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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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홀딱 벗고 다니는 그 아저씨, 처벌할까?

법무부 블로그 2010. 8. 17. 20:00

순진한 박순진씨, 그의 나체를 보았다 

박순진(가명, 직장인)씨는 일을 마친 후 터덜터덜 지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버튼을 누릅니다. 느릿느릿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오늘따라 더욱 더디게만 느껴집니다.

유난히 더운 날이 많은 올해 여름에는 하루에 몇 번씩 샤워를 해도 시원한 건 잠시 뿐! 곧바로 송송 솟아오르는 땀 때문에 지쳐 버리기 일쑤인데요. 박씨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 씻길 원했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 그녀는 그만 헉! 하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마주보고 있는 집의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 집의 주인아저씨가 나체 상태로 문 앞을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아저씨는 민망한 얼굴로 서 있는 박씨를 쳐다보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관문을 닫았습니다.

 

‘그래, 집에서 벗고 다닐 수도 있지! 문 열어놓은 건 실수였을 거야.’

박씨는 스스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순진한 박순진씨, 그녀의 나체도 보았다

 

그 다음날 쓰레기를 버리러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 박씨는 또 활짝 열린 그 집 현관문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 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욕실이 더워서인지 욕실 문을 45도 정도 열어두고 목욕 하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욕실 문을 활짝 열어 둔 것은 아니지만, 45도 정도 열린 욕실 문 맞은편에 있는 대형 거울이 그녀의 몸 전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더워서 욕실 문까지 열어놓고 씻어야 했던 사람을 이해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지만, 보고 싶지 않은 나체를 갑자기 대하려니 얼굴이 후끈 거렸습니다.  

 

그 후, 모처럼 남편과 외식을 하고 돌아오던 중,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선 박씨!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서자, 나체의 아저씨와 목욕 중이던 아줌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발 그 집 사람들의 나체를 목격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셔라..! 박씨는 또 아저씨의 나체를 보고 말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집 아저씨는 역시나 현관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 완전 누드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온 아파트에 소문이 다 난, 아예 거의 벌거벗고 지내는 그 집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집에서 옷 좀 입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고...!! 박씨는 참 난처한 입장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 행위는 경범죄 또는 공연음란죄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적인 공간인 ‘내 집’에서는 남이 보건 말건 벗고 다녀도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동일까요?

 

 

 

 

멋지지도 않은 몸! 보기 싫다구요!

 

사람들은 그림이나 예술작품에서 젊은 여성의 나체나 튼튼한 근육질 남성의 나체를 보면 아름답게 느낍니다. 하지만, 그 나체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빈번히 눈에 띈다면 그건 시각적인 공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계단형 아파트보다 통로형 아파트에서는 통로를 지나다니면서 눈높이가 낮은 창문이나 열어둔 대문을 통해 그 집안을 우연하게 들여다 볼 수도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집 안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창문에는 블라인드나 커튼을, 문 앞에는 긴 발을 쳐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 안을 가려주는 도구 하나 없이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벌거벗고 있는 것은 본의 아니게 그들의 알몸을 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며, 서로 민망하고 언짢아질 것이 분명한 일이지요.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배우 원빈처럼 멋진 근육질 몸매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맞닥뜨린다면 놀라 자빠질 텐데, 그도 아닌 배불뚝이 아저씨 몸매를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매번 마주친다면 그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지요? 

 

 

 

 

내 집에서 내가 벗고 다니는데 누가 뭐라 그래?

 

집안을 가리는 도구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밖에 있는 사람이 집 안을 훤히 볼 수도 있다는 자각을 충분히 할 수가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집에서 나체로 활보하는 ‘나’를 보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도의 관념에 반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짐작을 충분히 가능케 합니다. 따라서 집에서 나체인 채로 문을 활짝 열고 있다는 것은 ‘고의로 문을 열어 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왠지 경범죄나 공연음란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지요?^^

 

하지만 집안은 나의 사적인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을 벗고 다니건 입고 다니건, 그것은 집 주인의 자유이며, 오히려 사적인 공간을 엿본 이웃 사람이 더 잘못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과연, 이런 경우 본 사람이 잘못한 것일까요, 보일 것이 뻔한데도 벗고 다닌 사람이 잘못한 것일까요?

 

이런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충돌합니다. 공동생활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 더 신경 쓰고, 타인의 간섭에 익숙해지겠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마음으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열려라 헌법의 문’에서 소개한 담배 연기를 피할 수 있는 권리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와도 비슷합니다. (담배 피는 아빠는 나쁜 아빠일까? http://blog.daum.net/mojjustice/8703980 )

 

누가 옳다 나쁘다고 말하기 이전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집안에 있는 사람은 내가 편하다고 해서 계속 문을 열어놓고 알몸으로 다니는 행동을 자제하고, 이웃 사람들은 집 안에서 벗고 다닐 권리를 누리는 집 주인의 사생활을 조금씩만 인정한다면 큰 싸움이 있기 이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한 해결을 볼 수 잇을 것입니다.

 

공공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정답이 아닐까요? 나로 인해 타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지, 나에게 편한 것이 혹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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