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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 쇼'는 감금죄에 해당할까?

법무부 블로그 2024. 7. 29. 17:00

 

 

 

영화 <트루먼 쇼>를 아시나요? 유명 배우 짐 캐리가 트루먼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이 TV 버라이어티 쇼 트루먼 쇼로 온 국민에게 방영되지만, 정작 트루먼 본인은 자신의 생활이 방송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트루먼은 거대한 세트장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지만, 세트장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환경이 세트장이고 자신의 인생이 생중계 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죠. 트루먼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쇼의 기획자는 트루먼의 일상 곳곳에 트라우마를 유발시킬만한 사건들을 배치하여 트루먼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해놨습니다. 실제로 트루먼이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리려고 할 때 마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서 트루먼의 두 발을 묶어버리곤 합니다.

 

트루먼쇼자체는 영화지만, 만약 이 같은 일이 진짜로 현실에서 발생한다면, 감금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신체활동이 자유로워도 특정한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한다면,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 트루먼 ’ 이라는 인물의 일생이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TV 쇼를 소재로 한 영화 ,  트루먼쇼 공식 포스터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트루먼, 감금 된 것일까?

감금죄에서 감금이란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 감금죄는 사람이 자유롭게 장소를 이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형법
제276조(체포, 감금, 존속체포, 존속감금) ①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와 같이 감금죄를 범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형법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부모 혹은 조부모와 같은 직계존속에게 감금죄를 범하면, 처벌이 가중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루먼쇼의 트루먼은 감금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과연, 물리적으로 감금하지 않아도 감금죄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물리적으로 감금하지 않아도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감금죄는 사람이 자유롭게 장소를 이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꼭 물리적인 방법이 쓰일 필요는 없습니다! , 만약 AB를 감금한다고 했을 때, B가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 막아야만 감금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방법 혹은 다른 무형적인 장애로 A로 인해 B가 감금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면, 감금죄가 성립합니다. 여러 대법원 판례에서도 감금의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매우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그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데 있다
.
이와 같이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하는 장애는
물리적
·유형적 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장애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므로
감금죄의 수단과 방법은 유형적인 것이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한다
.”


-
대법원 1998. 5. 26 선고 981036 판결

 

 

이처럼 감금죄는 심리적, 무형적인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으므로, 예를 들어 AB를 거짓으로 속여서 이에 B가 겁을 먹거나 A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 믿어 감금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이 기준이 아닌, 자유침해가 기준!

 

왠지 감금죄가 성립하려면, 감금된 피해자가 어떤 행동도 못 하는 상태로 갇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감금에 있어서 행동의 자유가 전면적으로 박탈될 필요가 없고, 감금된 특정 구역 내부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감금죄 성립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요, 실제 사례로 함께 살펴봅시다.

 

폭력범죄단체 A는 피해자 B를 감금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감금된 중에 범죄단체 사람들과 술집에서 술도 마시고 아는 사람들과 검찰청에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또한 새벽에 한증막에 갔다가 잠을 자고 돌아오기도 하였는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B는 일정한 생활을 하였으나, B는 감시되고 있었고 행동의 자유가 구속된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감금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0102 판결).

 

 

또 다른 사례도 살펴볼까요?

 

B는 여관에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감금된 피해자 B는 여관에 8일간 있는 동안 자신의 처와 만나기도 했고, 피고인 A와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였는데요,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특정 지역 내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되었다 하더라도 B의 자유로운 의사로 여관에 있던 것이라 볼 수 없어 감금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84655 판결).

 

 

상대를 기망하여(속여서) 특정한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면, 감금에 해당!

 

 

상대방에게 거짓말로 특정한 장소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는 것도 감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 사례로 함께 살펴봅시다!

 

A씨는 만 10세인 미성년자 B를 부모님에게 말하지 말고 집에서 나오도록 유인한 다음, 자신이 운전하는 화물차에 태우고 데리고 다니면서 B에게 네가 집에 들어가면 경찰이 붙잡아 소년원에 보낸다.”라고 위협하였습니다. 이에 B는 겁을 먹은 나머지 부모님에게 돌아갈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여 A의 셋방 등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는데요, 이때 법원은 A에 대해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81036).

 

지금까지 감금죄와 감금죄 성립요건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①꼭 물리적인 방법으로 감금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무형적인 방법도 감금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

② 감금된 피해자가 감금된 장소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더라도 특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면 감금이 성립한다는 점을

 

법률 상식으로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네요!^^

 

 

 

= 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도은(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