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피해자가 빨래를 걷으러 옥상으로 올라간 사이,
피해자의 집 안방에 몰래 들어가 훔칠 물건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둘러보고는
찾지 못하자 거실로 나오던 중 피해자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렇게 A씨는 절도미수죄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위의 A씨 사례에서 좀 의아한 것이 있습니다.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훔치기 위해 둘러보다가 잡혔는데 어떻게 처벌할 수 있었을까요?
당시 대법원은 A씨가 물건을 훔칠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였고, 두리번거리는 행위, 즉 물색행위를 한 이상 피해자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며 절도미수죄를 인정했습니다. 즉, 절도와 밀접한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는 곧 절도죄의 실행의 착수라고 본 것이죠.
'미수'란 무엇일까요?
앞서 본 판례에서 다뤄진 것은 바로 '미수범'에 관한 것입니다. 미수란 '행위자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했거나, 종료했더라도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합니다. '살인'으로 예를 들자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상대방한테 휘두르던 중 체포되었거나, 상대방을 칼로 찔렀지만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살아난 경우 등을 살인죄가 아니라 살인미수범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미수범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는 여러 학설들이 있지만, 판례는 하나의 학설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범죄마다 서로 다른 학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수'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또 한번 살인으로 예를 들자면, 누군가를 죽이려다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스스로 살인을 멈춘 경우와, 누군가를 죽이려다 경찰에게 적발되어 범행이 중지된 경우가 똑같이 처벌된다면 불공정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 형법은 미수의 종류를 장애미수, 중지미수, 불능미수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형의 경중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장애미수는 3가지 유형 중에서도 가장 중하게 처벌됩니다. 심지어 다른 미수들은 '면감'이라 하여 형을 깎아주거나, 면제가 가능한데 장애미수는 형의 면제를 할 수 없습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누군가를 죽이려다 경찰에게 적발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장애미수인데요,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려다 실패한 경우 말고도, 죽일 목적으로 칼로 찔렀는데 의사가 피해자를 살린 경우 등도 장애미수에 포함됩니다.
다음으로 중지미수는 3종류의 미수 중에 가장 경하게 처벌됩니다. 누군가를 죽이려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스스로 중지한 때와 같이 '스스로' 범죄를 중지한 경우를 말하는데요, 하지만 우리 법원은 판단 기준이 꽤나 엄격하답니다.
잠시 후에 소개하겠지만, 예를 하나 들자면 피고인이 '겁'을 먹고 '스스로' 범죄를 중지한 경우에는 법원은 중지미수로 보지 않고 '겁'을 먹은 상황을 경찰이 와서 중지한 경우와 같이 장애가 되는 사정으로 보아 장애미수로 처벌합니다.
마지막으로 불능미수는 3가지 유형 중 중간정도의 처벌 수위를 가지게 됩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칼로 찔렀는데 상대방이 이미 죽어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불능미수는 처음부터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불능미수에 대해 감면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미수론에 대해서는 판례는 어느 하나의 학설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범죄마다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판례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2명의 범죄자가 피해자의 주거에서 물건을 훔치기 위해 출입문 시정장치를 부수다 발각된 경우 이들은 특수절도미수범으로 처벌받았을까요?
판례는 이들이 특수절도죄의 실행의 착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함으로써 특수절도미수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사안에서는 판례는 절도죄 대신 주거침입죄의 미수를 인정하며 주거침입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다른 판례도 살펴볼까요?
피고인이 다가구용 단독주택의 공용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경우에 이를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판시했으나 다른 판례에서는 야간에 다세대 주택에 침입하기 위해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다가 발각된 경우 실행의 착수가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처럼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미수범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수범 또한 기수범과 마찬가지로 위험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수범의 범행에 대하여 엄중한 처벌을 내려 범죄 예방에 대한 메세지를 보내야 하고, 교육을 통한 미수범의 범죄에 대한 예방적 대책도 필요합니다. 미수범에 대한 대책을 넘어서 범죄에 대한 예방은 법무부만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손정민(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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