은 있습니다.

 

Q. 출소자들의 임금은 어떤가요?

A. 모든 중소기업들이 출소자들 뿐 아니라 장애인,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사람, 외국인 노동자도 임금을 차별적으로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고용했을 때 어떤 이득을 바라고 고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소기업의 애로점이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수형자의 고용을 통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서로에게 win-win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출소자를 고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A. 출소자를 고용한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되시나요? 출소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무슨 큰 비밀이라도 있을 것 같은가요? 그럼, 생각을 고치셔야 합니다. 출소자를 고용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다른 기업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일손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사람이 출소를 했건 하지 않았건, 저희가 필요로 하는 인재라면 꼭 데려갈 생각입니다. 저희는 출소자를 따로 취급하거나 다른 대우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대표님의 말을 들으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 출소자를 고용하는 형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님의 말씀에 따르면, 출소한 사람들은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지내다보면 이 사람이 출소한 사람인지 아닌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취업 열기로 후끈 후끈!

직접 박람회에 참여한 출소 예정자들은 희망에 찬 밝은 얼굴과 미소로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담당 교도관과 1:1로 짝꿍이 되어 가고 싶은 부스로 가서 상담을 받고, 상담 받은 내용을 짝꿍 교도관과 함께 나누며 상의하는 모습이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취업 박람회에 참여한 평택지소의 한 출소 예정자와 간단한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interview | 김기욱(가명, 평택지소 수용자)

 Q. 관심분야는 어느 쪽이고, 이 취업박람회에서 어떤 정보를 얻게 되셨나요?

A. 저는 전기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공사 등의 부스에서 면담을 했는데, 이번 취업 박람회를 통해 공사와 관련된 지식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수감되기 전 원래 취득해 놓았던 기사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Q. 이번 취업박람회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셨나요?

A. 저는 올해 6월 28일 출소합니다. 나이 40대에 취업하는 건 매우 힘듭니다.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이번 취업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나 정보 없이 사회로 나갈 경우 희망을 찾지 못하고 막막하게 살아갔을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죠.

 

 

“우리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해낼 수 있다. ” 

▲ 자기 계발 강의를 듣는 출소예정자들의 모습

 

 

‘사회복지 특강관’ 에서는 곧 출소하게 될 수형자들을 위한 강연회가 준비되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뺀 오후 2시까지 총 3명의 강사님이 인생을 살아가는 법과 출소 예정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내용의 명 강의를 펼쳤습니다. 위기를 잘 넘기는 법,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의 중요성,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강의는 사회 복귀를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을 출소 예정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수용자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행사장에 들어가 취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런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수의를 입은 아저씨 옆에서 물도 마시고, ‘실례합니다.’하면서 옷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도 자연스러워 졌습니다.

 

수용자들도 우리와 같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며,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평생을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온 것에 대한 슬픔과 후회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출소 예정자들이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하여 안정적인 직업을 찾음으로써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 다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