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선생님이 집필하신 책을 모티브로 제작된 범죄심리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최근 성황리에 종영했는데요. 실제 프로파일링했던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심리묘사가 정말로 잘 표현이 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기사에서는 이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속 숨겨져 있는 법률 이야기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다만, 본 드라마 속 사건들은 전부 살인 사건을 취급하고 있어서 본 기사가 살인죄에 관한 법률 이야기로 편향될 수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좀 더 다양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본 기사에서는 ‘살인죄’에 관한 법적 요소를 제외하고, 드라마 속 범죄자들이 살인범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찰을 사칭하면 어떻게 되나요?
해당 장면은 본 드라마 4화 속 한 장면으로 본 작품에서 형사이자 범죄분석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국영수 팀장이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경찰 신분증을 분실하게 되고, 이를 줍게 된 구영춘이 그 신분증에 붙어있는 국영수 팀장의 증명사진을 제거하고, 본인의 여권 사진을 붙이는 장면입니다.
구영춘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해당 신분증을 이용해서 경찰을 사칭한 후 다음 범행 대상자인 피해 여성을 안심시키기까지 하는데요, 딱 보아도 문제가 있는 이 장면, 과연 법적으로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당 행위는 형법 제 360조 점유이탈물 횡령죄, 제225조 공문서등의 위조. 변조죄, 제 229조 위조등 공문서 행사죄, 경범죄 처벌법 제 3조 제7항 관명사칭죄 등이 적용될 여지가 존재합니다.
먼저 형법 제360조 점유물이탈횡령죄를 보면,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유실물’이란 점유자의 뜻에 반하여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의미하고, ‘표류물’이란 사람의 점유를 떠나서 하천이나 바다에 떠돌거나 해안에 떠밀려온 물건 등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는 국영수 팀장이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한 기회로 국영수 팀장의 경찰 신분증을 분실하였고, 이렇게 국영수 팀장의 점유를 이탈한 경찰 신분증을 구영춘이 습득하여 이를 반환하거나 신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국영수에게 돌려주지 않았으므로 구영춘에게는 점유물이탈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형법 제225조 공문서등의 위조. 변조죄를 보면,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행사할 목적’이란 해당 문서를 조작해서 어떤 부당할 목적을 이룰 목적 또는 의도를 의미하고, ‘위조’란 법적인 권한이 없는 사람이 타인 명의의 문서를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며, ‘변조’란 법적인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이미 진정하게 성립된 타인 명의의 문서 내용을 문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변경을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는 구영춘은 국영수가 분실한 경찰 신분증을 습득한 뒤, 나중에 경찰 신분 사칭의 목적을 갖고, 해당 신분증에서 국영수의 이름과 경찰 신분임을 나타낼 수 있는 경찰 마크는 변경하지 않고, 국영수의 사진 대신 구영춘의 여권 사진으로 변경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해당 신분증은 경찰 신분증으로서의 동일성은 갖게 되지만 신분증에서 국영수의 얼굴 사진이 아닌 구영춘의 얼굴 사진으로 변경을 함으로서 경찰 신분이 아닌 구영춘을 경찰 신분인 국영수인 것처럼 경찰 신분증의 내용을 변경하였으므로 구영춘에게는 공문서 위조죄가 아닌 공문서 변조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7항을 보면 ‘국내외의 공직, 계급, 훈장, 학위 또는 그 밖에 따라 법령에 따라 정해진 명칭이나 칭호를 거짓으로 꾸며 대거나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제복, 훈장, 기장 또는 기념장, 그 밖의 표장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국영수 팀장의 신분증을 변조한 구영춘이 변조한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경찰이라면서 범행 피해 여성의 신변을 보호해주겠다는 행동을 합니다. 구영춘은 변조된 신분증으로 경찰을 사칭하였으므로 경범죄 처벌법 상 관명사칭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있을 겁니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사칭하였음에도 고작 10만 원의 벌금만 부과하는 것은 처벌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고요. 사실 형법 제 118조 공무원의 자격 사칭죄를 보면 공무원 자격을 사칭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경범죄 처벌법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왜 처벌이 더 강한 형법이 아닌 처벌이 더 약한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했던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형법 제 118조의 조문에 있습니다. 해당 조문을 보면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그 직권을 행사한 자’라는 구성요건 때문에 구영춘에게 형법이 아닌 경범죄 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인데요, 이는 단순히 공무원 자격을 사칭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공무원이 행할 수 있는 업무, 즉 직권을 행사해야지 본 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본 드라마에서 형법상 공무원 자격 사칭죄가 성립하려면 공영춘이 경찰 신분을 사칭하고, 경찰의 업무인 범인 체포나 신분증 요구 같은 직권을 행사해야 하나 작중에서는 단순히 경찰의 신분만 사칭하였기 때문에 형법이 아닌 경범죄 처벌법 상 관명사칭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입니다.
