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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택시2'로 알아보자! 해외도피 범죄자의 시효는?

법무부 블로그 2023. 4. 6. 17:00

 

 

“5283 운행 시작합니다.”

 

2021,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이 대사 기억나시나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 분)와 동료들이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내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던 SBS 드라마 <모범택시>(2021)가 지난 218일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범죄자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모범택시2>(2023)1, 2화 내용을 통해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국내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여 또 범죄를 저지른다면?

 

△ 동재가 아빠에게 해외 취업이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nbsp; ⓒ&nbsp; SBS,&nbsp; 모범택시 2, 2023

 

 

홀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던 착한 청년 이동재(조지안 분)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치킨집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아버지에게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는 거짓말을 한 채 천금 인터내셔널의 베트남 지부에 입사합니다.

 

 

 

△&nbsp; 불법도박게임을 만들지 못해 혹독한 고문을 받는 취업생&nbsp; ⓒ&nbsp; SBS,&nbsp; 모범택시 2, 2023

 

 

그러나 그곳은 회사가 아닌, 해외 취업을 빌미로 취업준비생들을 납치해 불법 도박 게임을 만들어 파는 범죄조직의 소굴이었는데요. 그곳에서 이동재를 비롯한 수많은 피해자가 구타와 감금, 협박에 시달리며 강제로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만들게 됩니다.

 

 

△&nbsp; 해외에서 연락이 끊긴 아들을 찾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경찰서를 방문하는 동재아버지&nbsp; ⓒ&nbsp; SBS,&nbsp; 모범택시 2, 2023

 

 

 

한편, 해외로 간 아들과 매일 연락하던 아버지 이준범(최원 분)은 얼마 후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살려달라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경찰에 의뢰하지만, 아들이 직접 대사관에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답만 듣고 맙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자살하려는 순간, 무지개 운수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사건을 의뢰하게 되는데요. 이 의뢰를 받고 난 무지개 운수 직원들과 김도기 기사는 이동재를 비롯한 해외취업생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아지트에 해외취업생으로 들어갑니다.

 

 

 

△&nbsp; 이미 적색수배가 내려진 보스 ( 좌 ) 와 구조되어 아버지를 만난 동재 ( 우 )&nbsp; ⓒ&nbsp; SBS,&nbsp; 모범택시 2, 2023

 

 

그곳에서 김도기 기사는 한국에서 살인을 저질러 인터폴에서 적색수배가 내려진 아지트의 보스 권두식(이규호 분)이 진짜 보스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고, 취업준비생들이 이 조직에 더는 당하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본부를 찾아내고, 본부를 소탕한 후 갇혀 있던 피해자들을 구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여러분, 드라마에서 나왔던 아지트 보스(이규호 분)처럼 한국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후에 해외로 도피할 경우, 어떻게 처벌되는지, 혹은 처벌을 받지 않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②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제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
③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위의 법률에서 볼 수 있듯이 현행법상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범인이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나 형집행시효가 정지되어 처벌을 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중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시효가 정지된 규정이 없는데요. 실제로 이러한 법률의 맹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해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례를 하나 살펴볼까요?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A씨는 1995년 유흥주점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속여 5억6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1997년 8월 기소되었고, 같은 해 11월 1심 첫 공판이 열렸지만 1998년 4월 미국으로 출국해 다시 입국하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1심 법원은 형사소송법 공소기각 또는 면소의 재판을 하는 것이 명백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제277조 제2호를 근거로 2020년 3월 A씨의 출석 없이 공판 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1심과 2심은 형사소송법 제 253조 제3항이 재판 시효 및 의제공소시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 249조 제2항에서 적용될 수 없다며 면소판결을 내렸는데요. 대법원 또한 1, 2심의 판결에 동의하여 2022년 9월에, 국외 도피에 따른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규정은 일반 공소시효에만 적용되고 재판 시효 및 의제의 공소시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면소판결을 내렸습니다.

-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3547 중요 판결 참조]

 

 

이러한 법률적 공백에 대처하기 위해서 법무부는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재판 시효(25)가 정지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고, 이 개정안이 20232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253조에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제 2492항에 따른 기간은 정지된다라는 4항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또한 부칙을 추가하여 개정 규정 시행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로서 개정 규정 시행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정지되는 기간에는 개정 규정 시행 전에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던 기간을 전부 포함하도록 규정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모범택시2’ 드라마를 통해서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도피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도 잡지 못했던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고, 법의 공백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려던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할 동기를 억제할 수 있기에 단시간 안에 처벌이 가능해져, 범죄 피해자들이 제시간 안에 적절한 피해보상 및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을 피해 가지 않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그리하여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을 통해 법률적 공백이 메꿔짐으로써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고민지(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