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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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은 왜 나만 단속할까?

법무부 블로그 2010. 4. 29. 08:00

 

 

 

 

월요일 아침, 회사원 ‘탁한번’씨는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아이쿠! 이거 지각이구나!’

마음이 급했던 탁씨는 하는 둥 마는 둥 세수를 하고 바지를 허겁지겁 꿰고 차에 올랐습니다.

 

아파트 앞은 좌회전이 금지된 길입니다. 평소에는 우회전해서 100미터쯤 가다가 횡단보도 앞 유턴구역에서 유턴을 해서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따라 회사에 늦다 보니 교통경찰 아저씨도 없는 것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 딱 감고 아파트 앞에서 좌회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좌회전을 하자마자 교통경찰 아저씨 ‘금딱지’씨가 손짓을 하며, 좀 보자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 자주 좌회전을 해도 괜찮던데 딱 한 번 했다고 잡히다니. 이름을 잘못 지어준 부모님 탓을 하기도 하고, 재수가 지지리도 없다고 한탄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일단 ‘금딱지’씨에게 따져 봅니다.   

 

"아니 우리 옆집에 사는 ‘위반만’씨는 매일 위반해도 한 번도 단속을 안 하더니 왜 딱 한 번 위반한 나만 단속을 합니까 =3 !!

헌법에도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던데 이건 평등권에 어긋나는 처사 아닌가요?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보내주세요."

 

말이라는 게 일단 입 밖으로 내고 보니.......... 어라! 말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내가 평소에 이렇게 논리적으로 말을 잘 했나? 법도 제법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ㅎㅎㅎ’

 

어떤가요. ‘탁’씨의 읍소는 통할 수 있을까요?                                                                                                     

        일러스트=오픈애즈

 

헌법에는 ‘평등권’이 보장되어 있는데...!!

탁씨의 말대로 우리 헌법은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은 법의 제정부터 시작해서 제정된 법을 적용하는 과정까지 평등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고 보니 어떤가요? 탁씨의 주장이 좀 먹힐 것 같지요?^^

그렇다면, 평등권의 구체적 내용을 알아볼까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은 모든 것을 다 똑같이 대우하라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같은 것을 같게 대우하고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라’는 ‘상대적’ 평등입니다. 왜냐하면 절대적 평등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평등권으로 보호되는 부분에는 평등한 대우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다만, 그 차별대우에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것을 요하는 것이지요.

 

 일러스트=오픈애즈

세금을 예로 들어 볼까요? ‘절대적 평등’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면, 월급이 10만원인 사람이건 100만원인 사람이건 모두 똑같은 금액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세금이 똑같이 10만원이라면 월급이 10만원인 사람은 빈털터리가 될 것이고, 월급이 100만원인 사람은 세금을 내고도 90만원의 돈이 더 남아 있겠지요? 똑같은 금액을 내니까 평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남은 액수를 생각해보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상대적 평등’은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자기 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따라서 월급이 10만원인 사람은 1만원의 세금을, 월급이 100만원인 사람은 세금을 10만원 내는 것입니다. 상대적 평등과 절대적 평등이 이해가 되나요? 절대적 평등이 아닌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시지요?^^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이나 입법에 있어서 불합리한 조건에 의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ㆍ실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경우에 한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1991. 2. 11. 90헌가27 등).

 

 

불법은 평등할 수 없어요!

탁씨는 생각합니다.

‘위반만씨나 나나 같은 아파트에, 같은 차를 몰고 같은 길로 출근 하는데 다를 게 뭐가 있어! 역시 내 주장이 통하고 있구만!’

정말로 탁씨의 주장이 통할 수 있을까요?

 

헌법이 말하는 “법 앞의 평등”은 어디까지나 “법”, 즉 합헌ㆍ적법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불법을 평등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까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탁씨는 자신이 적법한 행동을 하고 평등하게 대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좌회전을 하고 나서 자신에게도 평등하게 단속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지요.

 

모든 도로에서 온종일 교통경찰의 빈틈없는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교통위반 단속 장비를 개선하고 확충하는 일을 통해 선별적으로 단속이 이뤄진다는 불신을 해소하고 교통질서 준법의식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그러나, 점진적 개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차별은 법현실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평등권에 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만일 탁씨처럼 주장하는 경우에 단속을 할 수 없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버리겠죠.

어쩌다가 늦잠 한번으로 회사에도 늦고,

딱지도 끊게 된 탁씨!

조금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르다는 지혜를 배운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게 낫겠네요.^^

                                                                                                                   일러스트=오픈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