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법무부 블로그기자입니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저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꽤 많은 소장을 썼습니다. 수시로 법원에 들락날락 하면서 저는 원고의 자리에서, 법무부 직원들은 피고의 자리에서 여러 번 맞서기도(!) 했지요. 이쯤 되면 다들 궁금할 거예요, 지난 6개월 동안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생각해도 정말 특이했던 지난 6개월, 이제 공개합니다!
내 꿈을 위한 첫걸음, 그러나 약간은 무서웠던...!!!
저는 앞으로 난민을 돕고, 난민 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은 학생이에요. 특히 아프리카에 있는 많은 난민들을 정말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제 작은 힘이라도 필요하다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답니다.
그런 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올해 3월, 국내에 있는 난민지원 NGO ‘피난처’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저는 다른 동료들은 겪지 않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요. 그건 바로 제가 법무부 블로그기자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첫날 문서를 번역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들리는 선배 인턴들의 끊임없는 대화 소리... “법무부에서 ~~”, “그러니까 법무부가 ~~”, “법무부 주소가 어떻게 되죠?”, “법무부장관이 ~~”
난민 지원 NGO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제가 맡은 업무는 난민 상담, 법원 통역, 문서 번역, 자료 리서치, 캠페인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요 업무가 난민인정 거부된 사람들에 대한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지원을 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장을 쓰는 일도 있었습니다.
처음 소장을 작성할 때는 혼자 무서운 상상(!)도 했습니다. ‘법무부에서 이 사실을 알면 나 블로그기자 활동 짤리는 거 아니야?’ NGO 인턴과 법무부 블로그기자 활동을 병행하면서 저 고민 무지 많이 했습니다~ 둘 중 무엇을 그만 둬야하나 혼자서 아주 심각했지요.(-_-)
그렇게 고민과 방황을 하던 어느 날, 저는 기자단을 담당하고 계시는 법무부 직원에게 솔직한 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 “오! 특이한데? 그렇게 양쪽에서 일 하면 오히려 난민들한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양쪽 모두의 입장을 알면 합법적인 선에서 난민을 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 말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그 특이한 위치에 계속 남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약자를 도와주자’는 마음가짐으로요.
저는 법무부블로그기자입니다. 또 NGO 인턴입니다.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 활동(좌)과 NGO 인턴 활동(우)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잘 모릅니다. 6개월 동안 인턴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난민이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 많이 물어봤는데요.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했고 ‘거지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ㅜㅜ) 어른들은 주로 ‘정치적 망명한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사실 난민은 그런 개념과는 전혀 다릅니다.
간략하게 난민은 ‘인종, 국적, 종교, 정치적 이유,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 등으로 자국에서 박해를 받았지만, 정부가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정치적으로 부패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보호해줄 수 없을 때 자신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제3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자국에서 박해를 받고 온 난민 신청자들이 많아요. 대체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고요, 아시아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무서운 사람들은 절대로 아닙니다^^ (거지도 아니고요 ㅡㅡ;;;;) 오히려 마음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정말 많답니다.
한국에 온 난민은 난민지원시설을 통해 한국어 교육, 사회적응훈련 및 정착지원, 의료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난민지원시설을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는 난민의 수는 한정적입니다.) 또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으면 취업도 할 수 있고, 체류에 있어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지요. 제가 아는 분 중에 난민 인정을 받은 분이 계신데, 평소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금요일마다 사무실을 방문해서 한국어와 태권도를 배우고 계세요.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들보다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해 보입니다. (물론 박해를 받은 상처를 여전히 갖고 있고 생활도 안정적인 건 아니에요) 어쨌든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분들이 난민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난민 인정받는 일이 쉽지만은 않답니다.
하지만 제가 법무부 블로그 기자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법무부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벌금을 깎아주거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요.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희망이 생깁니다. ‘곧 난민을 위한 따뜻한 정책도 펼쳐지겠지’ 하고 말이죠. 법무부장관님, 꼭 도와주실 거죠?^^
제 미래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그려져요.
지난 1년, 법무부 블로그 기자로 활동을 하며 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법무부의 난민 정책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그걸 활용해 어떻게 난민을 도울 수 있을지 깨닫게 되니, 제 미래가 마냥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블로그 기자 활동을 통해 내 꿈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참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알고지내는 어떤 난민 신청자가 그러더군요. “태경, 나 무서워? 왜 한국 사람들 나 피해? 나 안 무서운 사람인데, 사람들 나 싫어해서 너무 슬퍼”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미안했답니다. 또 마음이 아팠고요.
▲ 1년간 함께 법무부 블로그 기자 활동을 했던 친구들
한국 사람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난민을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이귀남 법무부장관님~! 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 한 거니까 제가 소장 썼다고 저 미워하시면 안 되요~~ㅠㅠ 블로그 기자 활동이 끝나더라도 계속 법무부 관련 뉴스엔 귀를 쫑긋 세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즐겁고 참 재밌었어요~
글·이미지 = 노태경 기자
To. 태경이에게.
제2기 블로그 기자로 열심히 활동해준 태경이. 착하고 여린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꿈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기쁘고, 앞으로 약자를 위해 살겠다는 그 꿈과 다짐이 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래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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