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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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아르바이트란 이런 것?!

법무부 블로그 2020. 9. 14. 16:59

 

 

 

요즘 잠잠했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임대차계약 개정 등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들의 시름을 덜기위한 노력을 하고있는데요. 여기에 발맞춰 일선의 교정시설에서도 수용관리라는 본연의 업무 이외에,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청년들을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진행중에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함께 살펴보시죠.

 

▲  부산교도소는  1947 년 부산형무소 김해농장으로 개소한 후  1987 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교도소 체험, 어떤 청년에게 기회를 줄까?

부산교도소에서는 2개월 (2020.7.1.~8.31) 동안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도소 내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초석을 닦기로 하였는데요. 일자리가 꼭 필요하고, 장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는 대상자를 물색한 끝에 대학생(국가근로장학생)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  부산교도소 ( 소장 김영식 ) 는  ‘ 청년 일자리 창출 ’  아이디어로 ,  학생들의 교정시설 업무체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

 

 

국가근로장학금 제도를 통해 선발된 국가근로장학생은 공공기관 또는 공공기업 등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한국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지급받게 되는데요. 따라서 해당 장학생들에게 교정시설의 일자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업무체험을 통해 진로에 영향을 줄뿐더러, 교정시설 홍보와 이미지 쇄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교정시설 운영도 빠듯한데, 대학생 근로비 지출은 어떻게?

부산교도소에서 선발된 국가근로장학생은 여학생 5, 남학생 4명을 포함한 총 9명입니다. 학생들에게 수용관리를 위해 편성된 교도소 예산으로 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국가근로장학금 제도는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근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서 기관의 예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기관의 입장에서는 예산절감과 인력충원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수령과 진로모색 및 역량 개발의 기회가 마련된 것입니다.

 

 

민간인 신분인 대학생들에게 교정시설의 업무를 시켜도 되나요?

교도소에서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교도소의 업무분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이라는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보안시설인 교도소에 출입하는 것과 형집행을 받고 있는 수용자와 대면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용자와 대면을 최소화하는 업무를 선정하여 인력 배치를 했습니다. 수용자와 밀접한 대면을 해야하는 보안과를 제외한 교정시설의 대표부서인 총무과(5), 직업훈련과(1), 사회복귀과(2), 의료과(1)로 인력을 분배하였는데요. 수용자의 동선과 겹치지 않는 총무과에 여학생 5명 전원을 배정함으로서 학생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교도소의 인력충원을 통해 원활한 교정행정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  대학생의 교도소 업무 근로행사를 진행한 총무과 직원분들 ( 좌 :  과장 이강희 ,  우 :  교위 박종철 ) 입니다

 

 

학생들은 지정된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하나요?

2개월 간의 새내기 교도관이 된 학생들은 팀워크를 위해 각각 특성있는 팀명을 정하게 되었는데요. 이들은 교도소 내에서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교도소 담당 실무관인 박종철 교위의 관찰일기를 살펴보시죠. 시선을 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본격적인 업무의 시간.

부산교도소 총무과에 새롭게 둥지를 튼 5인조 걸그룹 레드벨벳에게 맡겨진 미션은 수용기록부 이관 준비작업이다. 음지에 묵혀둔 몇 년 치 수용기록부를 양지로 들어내는 것으로 개시된 업무인데, 훗날 국가기록원에 보존하게 될 수용기록부는 수용자의 신병확보와 형 집행에 관련된 필수 서류만 첨부하게 된다. 구속영장, 판결문, 형집행지휘서, 노역장유치집행지휘서, 분류심사표 등을 순서에 따라 첨부하고 나머지 불필요한 서류는 모조리 제거하는 일이 레드벨벳에게 주어진 업무였다.

 

책받침처럼 얇은 수용기록부와 백과사전에 견줄만한 엄청난 두께의 수용기록부를 넘나들며 착수한 업무인데, 마스크로 가린 레드벨벳의 표정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손은 멈추지 않고 제 경로를 따라 부지런했지만 수용자의 이력을 훑어가던 눈길은 이따금씩 흔들렸다. 그렇게 2개월로 약속된 레드벨벳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사회복귀과에 배정된 인원은 남학생 2명이었다.

