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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배상받을 수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24. 1. 25. 14:00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대한민국이 위자료 약 476억 원을 지급해야 함이 결정됐습니다. 2023118, 서울중앙지법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역에서 불법으로 납치되거나 그 과정 등에서 상해를 입은 유공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 476억여 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서 직접 폭행·구금·협박 등 피해를 입은 유공자 31명과 그들의 가족들인 유족 107명까지 총 1,018명에게 국가의 손해배상이 결정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사 판결 중 제일 많은 인원이 참여한 소송이자, 그런 만큼 최대 규모의 위자료 금액이 설정돼 의의가 있죠.

 

다만 유족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재판부는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유공자의 상속인으로서 유공자 고유 위자료 중 각자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위자료를 받아야 하는 유공자들 중 이미 사망한 분들의 몫은 그분들의 가족들이 상속분만큼 수령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법률 용어, ‘위자료’. 대게 연예인과 광고업체와의 법정 다툼을 다룬 기사나, 이혼소송 관련 기사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일 텐데요. 오늘은 알 것 같으면서도 애매모호한 위자료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자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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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과 피해에 대한 손해를 금전적으로 환산해 배상하는 것. 단순히 재산상의 손해뿐만 아니라 인격이 침해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사법상 개념입니다. 현행 민법751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문에 의해 보장되고 있죠.

 

정신적 고통의 원인으로는 신체적 자유, 건강에 대한 훼손과 같이 사람의 신체적 측면에 관한 것은 물론, 명예·신용·성명·초상·정신적 자유와 같이 정신적인 측면에 관한 것들을 모두 포함합니다. 결과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한 주체에게 그 책임을 물어 그 고통만큼의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해배상과 위자료는 같은 개념일까요? 정답은 맞습니다. 정확히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개념에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750)과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보상(751)이 포함되는 것이죠. 즉 신문이나 뉴스에서 위자료와 손해배상이란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헷갈리셨다면,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구나 이해하시면 됩니다.

 

특히 민법에서는 타인의 생명을 해한 사람에게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에 대하여 재산상의 손해가 없는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자료 지급 책임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해당 조문이 바로 앞에서 살펴본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위자료 금액 산정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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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이나 피해를 금전으로 환산한다는 위자료. 사람의 주관적 피해 정도를 객관적인 액수로 수치화하는 게 사실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위자료 지급이 결정된 판례들을 살펴봤을 때 역시 구체적인 사정과 경우에 따라 법원의 직권 판단에 의해 크게 달라지곤 하지만, 점차 그 대략적인 기준이 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발표된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에 따르면 위자료 액수의 심리는

 

 

(1) 특정 유형으로의 포섭 여부에 관한 심사

(2) 기준금액의 특별 가중사유 유무에 관한 심사

(3) 일반 위자료 증액 혹은 감액 사유 유무에 관한 심사 및 위자료 액수 결정

 

의 3단계 과정을 거쳐 이뤄집니다.

 

 

(1) 특정 유형으로의 포섭 여부에 관한 심사는 불법행위 유형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법원이 위자료 산정 시 구분하고 있는 불법행위 유형에는 교통사고 대형재난사고 영리적 불법행위 명예훼손 등이 있는데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분들의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으로, 다수에게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이 심하게 가중됐다고 보이는 사안이므로 대형재난사고 유형에 해당됩니다.

 

(2) 기준금액의 특별 가중사유 유무에 관한 심사는 각 불법행위 유형에서 정해진 특별 가중사유가 있는지 확인하는 심사입니다. 특별 가중사유란 가해자 행위의 불법성 정도에 따라 책임이 가중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형재난사고 유형과 관련해서는 가해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인 경우 부실 설계·시공·제작에서 기인한 사고인 경우 관리·감독·운영상의 중대한 주의의무 또는 안전 의무 위반이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 등이 특별 가중사유로 명시돼 있습니다. 특별 가중사유에 해당할 경우,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위자료 금액이 가중되죠.

 

이외에도 일반적인 증액·감액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는데요. 그 심리가 바로 (3) 일반 위자료 증액 혹은 감액 사유 유무에 관한 심사 절차입니다. 일반 증액·감액 사유로는 가해자의 과실 및 책임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가해자의 개별 사정 피해자의 개별 사정 피해 회복의 정도 등이 있습니다. 만약 일반 증액 사유가 있다면 50%를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하고, 반대로 일반 감액 사유가 있으면 50%를 감액하여 계산하죠.

 

이러한 3단계의 심리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위자료 금액을 결정한답니다. 복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준으로 제시된 척도 자체가 모호한 부분도 있지만, 점차 위자료 산정 기준이 객관화·일반화되고 있음에 의의가 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번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분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위의 단계를 거쳐 위자료 금액을 산출한 결과, 연행·구금·수형의 경우 1일당 30만 원 장애 없이 상해만 입었다면 500만 원 사망은 4억 원으로 위자료를 산정했습니다. 또한 상해로 인해 장애를 입었다면 3,000만 원을 지급하며 여기에 노동 능력 상실률이 약 5% 증가할 때마다 1,500만 원씩을 더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만약 노동 능력 상실률이 100%인 장해등급 1~3급인 경우라면, 31,500만 원을 받도록 했는데요. 다만 과거에 형사보상금을 국가로부터 받았다면, 해당 금액만큼을 위자료에서 공제토록 했습니다. 그렇게 1,018명의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및 유족분들은 총 약 476억 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됐죠.

 

 

5.18 관련 보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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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이 의미있는 이유로는 지금까지 나온 비슷한 취지의 판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손해배상 지급이 결정됐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전에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분들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계속 있었습니다.

 

지난 20215월 헌법재판소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 16조 제3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후 소송 제기가 더욱 늘었습니다. 5.18 보상법 제16조 제3항은 이 법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였는데요.

 

이때 해당 조문에 의하면 5.18 보상법에 따른 국가의 피해 보상을 이미 받은 경우 민사소송인 손해배상 소송을 사실상 낼 수 없도록 금지한 것입니다. 곧이어 5.18 보상법에 따른 국가의 배상 범위가 정신적 손해 등 모든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음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구하는 기회조차 막는 건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죠.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해당 조문의 단서로서 다만,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미리캔버스

 

 

오늘은 최근 있었던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및 유족분들의 정신적 고통을 헤아려 국가의 배상 결정된 것에서부터 위자료의 개념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국가 배상 관련 소송에서만 아니라, 일반 민사 사안을 다루는 판결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만큼 정확히 그 개념을 이해하고, 적절한 위자료 액수인지 아닌지를 냉철하게 볼 수 있게 됐길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 잇따라 판결이 있을 5.18 민주화운동의 남은 유공자분들과 그 유족분들에게도 위자료에 담긴 위로죄송함’, ‘감사함이 가 닿길 소망합니다.

 

 

 

 

= 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오진실(대학부)

이미지 = 미리캔버스로 직접 제작,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