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부모 앗아간 전쟁 피해 한국으로 왔어요..

법무부 블로그 2010. 12. 3. 13:00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을 때 과거의 악몽에 가슴이 저려왔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버징고 도나티엔’ 씨. 도나티엔 씨는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고향 땅에서 살지 못 하고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지요.

 

 

그가 한국에 온 이유, 바로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고향 부룬디는 1993년 다수의 후투족과 소수의 투치족 사이에 내전이 발생해 국가 전체가 오랜 시간 혼란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내전의 참혹한 결과로 도나티엔 씨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도나티엔 씨는 멀고 먼 한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오게 된 건 마라톤 때문이었어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마라톤 선수로 참가하게 되었지요. 대회가 끝난 후 저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냈습니다. 제게는 제 목숨을 지켜줄 안전한 곳이 필요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 ‘난민’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해 2010. 6. 30. 까지 총203명을 난민으로 인정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받게 될 박해를 증명하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난민지위를 인정받게 되는데 사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도나티엔 씨는 2003년 9월에 난민 신청을 한 뒤, 2005년 6월에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난민 인정을 최종적으로 받기까지 1년 9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렸고, 그 길고 외로운 시간 동안 마라톤으로 마음을 달랬다고 합니다.

 

 

“운동으로 마음의 아픔을 많이 달랬습니다. 그런데 운동보다 좋은 약은 한국 사람들이었어요. 한국 사람들 중에는 친절한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과 이야기 하며 위로를 받았어요. 언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한국을 배우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었어요.”

 

 

 

나의 아픔을 받아준 한국! 

 

 

도나티엔 씨는 한국에서 기록이 좋은 마라토너로 꽤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서울 경향 마라톤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같은 해 10월 서울 MBC 마라톤 마스터스에서도 우승을 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굵직굵직 한 마라톤 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의외로 부룬디에서는 마라톤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마라톤은 한국에 와서 처음 해본 거예요. 부룬디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는 그냥 정치를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운동선수 아니었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국내 대회에 출전하며 마라토너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도나티엔 씨에게 어느 날 취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의 부회장님(지금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이셨던 분이 마라토너였던 도나티엔 씨에게 손길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 해보지 않겠어요?’ 그 인연을 계기로 지금까지 경남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앞으로 최고의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금은 경남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학업을 잘 마치는 것도 꿈이라고 하네요!

 

 

 

새로운 ‘내 나라’가 생겼어요!

 

 

 

그리고 지난 11월 25일. 도나티엔 씨에게 또 한 번의 믿을 수 없는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것이지요.

 

 

“난민 인정을 받을 때도 정말 기뻤는데, 국적을 받는 건 그보다 더 기쁜 일인 것 같아요. 드디어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 됐어요!”

 

지난 8월 귀화를 위한 한국어 시험에 합격한 도나티엔 씨는 같이 국적 증서를 받게 된 20명과 함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대회의실에 앉아있었습니다. 20명을 대표해 선서를 할 때는 ‘한국의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르게 살겠다’는 부분을 힘주어 선서하기도 했습니다. 국적 수여식을 마친 후 인터뷰를 할 때도 국적 증서를 손에 꼭 쥐고 “나를 난민으로 인정해주고, 귀화도 할 수 있게 해준 한국이 정말 고마워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도나티엔 씨에게 혹시 한국 이름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제 한국 이름은 ‘김창원’이에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회사 부회장님이 저한테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제가 쭉 머물고 있는 도시인 창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죠!” 라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도나티엔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조만간 기회가 되면 ‘김창원’이란 이름으로 개명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시아의 획기적인 두 번째 사건!

 

 

 

 

지난 3월,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인정자가 국내 1호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UNHCR(유엔난민기구) 제네바 본부에서는 한국에서 난민 출신인에게 국적을 수여한 일을 가리켜 ‘아시아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네요.

 

이렇게 한 발... 한 발... 대한민국 사회가 난민을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는 뜻이겠죠? ^^ 대한민국 국민이 된 도나티엔 씨에게 다시 한 번의 인사를 전하며, 한국과 부룬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발 벗고 나서겠다고 했던 그 다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노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