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아이덴티티’ 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2003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폭풍우로 인해 모텔에 갇힌 11명의 사람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유없이 살해당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다중인격을 지닌 한 살인범의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살인범은 실제로 사람들을 살해한 살인범이었지만,
다중인격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 출처: 네이버영화
■ 살인을 하고도 정신상의 이유로 벌을 받지 않는 것,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
네, 죄를 저질렀지만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그에 맞는 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은 몇몇 특수한 상황에 대해
법의 적용을 예외 혹은 완화시키고 있는데요,
형법에서의 '심신 장애' 혹은 '심신 미약'의 경우,
그리고 민법에서의 '금치산자','한정치산자''미성년자' 등의 규정입니다.
이러한 법률의 적용은
법률적, 혹은 범죄 행위 당시의 상황 및 개인의 상태에 따라 이루어 진답니다.
대한민국의 형법 제 10조에는
다음과 같이 ‘심신 장애자’ 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형법
제10조(심신장애자)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에 대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인데요,
법원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평소 정신 병력을 지니고 있었거나,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거나, 평소 몽유병을 앓고 있었던 경우
이 법을 근거로 형벌을 면하거나 감경하게 됩니다. 실제로 법이 적용된 사례가 있을까요?
대표적 사례로는, 생리 기간 중에 상습적으로 절도 행위를 한 50대 여성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진 경우 입니다.
이 여성은 약 31 차례의 절도를 통해 3백여 만원 상당의 의류를 훔쳐 1심과 2심 판결에서 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 선고 당시 생리 전 증후군으로 인한 도벽임을 주장했고, 여성의 평소 상태 및 병력을 고려한 결과 그 사실을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서울아산병원
【판결요지】
[1]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하여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보아야 한다.
출처 :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도154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공2002.7.15.(158),1598])
판결 요지를 보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지 못할만한 상황의 경우
심신장애에 의한 범행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요,
일명 '조두순 사건' 의 경우에도 범인이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이 이루어져 전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 민법에는 어떤 관련 규정이 있을까요?
민법에서는 정상적인 법률 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한정치산자’,’금치산자’,’미성년자’ 로 분류하여 명시해 두고 있는데요,
이들은 모두 민법상의 행위무능력자로 분류가 되어집니다.
이들은 특히 행위 무능력자로 분류가 되어
재산상의 법률 행위에 대한 행위능력에 제한을 받습니다.
§ 민법
제5조 (미성년자의 능력) ①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제7조 (동의와 허락의 취소) 법정대리인은 미성년자가 아직 법률행위를 하기 전에는 전2조의 동의와 허락을 취소할 수 있다.
제9조 (한정치산의 선고) 심신이 박약하거나 재산의 낭비로 자기나 가족의 생활을 궁박하게 할 염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한정치산을 선고하여야 한다.
제12조 (금치산의 선고)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제 9조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금치산을 선고하여야 한다.
한정치산자, 금치산자, 미성년자 각각의 기준에 의해
가정법원의 선고에 의해 선고를 받으며,
이들은 법률행위의 효력에 제한을 받고 이미 시행된 법률행위 등에 대해
자신 혹은 대리권자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상 민법에서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무능력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고
법률행위의 불안상태를 조기에 명시하고자 함입니다.
이 제도는 법률 행위의 당사자와 상대방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사실, 행위자의 법률의 적용이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형법의 경우가 많습니다.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의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악용되어지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형법 제 10조에는 특별히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라는 규정을 두어 고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 감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기준이나 명확하지 않아
국민들은 법원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신장애 , 특히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의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무조건 만취 상태인 범죄자를 보호하는 것에만 법이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더 이상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 법률이 지닌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취재 = 원보람기자
이미지 = 알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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