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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훔쳤다. 도둑만의 잘못일까?

법무부 블로그 2010. 12. 4. 19:00

바늘도둑이 도둑 된 사연

글 | 검사 김연주(창원지검)

 

 

심용준(가명,25세)은 화장장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약5개월 동안 66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화장장 사용료를 빼돌렸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화장장 사용료를 수령했다는 유일한 증거인 화장신청서를 임의로 찢어버린 것이 들통이 나 구속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배당받아 기록을 살펴보니, 구속이 된 후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 전부를 시청에 변상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최초의 횡령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 취득한 이익 이상을 피해액으로 산정한 실수가 있어서(차액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범행으로 얻은 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피해변상금을 지불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구속된 심용준을 소환하여 직접 범행경위에 대한 진술을 들어보니 발각될까 두려워하며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른 후 마음을 졸였으나 자신을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이 대부분의 업무를 자신에게 맡기고 사용료 입금 등의 업무에 대해 그다지 관여를 하지 않자 한 번만 더 하자는 마음이 생겼고, 그 후 한 번이 두 번으로, 두 번이 세 번으로 늘어나며 60여회가 넘는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속담처럼 첫 번째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해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소도둑이 된 바늘도둑을 용서해야 할까?

물론 상급자의 감독이 소홀했다는 것으로 피의자의 범행이 용서되지는 않겠지만, 이 사건과 같이 중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이, 피해액 이상을 변상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는 심용준 군에게 실형이 선고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에 대한 구형을 집행유예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검사의 구형은 판사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검사의 의견에 불과하여 피의자에 대한 확정적 처분이 될 수는 없지만, 담당검사인 제 판단으로 집행유예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이상 구속 상태에서 기소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판사의 집행유예 판결 전, 검사의 권한인 구속취소로 심용준군에게 자유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해와 관용으로 또 한 번의 기회를!

다만 혹시 이러한 제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사심의위원회에 피의자의 구속취소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였고, 대학교수, 변호사, 사업가 등의 직업을 가진 위원 여섯분이 생업으로 바쁜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구속취소에 대하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의견과 같이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주었습니다.

 

이에 저는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즉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취소를 결정했고, 피의자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의자에 대한 처벌가치는 현저히 적어진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에서 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 내에서 먼저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제 판단이 국민으로부터 지지화 이해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사건이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검사가 아닌 따뜻한 검사로 거듭나는 기회였고, 구속된 피의자에게는 법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글은 창원지검 검사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熱과 誠을 담아’ 중

[희망의 빛]을 정리한 것입니다.

 

글 = 검사 김연주(창원지검)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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