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사태로 그동안 영화관은 차가운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차가운 공기를 단숨에 바꾼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가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 ‘범죄도시2’는 베트남에서 활보 중인 연쇄살인마 강해상과 이런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는 강해상(손석구 분)을 체포하기 위한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 간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작품인데요, 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 배우님의 연기력과 마석도를 연기한 배우 마동석님의 화려한 액션이 빛을 발한 매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오늘은 코로나도 막지 못한 액션영화 ‘범죄도시2’ 속 숨겨져 있는 법률 이야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한국인을 살해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오늘 분석해 볼 장면은 바로 이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은 본 영화의 메인 빌런이자 한국인인 강해상이 베트남에 부동산 투자를 하러 온 같은 한국인 투자자 최용기를 납치하는 장면입니다. 강해상은 최용기를 납치한 후 한국에 있는 최용기의 부친인 최춘백에게 아들의 몸값을 요구하고, 최용기가 강해상 일당이 한 눈 판 사이 도망을 치자, 강해상 일당은 최용기를 끝까지 추적하여 최용기의 소재를 파악하였고, 최용기가 도주하여 화가 났었던 강해상이 직접 최용기를 살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가해자인 강해상과 피해자인 최용기는 모두 한국인인 반면 범죄 발생 장소는 외국인 베트남인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재판은 한국에서 해야 하는 걸까요, 베트남에서 해야 하는 걸까요?
형법에서는 대한민국 형법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총 4가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속인주의, 속지주의, 보호주의, 기국주의입니다. 오늘 본 기사에서 다뤄볼 원칙은 기국주의(공해상의 선박이나 항공기는 국적을 가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한다는 국제법상의 원칙. 네이버지식백과)를 제외한 나머지입니다.
먼저 속지주의를 적용했을 경우입니다.
‘속지주의’란 대한민국 형법 제 2조에 의거,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과 내국인은 대한민국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형법상의 원칙을 의미합니다. 이를 본 사안에 적용해보면, 강해상은 대한민국 영역 내가 아닌 대한민국의 영역 외의 지역인 베트남에서 최용기를 납치 및 살해하였기 때문에 속지주의의 원칙에 따르면 강해상과 일당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속인주의를 적용한 경우는 재판권을 어느 국가에서 갖게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판권은 대한민국에서 갖게 됩니다. ‘속인주의’는 대한민국 형법 제 3조에 의거,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범죄를 행한 내국인은 대한민국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형법상의 원칙을 의미하므로 설령 강해상이 베트남에서 범죄를 행했다 할지라도 범인인 강해상의 국적이 대한민국인 이상 재판권은 대한민국에서 갖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이 중 어느 원칙을 채택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둘 다입니다. 정확히는 원칙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해외의 한국인을 대상으로는 속인주의를 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국내법이 적용되며, 설령 외국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그 범인의 국적이 대한민국일 경우에는 국내법을 적용해서 그 범인을 처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더 존재합니다.
만약 강해상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타국의 국적을 가졌다면 재판권은 어느 국가가 갖게 되는 것일까요? 이는 보호주의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보호주의’란 대한민국 형법 제6조에 규정되어 있는 형법상의 원칙으로써,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관해 대한민국 형법 제5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강해상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거나 현지인들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최용기를 납치 후 살해하였다 할지라도 피해자인 최용기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으므로 보호주의에 의거하여 해당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처벌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보호주의에는 맹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해당 범죄 행위가 현지 법률상으로는 죄가 되지 않거나 해당 행위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이 면제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한민국이 그 범죄자에 대해서 재판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영화 ‘범죄도시2’를 통해 속인주의, 속지주의, 보호주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킬링타임으로 영화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영화에 숨어있는 법률 용어와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글 = 제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오성민(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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