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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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대신 ‘음식’으로 과거를 알아맞히는 남자

법무부 블로그 2010. 8. 5. 08:00

 

 

 

‘네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말해주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요? 아리랑 TV의 <Tasty Trail with Benjamin>이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 벤자민 주아누(Benjamin Joinau)씨를 만나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Tasty Trail with Benjamin>은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전국을 누비며 한국의 식재료와 조리법, 상차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름조차 낯선 한국이 궁금해지다

벤자민 주아누씨는 1994년 처음 한국에 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군 복무 대신 해외 파견 교사를 선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있는데, 벤자민 주아누씨는 이 대체복무로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처음 발을 내딛고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대체복무제는 개인이 파견 국가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16년 전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은 별다른 이미지가 없는 나라였는데, 그나마도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들이라 처음에는 한국 생활에 대한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사람, 건축, 거리 등 모든 풍경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외국에서 생소한 문화를 접하면 모든 감각들이 한꺼번에 자극을 받잖아요. 지금도 뭐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엔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음식이 발길을 붙잡다

2년간의 대체복무를 마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려고 할 때 벤자민 주아누씨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한국의 전통음식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거창한 일품요리보다는 김치, 나물, 장아찌 같은 소박한 음식을 즐긴다는 벤자민 주아누씨는 ‘21세기 한국의 요리 문화’를 주제로 책을 펴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요리문화에 대해 공부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랑TV 제작진이 한식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지 않겠냐며 제의를 해온 것이지요.

 

“사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 음식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경험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 TV 프로그램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해외 시청자들에게 교육적인 취지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라기에 생각을 바꿨죠”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 시청자에게 프랑스 음식을 소개하는 것보다, 외국인 시청자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는 벤자민 주아누씨. 그의 한국음식 탐방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맛 따라 길 따라 떠나는 여행

“한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작은 마을의 한옥에서 주인 할머니께서 직접 담근 된장과 술, 직접 채취한 나물로 차려준 밥상이었어요. 우아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진짜 음식’이었거든요. 프로그램 특성상 주로 ‘맛집’을 자주 찾아가게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유명한 맛집보다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평범한 가정집 같은 식당을 선호해요.”

 

벤자민 주아누 씨는 <Tasty Trail with Benjamin>을 통해 한국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언제 어떻게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사람, 각 지역의 특색, 북적거리는 시장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런 시도가 시청자의 호응을 얻어 <Tasty Trail with Benjamin>시즌 2를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Tasty Trail with Benjamin>시즌 2는 지역 특산물에 초점을 맞출 거라고 하는군요.

 

뿐만 아니라 벤자민 주아누 씨는 일 년에 서너 권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책도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참,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

 

 

 

 

음식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

“나물반찬을 보면 한국의 문화가 보여요. 나물의 종류와 특징, 조리법을 통해 그 지역의 기후와 지리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까지 추측할 수 있거든요. 제사음식도 마찬가지에요. 제사음식의 종류와 거기에 담긴 의미를 통해 한국의 제사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어요.”

 

식탁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벤자민 주아누 씨가 한국을 알아가는 데에도 한국의 식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하더군요. 벤자민 주아누 씨는 한국의 ‘손맛’을 ‘장인정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만든 장(醬)과 나물이 없으면 한국음식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기계화된 대형 식당에 몰리는 사람들 모습이라고 하더군요.

 

“양평 길가에는 유명한 식당이 많은데, 사람이 많으니까 맛있는 집인 줄 알고 인파가 계속 몰려요. 그러다보니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결과적으로 맛도 좀 실망스럽지요. 그런데도 사람이 많으니까 또 가고 또 가고......”

 

음식은 문화이자 혼이라고 믿는 벤자민 주아누씨는 다소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음식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벤자민 주아누씨(좌)와 직접 직필한 책(우)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라

벤자민 주아누 씨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문화적 아이콘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가급적 많은 시도를 해보길 권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벤자민 주아누씨가 한국인 친구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식당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메뉴가 바뀐다고 합니다. 한 가지 음식으로는 프랑스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처음엔 식탁에 내놓기 힘들었던 토끼고기도 지금은 메뉴에 올릴 수 있어요. 외국음식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는 증거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익숙해지면 돼요.”

 

벤자민 주아누씨는 관광가이드나 지도 없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작은 길을 찾아다니는 여행처럼, 음식도 그렇게 호기심을 갖고 즐겨야 한다고 합니다. 그도 처음에는 강원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강원도에 가서 음식을 먹어본 후에는 그런 생각을 버리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벤자민 주아누씨가 한국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항상 한마디로 결론지어야 하는 것이지요. 좋은 것은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어요. 만약 한국을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었다면, 십여 년이 넘도록 이 나라에서 살 수 없었겠죠”

 

음식의 맛을 ‘짜다, 맵다, 달다, 싱겁다’로 단정 지어 말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의 맛’도 한 가지로 말 할 수 없는 것이겠죠. 알면 알수록 새로운 한국과 한국 음식 대해 벤자민 주아누씨의 애정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음식 역시 호기심을 갖고 천천히 알아간다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벤자민 주아누씨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며 문을 나섰습니다. 이번엔 또 어디서 어떤 세계를 발견할까요? 벤자민 주아누씨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이 글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공존’[12호]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