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세계적 선풍이 대단합니다. 그 열기와 위상이 높아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 촬영현장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OOO 촬영 중이니 돌아가셔요’라는 안내표지판 또는 스태프의 안내에 계속 길을 가야하는지 가지 말아야하는지 주저한 경험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간혹 길을 막는 일로 인해 언성을 높이며 시비까지 붙는 볼썽사나운 일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촬영으로 인한 민원에 대한 제작진의 재발방지를 위한 사과도 계속 기사화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한 민폐촬영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사례1> OTT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촬영 팀은 등굣길 스쿨 존을 가로막고 인도와 자전거도로에 촬영 장비를 두었다. 아이들은 교통안전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차도로 걸어 다녔다.
<사례2>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촬영 팀이 드라마 촬영 후 주변 정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 채 떠났다. 길거리에는 생수병과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사례3>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4’ 촬영 팀은 은평구 한옥마을 외곽 2층 단독주택 건물에서
새벽까지 촬영을 하였다. 오가는 차량 소리와 불법주차, 스태프들의 대화 소리,
드론 촬영 등으로 인한 소음피해에 주민들이 여러 차례 항의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였다.
앞선 사례처럼 길을 막아 목숨을 담보로 차도로 다니는 학생들과 촬영 소음으로 생활에 불편을 야기하는 ‘민폐촬영’에 대한 제작자의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계속해서 촬영을 강행하는 것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현행법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 현지 촬영 장소의 제공 등 영상물 촬영에 필요한 비공식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영화비디오법)
제28조의3(영상물 촬영을 위한 지원)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국내 현지 촬영 장소의 제공 등 영상물 촬영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의 영상물 촬영 지원을 위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받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여야 한다.
이에 (사)한국영상위원회(KFCN)는 ‘영상물 촬영지원 매뉴얼’을 통해, 도로 및 인도 등에서 야외촬영을 하는 제작자는, ① 차량 통제 등의 촬영계획이 명시된 촬영 신청서를 2주 전 지역 영상위원회에 제출하며 ② 촬영 시 관할 지자체나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촬영 가능 일정 및 범위, 조건 등을 조율하고 ③ 주민의 협조를 구한 후 촬영하도록 허가과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촬영을 공식적으로 허가하는 조항이 아직까지 없고 신청서 제출도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일 뿐이며 법령에서도 지원과 협조만을 규정하고 있어서, 사유지가 아닌 차량이나 사람이 통행하는 도로와 주택가 등에서의 촬영은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이 떠안게 되어 민폐촬영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여도 이를 해결하고 관리할 뚜렷한 주체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도로는 일반 공중의 공공사용에 제공되는 공공용물이기 때문에 촬영으로 인해 시민의 통행권이 방해받음으로써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일반교통방해’로 처벌받습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도로교통법(제2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도로’에서 CF 광고 등의 상업용 촬영을 할 때는, 관할 경찰서나 고속도로순찰대에 촬영 계획을 알리고 허가를 받은 후 촬영을 진행하는 사전 허가가 필수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러 대의 자동차 추격전이나 충돌장면 촬영은 차량 소통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차로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촬영허가에 더 엄격합니다. 사전에 촬영 시간대의 교통량과 차량 우회로 등이 포함된 ‘차량 소통 및 안전 관리 계획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설령 허가를 득했을지라도 혼잡시간에는 촬영을 할 수 없으며, 교량·터널 등 차량 우회가 불가능한 곳에서의 전면적인 통제는 불허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6조(공동 위험행위의 금지) ① 자동차등(개인형 이동장치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운전자는 도로에서 2명 이상이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끼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자동차등의 동승자는 제1항에 따른 공동 위험행위를 주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다보니 간혹 장시간 도로에서의 촬영으로 인해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거나 시민들이 도로를 사용하지 못해 우회할 수밖에 없는 생활불편이 야기되어 촬영중지를 원하는 민원도 제기됩니다. 이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제작자 측이 촬영을 하시라도 중단하여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6조(통행의 금지 및 제한) ② 경찰서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우선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후 그 도로관리자와 협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의 대상과 구간 및 기간을 정하여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 법률상, 도로에서의 촬영 행위를 이유로 시민의 통행을 방해할 수는 없으며, 이로 인해 민원이 발생할 경우 촬영은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촬영허가를 위한 신청서 제출을 필수 의무화하고 촬영 허가를 규정하는 촘촘한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제작자는 제작에 따른 제반 비용과 촬영기간을 여유롭게 함으로써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촬영 중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촬영 지역 시민의 충분한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촬영 과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제작자의 성숙한 촬영문화가 조성되어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사랑이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민주(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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