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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만난 합법적인 도청 vs 불법적인 도청

법무부 블로그 2013. 3. 7. 17:00

 

 

▲ Ⓒ 시라노 연애조작단 뮤직비디오 캡쳐

 

 

중학교 2학년 때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랑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 에이전시에 의뢰해 그들의 사랑을 코치하는 내용인데요. 그 과정에서 도청을 통해 의뢰인과 의뢰인이 좋아하는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후, 의뢰인이 할 말을 이어폰을 통해 대신 말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랑을 이뤄주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남의 이야기를 도청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관련글] 연애코치로 이룬 사랑, 사기죄 성립될까?

http://mojjustice.blog.me/150096900230?Redirect=Log&from=postView

 

 

그리고 며칠 후, 영화 속에서 ‘시라노 연애조작단’과는 또 다른 ‘도청’을 만났습니다. 바로, 영화 ‘베를린’에서의 도청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베를린서 잠복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가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에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다른 내용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정진수가 표종성을 쫒는 과정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도청’인데요. 영화 초반 정진수(한석규)가 표종성(하정우)의 무기거래 내용을 도청하고, 중간 중간에도 계속 도청을 통해 굵직굵직한 정보를 입수하기 때문입니다.

 

 

 ㄴㄴ

▲남한 국정원요원 정진수(한석규)가 도청하고, 북한에서 리학수(이경영)이 도청하고!

Ⓒ 영화 베를린 캡쳐

 

 

보통의 도청 행위는 무조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나온 도청도 과연 불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불법인 경우도 있고, 합법인 경우도 있다’입니다.

 

도청이란 타인의 대화나 전화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엿듣는 행위를 말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남의 대화를 엿듣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어긋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2.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

 

 

이제, ‘베를린’에서 정진수의 도청을 살펴볼까요? 우선 정진수가 국정원 요원으로서 행한 도청은 합법적인 도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진수(한석규)가 국정요원으로서 북한과의 외교문제로 도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국가와의 외교문제를 이유로 도청을 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영장의 허가를 받는다면 적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도청을 허가하는 영장을 속칭 ‘감청 영장’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수사상 꼭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피의자 등의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도록 법원에서 발부하는 것입니다. 도청으로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사용됩니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 ①통신제한조치는 다음 각호의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

1. 제2장 외환의 죄 중 제92조 내지 제101조의 죄

 

제7조(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 ①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하 "정보수사기관의 장"이라 한다)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에 관한 정보수집이 특히 필요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1. 통신의 일방 또는 쌍방당사자가 내국인인 때에는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군용전기통신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군용전기통신(작전수행을 위한 전기통신에 한한다)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미치지 아니하는 한반도내의 집단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그 산하단체의 구성원의 통신인 때 및 제1항 제1호 단서의 경우에는 서면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정원 요원이 하는 도청이 모두 합법적인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정진수(한석규)는 표종성(하정우)을 협박하기 위해 동명수(류승범)가 표종성을 배신한 내용이 담겨있는 전화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적법한 감청을 통해 얻은 내용은 반드시 비밀이어야 하는데, 정진수가 스스로 얻은 정보를 표종성에게 누설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됩니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11조(비밀준수의 의무) ①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집행·통보 및 각종 서류작성 등에 관여한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자는 직무상 알게 된 통신제한조치에 관한 사항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통신제한조치에 관여한 통신기관의 직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자는 통신제한조치에 관한 사항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자 외에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통신제한조치로 지득한 내용을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사용하는 경우 외에는 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법원에서의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절차·허가여부·허가내용 등의 비밀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도청하는 것은 무조건 불법입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도청을 의뢰하는 것도 역시 불법이죠. 하지만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도청이 합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떠한 도청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잘 판단하면서 영화를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함께 영화를 보는 친구에게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친구도 당신을 다르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글 = 박성집 기자 / 이미지 = 알트이미지, 네이버 영화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