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법조항,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법무부 블로그 2012. 4. 9. 08:00

 

 

 

 

 

여러분은 ‘법’ 하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어렵고 무거운 느낌?

길고 생소한 설명들?

 

네, 공감합니다!

많은 분들이 '법‘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저 역시 법학과에 입학한지 1년이 넘었지만,

공부를 하다 법조항에 있는 단어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인터넷에서 한자로 된 말의 뜻을 풀이해봐도 또 다시 어려운 말이 나오고…

머리는 점점 더 지끈거리죠.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민법을 한번 살펴볼까요?

 

 

§ 민법 제1조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조리’라고요?

한 줄밖에 보지 않았는데 벌써 모르는 단어 때문에 머리가 갸우뚱해집니다.

법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지면 안 되는 건가요?!

 

 

■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은

①정비초안 제공 ②정비초안 완성 ③심사 ④검토 ⑤ 결제 등

5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정비초안 제공과 완성 단계에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 잘 쓰지 않는 한자어를 한글로!

 

 

 

 

 

우리말의 약 80%가 한자라고 하는 만큼,

법조항에도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균분’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예후’라는 말은요?

이처럼 법조항에 사용된 대부분의 한자어들은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닌데요~

이렇게 생소한 한자어를 한글이나 사용 빈도가 높은 한자어로만 바꿔도

법조항을 이해하기는 훨씬 쉬워지겠죠?

 

한자어를 한글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는

위에서 언급한 ‘균분’과 ‘예후’가 있습니다.

‘균분’은 고르게 분배한다는 뜻이고, ‘예후’는 병의 증세를 의미하는데요,

법제처에서는 질병이나 치료 관련 업무, 약명 등

의학과 관련된 용어 역시 한글로 고쳐 쓸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인상채득(印象採得)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 단어를 처음 보고 '물건 값을 올리다'라는 뜻의 인상과

채권의 '채'를 연상해서 금융과 관련된 단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상채득이라는 단어는

치아를 본뜨는 일을 뜻하는 단어더라고요.

따라서 '인상채득'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법조항은 다음과 같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제 2조 제 1항 6조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충전, 임시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인상채득, 그 밖의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제 2조 제 1항 6조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충전, 임시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그 밖의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그 외에도 괴경(塊莖)이라는 단어를 덩이줄기로,

저감(低減)하다를 줄이다로, 선회(旋回)하다를 맴돌다로

바꿔서 사용하도록 법제처는 권고하고 있답니다.

 

 

■ 발음이 같아 헷갈리기 쉬운 한자어도 한글로!

 

 

 

 

 

한글법전을 주로 사용하는 저는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단어들의 뜻을 혼동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흔히 영화 속의 악한 사람을 의미하는 악역(惡役)은,

일부 법조항에서는 악성 감염병이라는 뜻의 악역(惡疫)으로 쓰인답니다.

 

 

§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7조(사업) 적십자사는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의 사업을 행한다.

3. 수재ㆍ화재ㆍ기근ㆍ악역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자에 대한 구호사업

§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7조(사업) 적십자사는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의 사업을 행한다.

3. 수재ㆍ화재ㆍ기근ㆍ악성 감염병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자에 대한 구호사업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온다는 뜻의 지참(持參)과 발음이 같은 지참(遲參)은

어떤 일에 늦는다는 지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바뀔 수 있겠죠?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병가) ①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연 60일의 범위에서 병가를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참·조퇴 및 외출은 누계 8시간을 병가 1일로 계산한다.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병가) ①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연 60일의 범위에서 병가를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각·조퇴 및 외출은 누계 8시간을 병가 1일로 계산한다.

 

 

하지만 한자 표기가 같음에도 뜻이 다른 경우가 있답니다.

흔히 선의(善意)라는 표현은 좋은 뜻, 착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선의의 거짓말은 상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좋은 뜻으로 하는 거짓말이죠.

하지만 법조항에서 선의라는 표현은 어떠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악의(惡意)라는 표현 역시 나쁜 의도가 아닌,

어떠한 사실을 알았을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그 외에도 제사를 연상시키는 고사(枯死)를 ‘말라 죽음’으로,

딸의 남편을 뜻하는 사위와 발음이 같은 사위(詐僞)를 속임수로,

인(隣)하다를 이웃하다로 고쳐 쓰도록 권고했습니다.

 

 

■ 읽기 쉽고 편하게 바뀌는 법!

 

 

 

 

 

너무 길고, 조금은 어색한 부분이 있었던 기존의 법조항도

읽기 쉽고 편하게 수정됐습니다.

우선 앞에 오는 말의 부정이나 배제를 의미하던 고어체 '~하지 아니하다'를

'~하지 않다', 또는 '~는 예외로 한다/~는 제외한다'로 바꿨습니다.

 

이와 함께 0을 3개씩 분리해서 쓰는 서양의 표기법에 따라

20,000을 20천원으로, 350,000,000을 350백만원으로 표기했던 회계단위 역시

0을 4개씩 분리하여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표기에 근거해

각각 2만원, 3억 5천만원 등으로 수정했습니다.

 

또한 띄어쓰기가 되지 않았거나 일부분만 되어 있던 기존 법률명에

띄어쓰기를 확대 적용하였습니다.

이해하기도 쉽고, 읽을 때의 호흡 역시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등의∨경제활동∨촉진법

경력단절여성∨등의∨경제활동∨촉진법

 

국립사범대학∨졸업자∨중∨교원미임용자∨임용∨등에∨관한∨특별법

국립사범대학∨졸업자∨중∨교원∨미임용자∨임용∨등에∨관한∨특별법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유전자변형생물체의∨국가간∨이동∨등에∨관한∨법률

유전자변형생물체의∨국가∨간∨이동∨등에∨관한∨법률

 

 

띄어쓰기 없는 한자 표기를 원칙으로 하던 법률명도

읽기 쉽게 한글로 바꿨습니다.

 

 

 

居昌事件등關聯者의名譽回復에관한特別措置法

거창사건∨등∨관련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

 

公企業의經營構造改善및民營化에관한法律

공기업의∨경영구조∨개선∨및∨민영화에∨관한∨법률

 

保護施設에있는未成年者의後見職務에관한法律

보호시설에∨있는∨미성년자의∨후견∨직무에∨관한∨법률

 

 

 

■ 법률을 바꾸어 볼까요?

 

 

그렇다면 위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법조항을 함께 수정해볼까요?

 

 

§ 민법 제29조 제1항

실종자의 생존한 사실 또는 전조의 규정과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종선고후 그 취소전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어색한 조사 관계 및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 표현,

다의어(선의), 고어체(아니하다) 수정

 

 

§ 민법 제29조 제1항

실종자가 생존한 사실 또는 전조의 규정과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종선고와 취소 사이의 시점해당 사실을 모르고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떠세요? 훨씬 이해하기 쉽고, 읽기도 편해지지 않았나요?

법은 국민들을 가장 공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사업을 통해

글을 읽을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법조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 이지원 기자

사진 = 알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