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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전쟁2, 재미있지만 불편한 불륜 이야기

법무부 블로그 2022. 3. 31. 09:00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이혼을 사이에 둔 부부의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며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잠시 반영이 종료 되었다가 올해 리메이크 되어 ‘New 사랑과 전쟁으로 방영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사랑과 전쟁 시리즈 시즌2의 제48최강의 악녀편에 담겨진 법률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친구

성공한 전문직여성인 윤서는 일등 남편과 결혼해 행복한 신혼을 보내던 중 고교동창인 소희와 우연히 재회했습니다. 소희는 과거 윤서를 왕따 시킨 인물이었는데요. 반에서 꼴찌였던 윤서는 소희 때문에 지갑도둑으로 몰려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후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재회한 두 여자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는데요. 일과 결혼 모두에서 성공한 윤서와 달리 전업주부인 소희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딸아이와의 생활이 걱정돼 이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소희는 울면서 예전에 네게 잘못한 죗값을 치르는 것 같다. 미안하다고 윤서에게 사과했습니다. 소희의 사과에 윤서는 동정심이 발동하여 친구를 용서하고 구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매 맞은 친구의 병원 진단서를 끊고 법원에서 일하는 오빠의 도움을 받아 친구 소희를 이혼시킨 후 당분간 갈 곳 없는 소희와 그 딸아이를 입주 가사도우미로 들였습니다.

 

한편, 윤서의 남편 세준은 아이를 원했지만 일을 더 좋아하는 아내 윤서에게 큰 불만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아내의 친구가 이혼 후 딸 이슬이를 데리고 입주 가사도우미로 들어오자 점차 생각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살림에 베테랑인 아내의 친구(소희)와 귀여운 딸 이슬이의 모습이 자꾸 아내 윤서와 비교되기 시작한 것이죠. 급기야 이슬이가 아저씨가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라며 자신을 따르기도 하고, 미모가 출중한 소희가 대놓고 유혹의 눈빛을 보내자 세준은 무너지고 맙니다. 윤서가 출장간 사이, 소희와 세준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지요.

 

 

 

▲  친구 소희와 남편 세준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아내 윤서  ⓒ KBS 2TV ' 사랑과 전쟁 2'

 

 

 

윤서는 소희와 세준에게 어떻게 죄 값을 물을 수 있을까?

 

2015년 이전에는 형법241]에 의해 간통죄로 신고하고 법으로써 불륜 당사자들의 죄 값을 치르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가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죄는 제정된 지 62년 만에 개정된 형법에 따라 폐지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내가 사는 집이나 내 방에 나의 허락 없이 들어온 불륜 상대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불륜중인 내 배우자가 허락 했다 하더라도, 부부관계인 나의 허락이 없었는데 들어왔으니 죄가 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주거침입죄는 형법319조에 따라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간통죄 폐지 이후 혼외 성관계를 간접적으로 처벌하는 방법으로 이 주거침입죄를 많이 든다고 하는데요. 사실, 불륜 상대자가 배우자 중 일방의 동의를 받고 부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지()에 들어온 경우 다른 배우자의 주거 평온을 해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

 

 

과거의 대법원 판례도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 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써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반하는 경우 주거로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하는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라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685 판결)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작년 20219,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는데요.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까지 열어 심리한 끝에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무죄를 확정한 것입니다(202199일 전원합의체 202012630 판결).

 

그리고 20222월에도 유부녀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이를 주거침입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는데요. 같은 상황임에도 주거침입이 된다고 했던 과거 판례를 뒤집고 다시 주거침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주거침입의 보호법익’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

 

 

보호법익이란 형법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 또는 가치를 말하는데, 대법원은 형법상 주거침입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거권'이란 사람이 주거의 평온을 확보하고 권한 없는 사람의 침입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뜻합니다. 그리고 '평온'이란 주거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는 상태(형법 제319-주거침입, 퇴거불응)입니다.

 

 

과거의 판례는 주거침임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주거의 평온'으로 보면서 다른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왔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반대로 최근의 판례는 반대로 최근의 판례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주거의 평온'으로 보면서 불륜상대방이 부부 일방의 동의를 얻어 주거에 들어간 행위는 '사실상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거침입죄에서의 보호법익을 보다 명확히 하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존중하여 이루어진 간통죄 폐지가 다른 형태로 형사 처벌되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간통죄는 물론이거니와 주거침입죄로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합니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상간자, 이대로 둘 수 없다면?

 

다시 드라마 내용으로 가볼게요. 친구 소희와 남편 세준을 처벌할 방법, 정말 없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 윤서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고, 배우자의 정조의무위반을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손해를 가한 자는 손해 배상의 책임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불륜을 행한 상간남녀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그들에게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불륜상대방에 대한 소송은 이혼을 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으며 소송으로 인한 위자료 액수는 통상적으로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선 정도라고 하는데요.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 윤서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부간에는 정조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조의무를 위반하였다면 민법 제 840조에 의해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이하생략)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불륜 상대자의 직장에 쫓아가 큰소리로 망신을 준다던가, 욕설을 하거나 불륜 상대자의 집에 찾아가서 머리를 뜯거나 뺨을 때리면 안됩니다. 오히려 명예훼손죄(형법307), 모욕죄(308), 주거침입죄(형법 319),폭행죄(형법 260) 등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에 치우쳐서 판단력을 잃지 말고 대법원 판례와 법규정을 똑바로 숙지하여 변호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소 먼저 상대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결혼할 때 처음 마음가짐과 결혼서약의 내용을 기억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때로는 속상한 일도 상대방을 가슴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시간을 내서 부부간에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결혼, 그 자체는 좋다 혹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결혼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앙드레 모로아-

 

 

 

 

 

 

= 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강현(성인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KBS2 '사랑과전쟁2'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