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의 법조인 주인공이 법정에서 자신 있게 변론하는 모습은 언제나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법정 드라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면은 재판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재판이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같은 재판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드라마 장르가 여러 가지인 것처럼 재판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민사’와 ‘형사’입니다. 민사와 형사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종류의 소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성격, 절차,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쯤 들어봤어도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민사, 형사의 개념을 우리가 사랑했던 법정 드라마의 친숙한 장면을 통해 알아봅시다!
민사와 형사의 차이 ① – 재판의 성격
드라마 장면 속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각각의 개념을 정리해볼까요?
민사재판이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난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개인 대 개인의 구도를 띠는 소송으로서 개인 간의 다툼을 종결하는 효력이 있습니다.
한편 형사재판은 법에 규정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기 위한 재판 절차입니다. 형사재판은 개인 대 국가의 구도이며, 국가의 권력으로 범죄자에게 강제적인 형벌권을 행사한다는 효력이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의 차이 ② – 재판의 당사자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그 성격이 다른 만큼 소송의 당사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민사재판의 당사자는 ‘원고’와 ‘피고’입니다. 원고는 소송을 제기하는 자, 피고는 그 상대방입니다. 민사재판의 당사자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에 임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입니다. 검사는 형사책임을 져야 할 자에게 국가권력을 대신하여 공소를 제기합니다. 검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자를 피고인이라 부릅니다.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에 임할 수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의 차이 ③ – 소송의 절차 및 결과
각 재판의 절차와 결과도 살펴보겠습니다.
민사재판은 ‘원고의 소장 제출 → 법원의 소장 심사 및 피고에게 소장 송달 → 피고의 답변서 제출 → 변론 준비 → 변론 진행 → 변론 종결 및 판결 선고’의 절차로 진행됩니다.
민사재판의 가능한 결과는 ‘원고 전부 승소’, ‘원고 일부 승소’, 또는 ‘원고 패소’입니다. 민사재판의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원심 판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 상고할 수 있습니다.
한편 형사재판의 절차는 ‘수사 개시 → 송치 및 기소 → 공판 → 판결 선고 → 형의 집행’입니다.
형사재판의 결과로 ‘유죄’, ‘무죄’, ‘면소’, 혹은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집니다. 형사재판에서도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 상고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민사와 형사의 차이, 이제 감이 오시나요? 아직 낯설게 느껴져도 괜찮아요. 우리에게 친숙한 법정 드라마 속 재판 장면을 함께 보면서 각 재판의 특징을 다시 정리해봐요!
드라마 <로스쿨> 속 이 장면은 무슨 재판일까요?
2021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로스쿨>의 한 장면입니다. 한국대 로스쿨 교수 양종훈(김명민)은 같은 학교 로스쿨 교수 서병주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재판은 민사와 형사 중 어떤 재판일까요?
힌트: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50조 1항)
정답은 (오른쪽을 드래그하세요) 형사재판입니다.
양종훈은 살인 혐의로 재판에 섰습니다.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입니다. 위 장면 속 재판은 법에 규정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기 위한 재판 절차이므로 형사재판에 해당합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이 장면은 무슨 재판일까요?
이번에는 2022년 많은 사랑을 받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입니다. 삼형제의 아버지는 사망 전 3남에게 논 부지를 증여합니다. 그런데 이 토지가 20년 후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100억 원 이상의 보상금이 책정됩니다. 보상금을 둘러싼 ‘삼형제의 난’은 ‘이 재판’까지 다다르게 되는데요, ‘이 재판’은 무슨 재판일까요?
정답은(오른쪽을 드래그하세요) 민사재판입니다.
'피고'는 민사재판의 당사자입니다. (형사재판의 당사자인 '피고인'과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하세요!) 위 장면은 사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개인이 동등한 자격으로 소송에 임하는 전형적인 민사재판의 모습입니다.
민사재판에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습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변론주의’라고 합니다. 변론주의란 소송자료의 수집과 제출책임은 당사자에게 있고, 당사자가 수집하여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자료만으로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삼형제는 직접 변론에 필요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도 변론주의가 적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민사, 형사 모두에 해당할 수 있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심판 내용이 다른 만큼 완전 별개의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랑이랑 토끼가 말다툼을 하던 중 호랑이가 토끼를 폭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민사, 형사재판 모두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찬찬히 살펴볼까요?
토끼가 호랑이를 형법 제260조 1항 ‘폭행죄’로 고소할 경우 호랑이는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받게 됩니다. 나아가 토끼는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배상받기 위해 호랑이를 상대로 민사재판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기도 합니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 등 참조). 즉 형사재판의 결과가 민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때로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개념을 우리에게 친숙한 드라마 장면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민사와 형사의 차이를 아는 것은 작게는 법정 드라마를 볼 때, 크게는 직접 소송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등 생활 곳곳에서 유용할 것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오늘 알려드린 민사와 형사에 대한 지식이 여러분에게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미지제작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정민지(성인부)
참고: 대한민국 법원 전자민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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