형법
제118조(공무원자격의 사칭)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25조(공문서등의 위조ㆍ변조)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29조(위조등 공문서의 행사) 제225조 내지 제228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공정증서원본,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또는 여권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중략)
7. (관명사칭 등) 국내외의 공직(公職), 계급, 훈장, 학위 또는 그 밖에 법령에 따라 정하여진 명칭이나 칭호 등을 거짓으로 꾸며 대거나 자격이 없으면서 법령에 따라 정하여진 제복, 훈장, 기장 또는 기념장(記念章), 그 밖의 표장(標章)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한 사람
…(후략)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에서 사형의 의미?
해당 장면 속 등장인물은 조현길로, 금전을 목적으로 5세 이수현 양을 납치했지만 아이가 부모님의 연락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자 결국 아이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후 아이의 시신을 토막 내어 유기한 일명 ‘창의동 여아 토막 살인사건’의 범인입니다.
이 드라마 속 사건은 2001년 5월 10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서 발생한 여아 토막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범인 최인구가 혼자 놀고 있는 김양을 발견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 성폭행을 시도하였으나 김양의 저항이 예상외로 거센 탓에 성폭행에 실패하자 화가 난 최인구가 김양을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후 김양의 시신을 토막 내어 유기한 사건입니다. 본 사건으로 실제 범인 최인구는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최인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2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았습니다. 감형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형과 무기징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사형은 생명형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수형자의 목숨을 끊어버려 생명권을 박탈시키는 형벌이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죄를 지은 자에게 부과될 수 있는 최대의 벌이기도 하죠. 반면에 무기징역 형은 사형보다는 약한 형벌로 형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유기징역과는 달리 형의 집행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평생을 교도소에 수용되게 하는 형벌입니다. 사형은 생명권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무기징역 형은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사실상의 사형제도 폐지국가에 속합니다. 사형을 선고하기는 하지만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므로 수형자가 사망할 때까지 교도소에서 수용된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무기징역 형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형이든 무기징역이든 차이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세부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가석방의 여부’죠. 여기서 가석방이란 형법 제72조에 의거, 수형자 중 진심으로 반성의 뉘우침을 보이거나 교도소 내에서 성행이 올바르다고 판단이 되어 개선의 모습이 보이는 경우, 유기징역 형을 받은 사람은 형기의 1/3이, 무기징역 형을 받은 사람은 20년이 경과된 후에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무기징역 형을 받은 사람은 교도소에서 바르게 생활한다면 일정 요건을 충족시킨 후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사형수는 그러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이하생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소개된 모든 사건이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어서, 그와 유사한 사건이 드라마의 사건으로 소개 될 때마다 기억에서 잠시 잊혀졌던 희대의 흉악범들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 사건을 직접 다루는 경찰과 1세대 프로파일러의 고군분투를 보며 미치도록 잡고 싶고, 미치도록 해결하고픈 그들의 진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흉악 범죄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저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을 직접 마주하고 또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유의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건의 현장에서 과거에도 오늘도 또 내일까지도 사건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모든 분들에게도 경의를 표해봅니다.
글 = 제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오성민(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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