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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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린 소년원 아이들

법무부 블로그 2011. 2. 27. 19:00

보호청소년들이 몸짓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2월 24일 14:30분. 혜화역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학로 스타시티극장 입구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소년원 출소 후 ‘청소년의 집(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 서부지소)’에 머무르고 있는 15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극 ‘잘 먹겠습니다’를 연극무대에 올리는 날인데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솔직히 담아냈을지 궁금했습니다.

 

 

 

“잘 먹겠다는 것은 밥을 잘 먹겠다는 뜻도 있지만, 힘을 내고 활기차게 살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해.

'잘 먹겠습니다’는 ‘잘 살겠습니다’ 라는 것과 같아. (김씨 대사 中)”

 

어느 덧 연극이 시작되고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연극에 빠져들었습니다.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이 몰려 작은 소극장이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창작극 ‘잘 먹겠습니다’ 는 비행청소년들이 김씨의 무료급식소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극중 비행청소년 역할로 나온 아이들은 서로 싸우고, 갈등하고, 반항합니다.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에 끊임없이 방황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습니다. 티격태격하던 극중 인물들은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방황하고 힘들어 했던 건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사랑’을 끊임없이 원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은 자신들의 상처받은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위급할 때마다 어머니를 등에 업고 병원까지 뛰었다는 ‘백만 불짜리 다리’ 승우와 아버지인 줄로 알았던 남자가 아버지가 아님을 알게되자 남자가 사준 핸드폰과 용돈을 돌려주고 온 꼬마 정희의 이야기가 특히 관객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습니다.

 

연극이 모두 끝난 후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오래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던 건 보호청소년 15명의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기 위함이었겠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무대 위에 올려 공연했던 보호청소년 아이들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연극이 끝난 후 연출가 선생님의 따끔한 호통이....^^

 

▲ 공연 후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하시는 김지원 선생님

 

연극이 끝난 후 김지원 연출가가 배우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공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주기 위해서였지요.

 

“성환아(앵두할머니 역)! 걸음걸이가 일관성이 없어! 처음 걸음걸이를 이어갔어야지! 그리고 정희야!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자꾸 움츠러들어!”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만족스러워 했지만, 연출가의 눈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나봅니다. 비록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일지라고 더 완벽하기를 원하는 김지원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김지원 선생님은 세계예술치료협회에서 보호청소년을 위한 연극치료를 의뢰받았다고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재범 방지와 교육에 연극 공연이 효과적일 거라는 얘기를 듣고 흔쾌히 승낙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연극 지도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글자 울렁증이 있는 친구도 있었고, 집중력이 부족해 산만한 친구들도 많았어요. 15명의 사내아이들을 통솔한다는 점이 상당히 힘들더군요. 하지만 연극 연습을 할수록 변화되는 아이들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처음엔 ‘이 연극을 왜 해야 하냐’며 비협조적인 아이들도 많이 변화되었지요”

김지원 선생님은 이번 연극을 계기로 창작연극에 관심이 있는 보호청소년을 스탭이나 배우 등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꾸준한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합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껴요. ^^

 

어머니를 등에 업고 병원까지 뛰었다는 ‘백만 불짜리 다리’ 승우 역할을 맡았던 ‘최태준(가명) 군을 만나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INTERVIEW│CASTING 최태준 (승우 役, 가명)

 

 

 ▲ 정승호 블로그기자와 함께 한 최태준 군 (좌)

 

 

 

Q. 전문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연기를 잘 하던데, 연습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연극 공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고요, 본격적인 연습은 약 한 달 정도 했어요. 기본적으로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평균 8시간 준비했고요. 어떤 날은 24시간 한 날도 있어요. (연출 김지원 선생님을 바라보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Q. 1장에서 2장, 각 장마다 깜깜한 상태에서 무대가 변경되던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불이 꺼지면 바닥 곳곳에 붙어 있는 형광 테이프를 보며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해요. 하지만 연습을 많이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안 보이거든요. 못 보셨을 수도 있지만 사실 아까 국수를 바닥에 조금 쏟았어요. 하하.

 



이번엔 보호청소년들을 도와 함께 연극을 해준 대학생 김영정씨를 만났습니다.
 

INTERVIEW│CASTING 김영정 (김씨 役)

 

 

▲ 뒤편 가운데에 서 있는 김영정씨

 

 

Q. 보호청소년들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A. 보호청소년이라고 하길래 솔직히 처음에는 무서웠습니다. 이 친구들하고 기 싸움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이야기하고 함께 지내다 보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더 순수하더라고요. 제가 먼저 마음을 열고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보여주니까 아이들도 마음을 활짝 열더라고요.

 

Q. 연극을 마친 소감은 어떠세요?

 

A. 우선 제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무사히 잘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요. 또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기뻐요. 어떤 아이는 사람들 눈도 잘 못 마주쳤는데 연극을 통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원래 경찰 시험을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그거 그만두고 지금은 보호청소년 아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쪽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하하.

 

 

 

청소년기에 보여주는 비행은 어쩌면 ‘나를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도움의 요청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몰라주고 비행청소년이라 낙인찍고, 외면해버리면 청소년들은 결국 범죄의 늪에 빠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연극을 본 후 그 동안 비행청소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무섭고 나쁜 아이들로만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안타까운 아이들’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오늘 연극 무대에 선 15명의 보호청소년들이 연극에 대한 열정과 꿈을 잃지 않고 성장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모두들 잘 먹기를 (잘 살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 정승호·박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