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지노 속 인물들은 처벌받을 수 있을까?

 

 

최근 탄탄한 스토리와 출연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의 시리즈 <카지노>는 '차무식'(최민식)이라는 인물이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성공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극중 '차무식'(최민식)은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며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차무식'(최민식)의 동료 '정팔'(이동휘) 등은 도박을 하기도 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데요, 하지만 '차무식'(최민식)은 필리핀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어 아무도 건들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차무식'(최민식)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또, 필리핀 내에서 일어난 범죄를 필리핀에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한국에서도 처벌받지 못하는 걸까요?

 

 

△ 드라마  ‘ 카지노 ’ 포스터  ⓒ 디즈니플러스

 

 

 

형법의 적용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위와 같은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는데요. 장소적 적용범위란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서 외국과 관련된 범죄사건에 대해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속지주의, 속인주의, 기국주의, 보호주의, 세계주의로 총 5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조(국내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우리 형법 제2조는 속지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속지주의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한국인이던 외국인이던 처벌한다는 원칙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북한도 형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영역에 속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영역 이외에서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형법 제3조는 속인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속인주의란 한국에서 죄를 범하던 외국에서 죄를 범하던 한국인이면 다 처벌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제3조에서 말하는 내국인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자를 의미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인이 미국땅에서 외국인을 살해한 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면, 범행 당시에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었으므로 우리 형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형법
제4조(국외에 있는 내국선박 등에서 외국인이 범한 죄)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제5조(외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학민국 영역 외에서 다음에 기재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1. 내란의 죄
2. 외환의 죄
3. 국기에 관한 죄
4. 통화에 관한 죄
5. 유가증권,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
6. 문서에 관한 죄 중 제225조 내지 제230조
7. 인장에 관한 죄 중 제238조
제6조(대한민국과 대한민국국민에 대한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에 대하여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단,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제4조는 기국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기국주의는 조항 그대로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선박이나 항공기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대한민국 영토에서 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하여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5조와 제6조는 보호주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조는 외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조항에 적힌 7가지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고, 제6조는 제5조 외의 범죄를 우리나라사람에게 저질렀을 때 처벌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5가지의 분류 외에 사실 한가지의 원칙이 더 있습니다. 바로 세계주의인데요, 2013년 3월 5일에 개정된 형법에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는 인류 일반의 보편타당한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여 명시적으로 ‘세계주의’를 도입했습니다.

 

 형법
제296조의2(세계주의) 제287조부터 제292조까지 및 제294조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한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한국인 A와 미국인 B가 공모하여 홍콩에서 한국을 경유하여 괌으로 가는 비행기에 마약을 싣고 운반하다가 한국에서 경유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되었는데요, 대법원은 마약이 경유지인 국내 항공에서 환적을 위해 아주 잠깐 자상으로 반출된 경우라도 이를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입에 해당한다고 보아, 즉 이들이 국내에 마약을 수입했다고 판단, 속지주의 원칙에 의거해 한국인 A씨와, 미국인 B씨 모두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판례를 살펴볼까요?

1983년 5월에 중국인 A씨 외 5인은 중국 민한기에 탑승한 후에 상공에서 비행기를 납치한 후 항법사와 통신사에게 권총을 발사해 상해를 입히게 됩니다. 또한 이들은 기장과 부기장을 권총으로 협박하여 대한민국 춘천 부근의 비행장에 착륙하게 되는데요, 이들의 범죄 중 '상해' 부분에 대해서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상해'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행해졌으므로 '속지주의'가 적용될 수 없고, 중국 항공기이므로 '기국주의'도 적용할 수 없고, 범인은 중국인이므로 '속인주의'가 적용될 수도 없도, 피해자도 중국인이므로 '보호주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의 항공기운항안전법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했는데,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세계주의를 기초로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카지노’의 인물을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카지노>의 등장인물들은 한국 형법을 통해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그들과 비슷한 상황의 판례가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고 하여
형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바,
필리핀국에서 카지노의 외국인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 하여도
제3조에 따라 필리핀국에서 도박을 한 피고인에게 우리나라 형법이 당연히 적용된다.”

대법원 판결 2001.9.25., 99도3337 중에서

 

 

 

앞서 언급한 '정팔'(이동휘)과 그의 동료들이 저지른 도박에 관한 죄는 이 판례처럼 당연히 처벌될 것이고, 그 외의 죄들도 속인주의에 의해 처벌될 것입니다.

 

과연 <카지노> 속 등장인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한국에서 처벌을 받게 될까요? 아니면 필리핀에서 계속 군림하게 될까요? 자세한 사항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서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카지노>는 제목부터 도박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행위를 주제로 한 만큼 이에 관한 법적인 문제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손정민(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