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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점유하고 있으면 땅 주인이 있어도 내 땅이 될 수 있나?

법무부 블로그 2024. 1. 26. 09:00

 

 

 

인구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빈집 증가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오지에 주택이 있을 경우라면 폐가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시골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폐가와 방치된 빈집이 급증하고 있으며, 쓰레기 무단 투기와 범죄 장소 악용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거 지원금 외 빈집세와 같은 세제를 도입하여 자발적인 철거를 이끌어내어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부동산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빈집실태조사 결과(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전체 빈집 수는 94,946채입니다.

 

 

( 출처 :  소규모 & 빈집정보 알림 e)

 

 

 

예전에는 토지경계 측량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경계가 불분명하여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토지 일부에 다른 사람의 땅이 포함됨으로써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분쟁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방치해둔 빈집이나 폐가에 제3자가 소유주의 승낙 없이 장기간 거주하거나, 고향 선산이나 전·답을 다른 사람에게 도지(연세나 월세)를 받지 않고 관리를 맡길 경우, 주택 및 부동산 소유권을 점유자가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특히 시골에서도 부동산 개발로 보잘 것 없던 땅이 수백억 원으로 지가 상승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철거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리주장을 하며 법적인 대응으로까지 번지기도 합니다. 언뜻 들어서는 이게 무슨 도둑놈 심보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실텐데요. 지금부터 이와 관련된 점유취득시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점유취득시효란 부동산에 관해 일정한 사실상태 즉 점유20년 동안 지속할 경우, 이를 존중해서 소유권과 그 밖의 재산에 대한 권리의 취득을 인정해주는 제도로, 점유자가 실제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법입니다.

 

이때 점유자는 전입신고 및 관리비 납부 내역, 이웃 주민들의 확인서 등의 서류를 통해 부동산 점유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유를 수반하지 않는 물권(저당권), 가족관계를 전제로 하는 부양을 받을 권리,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성립하는 권리(점유권·유치권), 한번 행사하면 소멸하는 권리(취소권, 환매권, 해제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땅을 점유하는 시점에 내 땅인 줄 알고 소유했다는 자주점유의사가 존재해야만 권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 ‘20년간의 점유기간과 더불어 자주점유의사’(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라는 요건이 충족하였다면 바로 내 땅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법에서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물권변동이 일어나서 즉시 소유권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취득시효를 완성한 당시에 등기부상의 소유자에 대해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문을 획득한 이후, 이를 이용하여 법원 등기소에 가서 이전등기를 완료해야지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권에 해당하는 토지와 건물은 민법 186조의 물권법정주의에 의해서 등기해야 비로소 그 효력을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론적으로 점유자가 권리를 주장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소송을 통해 점유자인 제3자가 소유권을 양도받는 경우가 희박합니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는 전제조건이 점유자가 애초에 타인 소유 부동산이라는 사실을 몰라야 하는 선의 점유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점유자가 20년이 지난 후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했다는 것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될까요?

 

먼저, 점유는 원칙적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이 추정이 깨어지느냐 깨어지지 않느냐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점유는 소유의 의사의 유무에 따라 자주점유와 타주점유로 분류됩니다. 소유의 의사는 점유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내심의 의사로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를 시작한 점유개시시를 기준으로 외형적, 객관적인 사실에 의해 판단됩니다.

 

또한, 자신이 점유할 권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거나 확신하는 선의의 점유와 권원이 없음을 알면서도 점유하거나 의심을 품으면서 점유한 악의의 점유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점유는 선의의 자주점유, 선의의 타주점유, 악의의 자주점유, 악의의 타주점유로 나뉘어지며, 우리 판례는 선의의 자주점유만을 점유취득시효의 정당한 요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특히, 만일 점유자가 점유를 주장하던 토지가 타인의 소유임을 알고서도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한다면 이는 악의의 무단점유인 타주점유에 해당함으로써 점유의 추정은 깨지게 되고 점유취득시효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 대법원 2000. 3. 16. 선고 9737661 전원합의체 판결 >)

 

 

평온, 공연한 점유란?

 

 

우리 대법원 판례 < 대법원 1994.12.9. 선고9425025 판결 > 에서는 평온한 점유를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강폭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점유를 하는 과정 속에서 타인에게 폭력과 같은 유형력을 행사할 경우, 강폭 행위에 해당하게 되어 점유의 추정이 깨지게 됩니다. 또한, 공연한 점유는 은비의 점유가 아닌 점유로서, 타인 몰래 숨겨서 하는 점유를 말합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점유는 추정되는 사항이기에 재판 절차가 개시되는 등의 법률상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점유의 평온성, 공연성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점유취득시효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점유자에게 소유주와 임차인 관계를 인식시킬 수 있도록 임대차계약서를 필수적으로 작성하여야 합니다. 월세를 받지 않더라도 무상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만약 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 명도소송과 더불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점유취득시효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물권을 취득함에 있어 점유취득시효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립요건도 까다로운 미묘한 법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작동한다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와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로 운용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민성(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