시원하고 깔끔한 업무처리로 육각수라 불리는 더블팀의 활약은 그야말로 차가운 육각수 한 모금처럼 청량했다. 그들을 위해 준비된 미션은 부산교도소 도서관에 소장된 1만여 권의 도서 정비와 하루 수발신 1천 통을 헤아리는 서신 관련 업무인데, 낡고 훼손됐거나 세월이 흘러 효용 가치가 떨어지는 도서, 2권 이상 중복된 도서를 선별하는 작업을 필두로 육각수는 2개월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도서 옆과 위아래에 찍어 관리주체를 알리는 측인이 빠진 도서를 찾아 일일이 찍어주었고, 도서 대출관리에 필수적인 레이블(바코드)이 손상된 도서는 깔끔하게 흔적을 제거하고 새 레이블로 다시 부착했다. 하루 평균 5백 통 남짓 수신되는 서신 분류는 사회복귀과 내에서도 악명 높은 업무였지만 눈보다 빠른 육각수의 손놀림으로 어느새 수월한 업무로 탈바꿈했다. 역대급 장마와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치솟는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한 잔의 육각수는 그렇게 조금씩 사회복귀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직업훈련과에는 본의 아니게 전공을 살리게 된 항공·기계설계학과 근로장학생이 배정됐다.

장신의 공학도는 마치 휴직을 끝내고 복귀한 전임자와 같은 포스를 내뿜으며 주어진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부산교도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5개의 작업장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업무였다. 철 관련 제품을 제작하는 작업장부터 수용자용 의류 생산 작업장까지 수백 종의 작업재료와 부품 입출고 내역을 기록하는 재료수불부의 깔끔한 정리는 백미였다. 장신의 공학도는 정밀하고 섬세한 전자장비처럼 조용하고 기민하게 주어진 과제를 처리했고, 빠르게 직업훈련과의 일원이 됐다. 2개월을 함께 일하면서 교도작업 운영 전반에 관한 사무지원 업무가 가능한 민완의 조력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의료과에서는 뉴웨이브라 불리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근로장학생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가지급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수용인원 대비 투약률 60% 이상, 하루 투약인원 약 800명, 개별봉지 기준 약 1,500봉지의 약이 단 하루에 소비되는 분주한 업무로서, 의료과에서 가장 손이 빨라야 하는 ‘극한 작업’인 투약 관련 업무이다. 업무 개시 2주째에 접어든 뉴웨이브는 새로운 물결이 과거를 밀어내듯 눈부신 속도로 커리어하이를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뉴웨이브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흐름이 되어 의료과를 새로운 시작으로 물들게 했다.

 

 

- 글 / 부산교도소 박종절 교위

 

맡은 업무를 열심히 수행해주었던 학생들은 2개월 동안 교도소 업무를 하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으며, 무엇을 느꼈을까요? 학생들의 소감을 직접 담아보았습니다.

 

< 총무과 근로장학생 레드벨벳 팀 >

- “지도에도 없는 곳으로의 첫 출근은 긴장과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 “부산교도소에서의 2개월을 통해 교도소가 단순한 형벌 집행의 공간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해서
큰 역할을 하는 곳임을 새삼 느꼈다
.”

- “근로장학생들과 소장님이 함께 대화할 수 있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 “다양한 수용기록을 정리하면서 출소 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노력했던 흔적을 접하며
수용자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다
.”

- “교정시설에 대한 막연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번 근로경험을 통해 새롭게 바뀔 수 있었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배려와 친절하게 맞이해주신 직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

 

< 사회복귀과 근로장학생 육각수 팀 >

- 교도소가 단순히 수용자를 가둬두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 “책 한 권, 서신 한 통이 교도소가 수용자에게 주는 큰 배려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교도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교정직을 권유하기도 했다.”

- “2개월 동안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레드벨벳 팀()과 육각수 팀()



< 직업훈련과 근로장학생 - 장신 공학도 >

- 통제, 죄수, 감옥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던 교도소에 대한 선입관이 많이 바뀌었다.”

- “수용자가 교정, 회복으로 변화되어 사회 구성원으로 새롭게 출발하도록 돕는 곳이 교도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 “엄격하고 무섭게만 생각했던 교도관이 친절하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 “앞으로 나아갈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2개월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의료과 근로장학생 뉴웨이브 >

- 가족 같은 분위기의 근로 첫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 “수고한다는 인사, 함께 식사와 차를 나누면서 접했던 경험담과 조언은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 “교도소와 교도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 “같은 공간에 일하면서 의료과 업무가 과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업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장신 공학도()와 뉴웨이브 ()

 

부산교도소 직원들은 근로기간을 마무리한 학생들에게 구내 참관, 환송 행사 등을 마련해주었는데요. 학생들이 열심히 일해준 만큼 아쉬웠던 직원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표창장과 소정의 상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부산교도소에서  2 개월간 함께한 근로장학생들에게 표창장과 소정의 상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번 교정시설 근로 체험은 국민과의 소통적 측면과 교정행정적 관점에서 훌륭한 시도였던 것 같은데요.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고, 교정시설에 대한 이미지 쇄신에도 한몫하는 이 시도가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래봅니다. 아울러 법무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로하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진로를 엿볼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웅철(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