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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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궁금증은 이제 그만! 비밀침해의 죄

법무부 블로그 2023. 3. 27. 09:00

 

 

번쯤은 무심코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의 일기장을 열어 읽어 보거나, 잘못 배달된 남의 집 택배 또는 이사 간 전 거주인의 이름으로 온 우편물을 실수로 뜯어보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타인의 사무실이나 집을 방문했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주인 몰래 서랍을 허락도 없이 열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은 자녀들의 핸드폰을, 부부 관계에서는 배우자의 문자메시지나 SNS 내용을 몰래 읽어보기도 하는데요. 무심코 하는 이러한 행동들은 죄가 될까요?

 

 

 

 

사실 허락없이 누군가의 비밀을 들추는 것은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비밀침해죄는 당사자 외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비밀장치로 봉한 것을 개봉하여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을 노출시켰을 때 성립합니다. 바꿔 말하면 비밀침해죄를 통해 개인의 비밀과 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 법에 의해 다른 사람 앞으로 온 봉함이나 기타 비밀장치 한 편지·봉투·문서를 동의 없이 마음대로 뜯어보거나 아래 칸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2단 서랍의 내용물을 보는 등의 행위는 모두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허락 없이 친구의 일기장을 열어본다거나 잠긴 서랍을 억지로 열어보는 등의 행위자체가 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 형법
제316조(비밀침해) ①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법에서 말하는 봉함은 봉투 같은 외포에 내용물을 넣고 훼손하여 열지 않고서는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단단히 한 장치를 의미하며, 비밀장치는 외포를 제작하거나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 내용을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 장치를 말합니다.

 

 

따라서 타인에게 보여지거나 알려지지 않아야 내용들을 의미하는 것이 비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컴퓨터를 해킹하거나 타인의 휴대폰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특정한 내용을 알아낸다면 이것도 비밀침해에 해당합니다. 결국 비밀침해죄가 범죄가 되기 위해선 편지, 일기장, 메모장, 계산서, 설계도, 안내도, 사진, 이메일, 휴대폰, 녹음테이프 등에 잠금장치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비밀침해죄는 침해된 내용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비밀장치 안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이면 죄가 적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장치를 손괴 혹은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장치를 훼손하거나 무효화하는 등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내용물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봉함된 우편물을 개봉했다면 죄가 성립하고, 반대로 봉함되지 않은 우편물이나 우편엽서는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비밀침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의 편지나 물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비밀을 몰래 훔쳐보려는 '고의'가 있어야 비밀침해죄가 성립함으로, 다른 사람에게 온 물건을 자기 것인 줄 착각해 무심코 열어봤다면 고의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병원에 떨어진 타인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내용을 읽어보는 시가 하루키 (출처: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가족이나 연인간의 사적 편지를 뜯어보았다고 해서 비밀침해죄로 처벌을 받는 일은 드물지만, 비밀문서 또는 기업의 중요한 문서를 열람했다면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친고죄라서 사례가 드물지만 실제로 처벌 된 사례도 있답니다. 사례를 한 번 볼까요?

 

 

<사례1> 타인의 우편물을 함부로 개봉한 경우: (30만원 벌금형)

 

서울시 강남구 세무소는 같은 대치동 P아파트 18층에 살고 있는 황씨 앞으로 보낼 등기우편물을 9층에 사는 김씨의 주소로 잘못 기재해 보냈다. 우편물에 적힌 사람인 황씨는 과거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모욕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람으로, 김씨는 황씨를 평소 알고 있었으며 우편물이 황씨에게 온 것임을 알면서도 세무서에서 온 우편물이었기에 관심을 두고 개봉했다. 김씨는 3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사례2> 아내 앞으로 온 등기우편을 개봉한 경우(50만원 벌금형)

 

2017년 연말, 대구에 거주하는 A씨는 한 달 전부터 아내와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금융기관에서 아내에게 보내온 등기 우편물이 왔다는 아파트 경비실의 연락을 받고 우편물을 수취 후 뜯어봤다. 뒤늦게 이를 안 아내는 격분하였고 남편을 고소했다. 남편에게는 벌금 50만원이 처해졌다.

 

 

§ 형법
제318조(고소) 본장의 죄(비밀침해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비밀을 침해하는 것은 죄가 되지만, 사실 비밀침해죄는 친고죄랍니다. 범죄의 피해자 또는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 없이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내용의 경중을 떠나서 내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우편물이 자기 주소지로 적혀 배달됐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함부로 뜯어보는 행동은 그 자체로 위법이니 조심하여야 하겠습니다.

 

 

, 타인 앞으로 온 우편물은 반송함에 넣어 상대방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자세가 필요하겠고, 만약 실수로라도 타인의 우편물을 뜯었다면 봉투에 메시지를 붙여서라도 자신의 실수를 밝히고 사과하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민주(고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