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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누가 책임지나요?

법무부 블로그 2022. 2. 23. 14:00

 

 

 

좀 오래된 영화지만, 2004년에 개봉한 SF 영화 아이, 로봇(I, ROBOT)에서는 수많은 로봇이 등장하여 인간을 공격하고 로봇끼리 충돌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수많은 시리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터미네이터시리즈 역시 지능을 가진 로봇과 인간들의 대결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 법적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까요?

 

 

△ 영화  ≪ 터미네이터 ≫ 의 살상로봇  T-1000( 좌 ),  영화  ≪ 아이 ,  로봇 (I, ROBOT) ≫ 에서 인간을 해치는 로봇  ( 출처  /  네이버 영화검색 )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개발되었는데요. 최근에는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인공지능을 탑재한 킬러로봇(killer robots)’이 등장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202110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육군 협회(AUSA) 2021 방산 전시회에서 비전60’이라는 이름의 저격소총을 장착한 사족 보행 로봇개가 전시되었는데요. 이 로봇개는 먼 거리 촬영이 가능하고, 폭탄해제나 화생방 및 핵무기 탐지 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소총을 탑재하고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1200m이고 30배 광학 줌과 열화상 카메라도 내장하고있다고 하는데요. 이 로봇개를 가진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무섭습니다. ('킬러 로봇' 나오나..서 살상 무기 탑재 로봇 개 등장, 서울신문 2021. 10. 20. 보도, https://news.v.daum.net/v/20211020183105563)

 

 

△  ‘ 킬러 로봇 ’  나오나 … 美 서 살상 무기 탑재 로봇 개 등장  ( 사진 = 소드인터내셔널 )  https://news.v.daum.net/v/20211020183105563

 

 

 

문제는 이런 로봇이 사람을 해치거나 살상할 무기를 탑재하면 민간인이 희생될 수도 있으며, 대량살상을 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윤리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군인은 군법에 따르면 되지만 만약 로봇이 살인을 한 경우엔 어떻게 될까요?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주장할 수 있도록 특정인에게 부여된 법률상의 힘이고, 의무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금지 시키는 법률상의 구속을 의미합니다. 현행법상 권리와 의무의 주체는 자연인법인이며, 권리의 객체는 권리의 행사 대상입니다. 예를 들면, 물권의 객체는 물건이고, 상속권의 객체가 상속 재산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로봇이 살인을 저질러거나 로봇의 결함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로봇 개발자 또는 제조업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으며 처벌을 받습니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에서 로봇이 단순한 물건이나 도구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딥 러닝을 통해 스스로 배워나가며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로봇이라면 점유자가 책임을 져야합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제조물 책임) ①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 ①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상 책임과 다르게 형사상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인간이 아닌 기계이다 보니 형법의 유추해석 금지원칙과 책임 없는 자에게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입각하여 로봇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죽였다는 범죄행위는 사실적 요소로 충족됩니다. 하지만 로봇이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했을지라도 이는 개발자에 의해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른 판단이기 때문에 의도를 갖고 행동했다는 정신적 요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해석도 해볼까요? 로봇을 그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어느 정도 주체성을 가진 실체라고 가정한다면 결론은 달라집니다. 형법에서는 이용당하는 주체를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로봇을 그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어느 정도 '주체성'을 가진 실체로 본다면 로봇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간접정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법
제34조(살인)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영화에서,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에게 난 무엇이죠?(What am I?)"라고 묻는 로봇 써니에게 인간은 로봇 개발자 래닝 박사 암살범으로 사형을 선고합니다.

 

아직 도래한 현실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과 로봇이 함께 법정에 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른 바, 인간 지능에 근접한 지능형 로봇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디까지 져야 하는걸까요? 개발자와 제조업자의 직업적 윤리와 점유자의 책임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우리가 다 함께 대비하고 풀어나가야 할 미래의 법적, 윤리적 문제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기자의 상상과 견해가 담긴 글입니다.

 

 

 

= 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박민주(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