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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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학생 강의를 듣는 보호관찰 아이들의 모습은

법무부 블로그 2011. 2. 24. 08:00

 

 

 

햇살이 따뜻했던 2월 22일, 부천 보호관찰소에서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수강명령 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법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총 12명으로 소년원에 갈만큼 무거운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는데요. 특별히 이 날 강의를 맡은 분들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직원들이 직접 교육과정을 이끌어나가거나,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강의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작년부터 연세대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직접 보호관찰소로 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로스쿨을 선택하기까지의 갈등이나 자신의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친구들과 같이 절도한 경우 무슨 죄에 해당될까요?”  

 

▲ 2교시 청소년의 절도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지는 모습

 

 

그렇다면 강의 시간에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까요? 직접 로스쿨 학생이 진행하는 수업을 참관해 보았는데요. 어느덧 2교시, 청소년의 절도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혼자 오토바이 절도를 저질렀을 때와 친구와 둘이서 혹은 셋이서 절도를 저질렀을 경우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법률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강의를 듣는 친구들 중에 과거 친구와 오토바이 절도를 저질렀던 전력이 있는 학생이 있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 수업시간 아이들의 모습(좌), 영상과 아이들이 직접 쓴 활동지 작성(우)

 

 

법률적인 상식이나 용어를 설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수업 중간 마다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를 내어 학생들이 알아맞히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학생들이 조용하거나 따분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강의를 맡은 이혜인씨가 유인물을 직접 읽어보게 하고 퀴즈에도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절도경험을 떠올려 활동지를 직접 작성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특히 절도를 당한 당사자의 사례를 직접 읽어보며,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식의 수업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를 맡은 이혜인씨는 강의 내내 아이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면서 이름을 불러주기도 했는데요. 특히, 수업을 마무리하며 “실수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자제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난 여러분이 앞으로 그런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는다는 걸 믿어요” 라고 말하며 아이들에 대한 깊은 믿음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미래의 법조인이 될 그녀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INTERVIEW | 이혜인(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Q. 부천보호관찰소에서 절도관련 준법교육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A. 제가 마침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입학했기 때문에 전공 유사성도 있었고, 또한 평소에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보호관찰소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늘이 첫 번째 봉사였는데, 준비하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제가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Q.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다양한 사례를 많이 소개해 주셨는데, 교육 자료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A. 기본적인 내용은 법교육센터에서 받은 교육 자료를 기반으로 재편집을 했어요. 그런데 그냥 그대로 강의를 하면 아이들이 지겨워 할 것 같아서,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사례들을 찾아냈죠.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하니까 아이들의 집중도도 높아지고 관심도 많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Q. 교육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 다른 곳에서 만난 학생들과 보호관찰소에서 만난 학생들이 어떻게 다른지?

A. 오늘 만난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다소 소극적입니다. 봉사활동에 앞서 법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수강하는 아이들이 조금 소극적’이라는 말씀을 미리 해주셔서 강의 준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수업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실제로 와서 보니, 소극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 마음 한켠에는 관심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이름을 외워서 이름을 불러주면서 같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Q. 오늘 강의가 힘들진 않았는지?

A. 처음 강의하러 들어갔을 때는 엎드려 있는 친구도 있고 조금 어수선하더라고요. ‘오늘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부르면서 수업내용을 같이 읽자고 부탁하니까 내용도 같이 읽어주고 반응도 잘 해주고, 또 퀴즈를 내면 대답도 잘 해 줘서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반응이 오니까 보람도 느껴지고 좋았어요.

 

Q. 오늘 교육을 받은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오늘 수업 중에 말했듯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한번 실수를 했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란 걸 믿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 제 수업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르친 것 보다 배운 게 더 많은 일일 강사들

네 시간에 걸친 교육시간에는 2교시에 이루어졌던 청소년의 절도에 대한 강의 외에도 ‘오토바이와 법’에 대한 강의와 학생들이 직접 모의재판에서 판사, 검사, 증인, 배심원, 피고인 등의 역할을 체험해보며 재판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에는 법학전문대학원 봉사교육자들이 함께 했지요.^^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봉사자들. 좌로부터 박지민, 송정범, 이혜인

 

 

이날 오토바이와 법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나온 송정범씨는 “처음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다음에 강의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첫 강의에 대한 아쉬움 섞인 소감을 밝혔습니다.

 

직접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호응이 좋았던 ‘모의재판’ 수업을 진행한 박지민씨는 “아이들이 따분하지 않게 하려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한국 법교육 센터에서 수업자료를 참고했지만, 취지에 맞게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역할을 추가하고 인원수를 조정하면서 내용을 약간 덧붙였어요. 수업에 약간 소극적이었던 학생이 제비뽑기에서 ‘검사’를 뽑더니 자리를 고쳐 앉으며 열심히 대본을 읽더라고요.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 3교시 모의법정에 참여하는 아이들

 

 

죄는 저질렀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절도로 피해를 본 아저씨의 사례를 읽으며 “불쌍해요” “안됐어요.”라며 자신의 느낌을 말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쭈뼛대던 아이들도 차차 강의에 빠져들어 이 날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열심히 참여하였고, 선생님의 물음에도 열심히 대답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육봉사를 온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요.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있고, 자신에게 기대를 거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고 이번 일을 계기삼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김규남 이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