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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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수민족 ‘줌머인’을 아시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1. 2. 28. 08:00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 산악지대에는 약 65만 명의 줌머(Jumma)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니 65만 명이 얼마나 작은 숫자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줌머인은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다수 민족인 ‘벵갈리인’들에 의해 억압받고 있습니다. 줌머인들은 인권 유린을 피해 난민의 길을 자청하고 있는데요. 한국에도 약 60여 명의 줌머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난민, 로넬 차크마 나니입니다. 저는 방글라데시에 2%도 채 안되는 소수민족 중 하나인 ‘줌머’사람 입니다. 우리 줌머인들은 자연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모두 순수합니다. 그리고 온순하게 생겼지요.

 

저는 방글라데시에서 15살 때부터 줌머인을 위한 인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길거리에서 인권운동을 한 터라, 정부의 표적이 되었고, 군인과 정보기관 직원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3년 동안 거짓 진술을 강요받으며 감옥에서 끔찍한 옥살이도 했지요. 결국 2000년에 피신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04년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 허가를 받았습니다.

 

난민 인정 허가를 받은 후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줌머인을 돕고, 한국사회에 줌머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TESOL 자격증을 취득해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한국에 살고 있는 60여 명의 줌머인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47명이라고 합니다. 줌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소수민족들도 한국에서 이미 난민 인정을 받았거나, 난민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인데요. 정부에서도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난민-정부-시민사회’라는 탄탄한 정삼각형을 꿈꾸다!

 

 

2월 2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는 ‘아시아 소수민족 난민보호를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 모색’이라는 주제로 제6회 아시아 인권 포럼이 있었습니다. 난민, 난민 전문가(NGO 관계자), 국제법과 인권을 공부하는 학생들, 정부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꽉 채워 난민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로넬 씨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소수민족 ‘로힝기야’ 사람인 ‘하킴’씨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로힝기야인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 내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로 미얀마 사람들과 외모가 달라 어딜 가나 핍박을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미얀마에 군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단지 외모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직업을 구할 수도 없고, 여성들은 군에 끌려가 강간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끔찍한 로힝기야 사람들의 인권 유린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난민 선진국 캐나다와 호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번 포럼에는 난민 제도의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캐나다와 호주의 난민 NGO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이웃국가인 일본의 난민 NGO 관계자도 참석하여 일본의 난민제도를 한국의 난민제도와 경쟁(!)하듯 재미있게 소개해주었는데요.

 

캐나다와 호주는 난민 수용에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관대한 수용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는 난민의 ‘재정착’에도 정부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난민들의 재정착을 도우면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웃국가인 일본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이 있었는데요. 일본에서는 난민신청자가 난민 신청을 하면 약 3-4개월 동안 주거, 의료, 재정 등의 보조를 정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난민지원센터를 건립해 그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지요.

 

제6회 아시아 인권 포럼이 끝난 후...!

 

 

인권 포럼이 끝난 후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없었는지 참가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난민들과 함께 해 온 이호택 난민지원 NGO 피난처 대표는 “최근 들어 법무부에서 인도적 지위의 제도화,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취업 활동 허가, 난민지원시설 설치의 법령화 등 출입국관리법 난민 조항 개정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난민 인정에 관해 엄격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이 대표는 “난민들은 어려움 때문에 잠시 한국에 왔지만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며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보지 말고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들로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앞으로 법무부와 NGO 그리고 시민사회 등이 더 많은 대화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부 국적난민과 박재현 사무관도 김성인 사무국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지난 해 한국의 난민 NGO들과 함께 난민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난민들의 고충과 바라는 점 등 법무부가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어 놀랐습니다. 앞으로 법무부에서도 난민들의 목소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부와 난민 그리고 난민지원 NGO가 같은 날, 같은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가슴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선진국들의 난민 체계에서 배울 점을 얻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시민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불의에 맞서 개인의 기본권과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용기 있는 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글·사진 = 노태경 기자
방글라데시 지도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